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회계감리 리스크,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2023. 7. 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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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삼일회계법인 이창훈 파트너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일명 ‘신(新)외감법’은 주기적 감사인지정제와 표준시간제, 내부회계관리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이 법이 시행된 후 최근 5년간 회계 관련 과징금 및 회계감리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92개사에 대해 총 666억 50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으며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2019년 과징금 부과액은 51억6000만원이었으나 2022년에는 290억 3000만원으로 5.6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자본시장법상 과징금은 462억2000만원이며 외감법 상 과징금은 총 204억3000만원으로 집계됐는데 과징금 부과 금액이 증가한 핵심 원인은 외감법 상 과징금의 부과액과 부과건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과거 자본시장법 상 과징금만으로는 분식회계를 예방하는 효과가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보다 강력하게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2019년 외감법이 개정된 결과이다. 자본시장법 상 과징금은 최대 20억원이 한도이지만, 외감법 상 과징금액은 회계기준 위반금액의 최대 20%까지 부과될 수 있다. 자본시장법 과징금을 초과하는 금액을 외감법상 과징금으로 부과하고 있는데, 부과대상이 회사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감사 또는 회계부정에 연루된 임직원 개인에 대해서도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실제로 최근 5년간 부과된 외감법 상 과징금 중 기업에 부과된 과징금은 126억5000원이고, 회사 관계자인 개인에 대한 과징금이 55억4000만원이었다. 개인에게 부과된 과징금이 전체 외감법 상 과징금의 27.1%에 달하는 것이다. 나머지 22억4000만원은 외부감사인에게 부과됐다. 기업이나 경영진 모두에게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 매년 감리 결과 과징금으로 부과되고 있는 것이다.

회계감리로 인한 리스크는 과징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감독당국의 감리 결과에 따른 고의 또는 중과실 여부는 기업의 투자자들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소송 결과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과징금의 규모가 커지고 회계감리처분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면서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또한 ESG 경영이 부쩍 중요해지고 있는 요즘 감리 제재는 기업의 ESG 평가등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신외감법 도입 이후 점증하는 회계감리 리스크 때문에 정확한 재무정보의 공시는 과거처럼 경영 외 부수활동이 아니라 기업 경영진이 책임지고 챙겨야 하는 핵심 경영활동이 되고 있다. 회계 감리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과징금 부과와 같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기업과 경영진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이를 위해서는 먼저 현행 감리제도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 지를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회계기준 위반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것이 아님을 소명하라

자본시장법과 외감법 상 과징금 부과는 기업의 단순 과실로 인한 회계기준 위반이 아닌,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회계기준 위반을 사유로 한다. 또한, 신외감법 시행 이후 회계감리제도는 회계심사와 회계감리 2단계에 걸쳐 운영되고 있는데, 회계심사로 시작하여 심사 결과 회계기준 위반 규모가 중요하더라도 회계기준의 위반 동기가 고의나 중과실이 아니라면 경고나 주의 조치로 종결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는 신외감법의 도입으로 과징금 등 제재의 강도는 높아졌지만, 과실로 인한 회계기준 위반의 경우에는 제재를 완화하여 감독당국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고 심사 및 감리제도를 기업 계도의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기업은 외부감사 또는 심사·감리 과정에서 과거 재무제표 오류가 발견되었더라도 고의나 중과실에 의한 오류가 아님을 적극적으로 소명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경영진이 직접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 분식행위는 비교적 명료하게 고의 여부에 대한 판단이 이루어지겠지만, 중과실에 대한 요건은 다르다. 심사 및 감리 운영 방법을 규정하고 있는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시행규칙’에서는 기본적으로 ‘고의’가 아닌 회계기준 위반은 과실로 간주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중과실에 해당하는 요건은 별도로 판단하도록 되어 있다. 여러가지 요건들이 열거되어 있으나 기업 입장에서 주목해야할 중과실 요건은 회계처리기준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판단 내용이 합리성을 현저히 결한 경우와 회계처리기준 위반과 관련하여 내부회계관리규정에서 요구하는 통상적인 절차를 명백하게 거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실시한 경우이다. 이러한 중과실 요건을 고려하면, 기업이 감리 리스크를 감소시키기 위해 준비해야할 사항이 명확해진다.

회계처리기준 적용에 경영진의 합리적인 판단이 수반되었음을 소명하라

많은 경우 회계이슈는 대상 거래와 회계기준을 해석하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특히, 원칙중심 국제회계기준(IFRS)의 특성상 이러한 판단이 필요한 상황은 언제나 존재할 수밖에 없다. 기업이 수행한 회계처리가 감독당국의 해석에 부합하는가도 중요하겠지만, 모든 거래에 있어서 회계기준원이나 금융감독원의 회계기준 해석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은 기업의 자체적인 판단에 의해 회계처리가 이루어진다.

기업은 우선 대상 거래와 관련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어떠한 근거에 따라 회계처리 판단을 내렸는지 기술한 문서들을 꼼꼼하게 구비해야 한다. 통상 경영진의 특정 회계처리에 대한 검토 문서를 포지션 페이퍼(Position Paper)라고 부르는데 최근 기업의 결산 및 회계감사에서 필수적인 근거 서류로 자리 잡고 있다. 신외감법 이전 과거 기업의 회계처리 검토는 구두 의사결정에 기반하거나, 단지 회계처리 적용 효과를 보고하기 위한 품의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회계처리의 합리성에 대한 근거는 외부감사인이 이슈를 제기하는 경우에만 인터뷰 형식으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외부감사과정에서 미처 식별되지 않은 회계처리가 뒤늦게 이슈화되면 회계처리의 합리적인 근거를 확보하기 어려웠고, 감리과정에서도 제대로 소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대부분의 기업에서 회계처리 검토 문서(포지션 페이퍼)는 회계처리 판단 과정의 합리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외부감사인의 이슈 제기 여부와 관계없이 결산과정에서 중요한 회계정책을 미리 준비하는 형식으로 정착되어가고 있다. 포지션 페이퍼의 작성을 위해 감사인이 아닌 제3의 외부회계법인의 자문을 받는 경우도 있으나 반드시 외부회계법인의 지원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감사인이 기업의 검토와 선행적인 결정 없이 회계처리에 대하여 조언하는 것은 외감법 상 금지되어 있지만, 기업이 스스로 작성한 포지션 페이퍼를 기초로 감사인과 소통한다면 감사인의 독립성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기업의 논리를 보완할 수 있다. 기업이 결산 과정에서 이러한 사전 검토 및 소통 과정을 거친다면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도 낮아지겠지만,구체적인 판단 근거를 사전적으로 문서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유용하다. 감리 대응과정에서 결산 당시 기업의 회계처리가 고의나 중과실이 아님을 보다 설득력있게 주장할 수 있으며 그 결과 기업의 감리리스크를 실질적으로 낮출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회계관리제도를 효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신외감법은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적정의견을 필수로 규정했다. 많은 기업들이 내부회계관리제도의 구축과 운영에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기업들의 반발에 따라 금융당국도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적용 대상 기업을 축소하는 추세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기업들이 내부회계관리제도를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 비적정 의견을 받는다고 해도 재무제표 감사의견과 달리 상장유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다보니 자연스레 경영진의 관심사에서도 멀어지고 있다.

그러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감사의견 또는 검토의견은 감리 과정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갖는다. 앞서 얘기했듯이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시행규칙에서는 내부회계관리규정을 위반하여 발생한 회계기준 위반행위는 중과실 사유 중의 하나다. 또한, 내부회계관리제도에 중요한 취약점이 있는 경우 감리 조치의 수준이 한층 무거워질 수 있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중과실에 대한 판단이나 가중 조치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올해 금융감독원은 회계분식 고위험 기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고 회계분식 고위험 기업의 사례로 내부회계관리제도 비적정의견을 받은 회사들을 지목했다. 즉, 내부회계관리제도 비적정의견을 받은 기업들은 감리에 선정될 확률 자체가 현저하게 올라가는 것이다. 지난 4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무작위로 심사대상에 선정된 회사의 경우 감리과정에서 지적을 받은 사례는 37.8% 였고, 위험요소를 고려하여 심사를 받은 기업들의 경우 지적률은57.9%에 달했다. 따라서, 감리 리스크를 낮출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리에 선정되지 않는 것이고,기업 내부적으로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실질적,효율적으로 운영하여 적정의견을 받을 채비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문제는 내부회계관리제도이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기업 전반에 걸쳐 이루어지기 때문에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지에 대해서 제대로 알기 어렵고, 막연하게 부족함이 느껴진다고 해서 단기간 내에 개선하기도 쉽지 않다. 내부회계관리제도의 효과적인 운영이 쉽지 않다는 기업들의 의견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하고 무엇에 조금 더 집중해야할 지를 끊임없이 생각하며 제도를 보강해 가야 한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기업 스스로 재무제표를 잘 작성할 수 있도록 함에 목적이 있다. 따라서,전반적인 내부통제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해도 정작 재무제표 결산 프로세스에 중요한 취약점이 있다면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제도가 도입된 이후 비적정의견 사유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감사과정에서 발생한 재무제표 수정’이다. 재무제표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잠재적으로 기업이 스스로 작성한 재무제표에 오류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경영진은 과거 감사수정사항을 분석하여 수정사항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개선하는 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외부감사인에 비해 회계적인 전문지식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들의 입장에서 감사수정사항을 모두 예방하는 것이 가능할까 싶지만, 과거 감사수정사항들을 분석하다보면 의외로 결산체크 리스트가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다거나, 직원 이동으로 인한 인수인계 미비 등 기본적인 실수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경영진이 이러한 영역부터 관심을 갖고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다면 전사 차원의 내부회계관리제도도 자연스럽게 정착될 것이다.

좋은 감사인 또는 외부자문사와 함께 하라

‘좋은 감사인’이란 기업의 재무 공시와 관련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감사인이다. 형식적으로는 회계법인의 감리지적건수나 감리지적비율, 외부로부터 소송과 같은 정량적 지표가 중요한 지표에 해당한다. 기업에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존재하듯 회계법인도 품질관리제도를 통해 감사 품질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감사 실패가 잦은 회계법인의 경우 이러한 품질관리제도가 내부적으로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내부통제 역시 느슨하다. 따라서, 이러한 회계법인으로부터는 적정의견의 감사보고서를 수령하더라도 감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밖에 없다.

정량적인 지표 외에도, 기업에게 적절한 시기에 이슈를 공유하고,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주는 감사인이 ‘좋은 감사인’이다. 당장 지금의 감사인이 작년 감사를 어떻게 진행하였는지 확인해보자. 감사인이 기말에 닥쳐서야 내부회계 미비점 이슈를 제기해서 제도를 개선할 물리적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웠거나 보고서를 발행해야 할 때 가서야 중요한 회계이슈를 제기하는 바람에 충분한 검토가 어려웠던 경우 등이 있었다면 감사인에 대해 다시 평가해 봐야 한다. 어떤 이슈는 부득이하게 늦게 발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좋은 감사인’이라면 감사를 기말 현장감사에 한정하지 않고 연중 감사시간을 충분하게 배분함으로써 상시적인 감사를 통해 기업이 이슈를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개선하도록 지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때때로 외부자문사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신외감법 도입 이후 많은 기업들이 회계감사 및 외부자문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인해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외부자문을 받는 것이 비용과 효과 측면에서 능사는 아니겠지만 기업은 당면한 문제점을 정확히 인지하여, 현명한 지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아웃소싱의 관점에서 기업 내부인력을 활용하는 것보다 이득이 되는지, 외부자문사가 제공하는 용역이 단순히 기업 결산 프로세스 일부를 기계적으로 대행하는 역할에 불과한지, 아니면 기업의 결산 및 관리 프로세스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가가치를 추가적으로 제공하는 지 등을 세심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특히, 특정 이슈로 인해 감사인과 이견이 존재하거나, 이미 전기재무제표 재작성,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위기 상황에서는 풍부한 경험을 가진 전문가를 찾을 필요가 있다. 이 같은 기준으로 외부자문의 필요성을 판단한다면 보다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고, 비용보다는 효용이 훨씬 더 클 것이다.

신외감법 도입 이후 기업과 임직원의 과징금 부과 등 감리 리스크는 갈수록 현실화되고 있다. 신외감법은 회계부정을 사전에 예방하고 기업 내·외부의 이해관계자들에게 투명한 재무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자본시장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과거 익숙했던 관행과 결별하는 고통스러운 시간, 생각지 못했던 비용의 증가로 느껴질 수 있다. 기업 경영진들은 달라진 회계 제도와 감리 리스크 등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통해 기업과 본인이 감당해야 할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보다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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