[시시비비]사교육은 공포를 먹고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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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2월2일, 설 연휴를 며칠 앞둔 이 날 정원식 문화교육부 장관은 전격적으로 '과외 금지 조치 완화 방안'을 발표한다.
"공교육의 정보 부재가 낳은 공포." 수도권에서 한 대입 컨설팅 학원을 운영 중인 A씨가 언급한 사교육 열풍의 이유다.
굳이 유명 학원 보내고 용하다는 입시컨설팅 업체 찾지 않아도 학교 안에서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고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지 못하는 한 사교육과의 전쟁은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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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2월2일, 설 연휴를 며칠 앞둔 이 날 정원식 문화교육부 장관은 전격적으로 ‘과외 금지 조치 완화 방안’을 발표한다. 재학생의 방학 중 학원 수강과 대학생의 과외 교습 허용이 골자다. 학원강사의 학원 밖 과외 금지, 전문적·직업적 과외 금지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5공화국이 전면적으로 금지했던 과외를 푸는 조치였다.
과외 허용은 당시 대학생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였다. 과외를 통해 생활비를 해결하고 등록금까지 해결하고. 하지만 이후 대한민국 사교육 시장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모자라지 않을 부모들의 교육열과 결합하며 무섭게 팽창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 10년 전인 2012년의 19조원 대비 36% 늘어난 수치다. 학생은 줄어드는데 부모들이 사교육에 쏟아붓는 돈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공교육의 정보 부재가 낳은 공포." 수도권에서 한 대입 컨설팅 학원을 운영 중인 A씨가 언급한 사교육 열풍의 이유다. 고등학교 교감으로 재직하던 그는 제대로 된 진학지도에 한계를 느껴 정년을 코 앞에 두고 학교를 나왔다. 그는 현재의 사교육은 이런 학부모와 학생의 공포를 먹고 자란다고 단언한다. "학원에 가면 수업 능력 평가를 이유로 학생이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를 냅니다. 형편없는 성적에 부모와 학생은 좌절하고 전적으로 학원에 의존하게 되는 거죠."
강남·목동 등 유명 입시 학원가와 함께 몸집을 키워온 ‘대입 컨설팅’ 시장 역시 다르지 않다. 자녀의 내신 성적표를 들고 유명 컨설팅 전문 업체를 찾는 한 학부모 상당수는 업체 측이 내놓은 결과에 허탈해한다고 한다. ‘합격률 90%’의 이면은 이른바 ‘안전빵’이다. 학생의 성적보다 훨씬 낮은 학교와 학과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부모들은 속는 기분이면서도 수백만 원의 상담료를 지불한다.
그렇다고 부모와 학생 탓을 할 수도 없다. 일부 특목고·자사고를 제외하면 학교 교육은 학생이 필요로 하는 양질의 교육과 정보를 제공할 능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부모들은 학교에 자녀의 진학을 공교육에 맡기는 것은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낀다.
윤석열 정부가 교육 개혁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었다. 당장 수능에서 정상적 교과 과정으로는 풀 수 없는 킬러 문항을 없애겠다는 방침이다. 대형 입시학원과 이른바 잘나가는 ‘일타강사’들도 정조준했다.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과연 인위적인 사교육 철폐가 교육 정상화의 답일까. 안타깝지만, 아니다. 사교육 때려잡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도로 아미타불이다. 굳이 유명 학원 보내고 용하다는 입시컨설팅 업체 찾지 않아도 학교 안에서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고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지 못하는 한 사교육과의 전쟁은 무의미하다. 하기도 전에 이미 진 싸움이다.
공교육 스스로 사교육과 대등하거나 우월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방점은 킬러 문항 배제나 유명 학원, 일타강사 때려잡기가 아닌 공교육 경쟁력 강화에 찍혀야 한다. 공교육 정상화 없이는 아무리 ‘사교육 철폐’를 외친들 대치동 학원가의 불은 결코 꺼지지 않는다.
정두환 콘텐츠매니저 dhjung6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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