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내 ‘마약 사범’ 역대 최다 1만8000여명… 30대 이하 급증

30대 이하, 1만988명… 5년 전 대비 109% 증가
압수 ‘향정 마약류’ 616kg… 외국인 밀수 심각

검찰이 마약류 공급 사범에 대한 수사를 확대한 결과, 지난해 마약류 사범이 1만8000여명을 넘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특히 30대 이하 마약류 사범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부장 박재억 검사장)는 5일 2022년 마약류 범죄백서를 발간했다. 마약백서는 국내에서 단일 범죄군을 대상으로 발간하는 유일한 백서로 1990년부터 매년 1회 발간하고 있다.

마약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은 1만8395명으로 5년 전인 2018년 대비 45.8% 증가했다. 압수량은 5년 전보다 93.9% 증가했다. 밀수 사범도 2018년보다 167%, 외국인 마약 사범은 160.9% 늘어났다.

마약류 사범은 2018년 1만2613명, 2019년 1만6044명, 2020년 1만8050명, 2021년 1만6153명, 지난해 1만8395명을 기록했다. 30대 이하 마약류 사범은 2018년 5257명에서 지난해 1만988명으로 109% 급증했다.

마약 종류별로는 필로폰 등 향정신성의약품(향정) 사범이 1만2035명으로 가장 많았다. 대마 사범이 3809명, 양귀비, 코카인 등 마약 사범이 2551명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압수된 마약류는 804.5kg으로 이 중 필로폰 등 향정이 616.2kg 전체 마약류 압수량의 76.6%를 차지했다. 특히 태국어로 ‘미친 약’이라는 뜻을 가진 야바의 압수량은 2018년 8.5kg에서 지난해 167.6kg으로 1871%, 엑스터시로 불리는 MDMA는 1406% 폭증했다.

검찰은 특수한 웹브라우저를 사용해야 접근할 수 있는 이른바 '다크 웹' 등을 통해 인터넷으로 마약류가 유통되면서 관련 사범이 급증했다고 분석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또는 다크웹에 마약류 판매 광고를 게시하고 구매자가 나타나면 가상화폐로 대금을 받은 뒤 ‘던지기’ 방식으로 매매가 이뤄지고 인터넷 마약류 유통조직은 총책, 관리책, 드라퍼 등 각자 역할을 분담해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추적·검거가 쉽지 않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외국인이 국내로 마약을 유통하는 것도 마약류 사범이 급증한 이유로 꼽힌다. 전체 마약류 사범 중 외국인 비중은 14%이지만, 밀수 사범 중 외국인 비중은 약 40%에 달했다.

실제로 검찰이 지난해 적발한 대규모 마약범죄 중 외국인이 연루된 사례가 많았다. 재벌가 2~3세, 고위공직자 자녀들이 연루된 부유층 대마 유통·흡연 사건도 재미교포를 통해 대마를 공급받았고, 필로폰 약 902kg을 멕시코에서 밀수한 뒤 그중 498kg을 호주로 밀수출한 역대 최대 규모의 밀수사건의 주범도 호주 국적의 외국인이었다. 또 43억2000만원 상당의 야바·필로폰·케타민· MDMA 등 마약류를 밀수한 사건도 불법 체류 외국인들이 주도했다.

반면 지난해 마약투약 사범은 8489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21년 대비 3.8% 감소한 수치다. 다만 지난해 마약투약 사범이 소폭 감소한 것을 두고 마약투약이 전반적으로 줄어든다고 볼 수 없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대검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이 이뤄지면서, 올해 1분기 투약 사범의 수는 증가했다"며 "공급이 늘고 있는데, 투약이 줄어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인터넷 마약류 유통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마약 관련 키워드 등을 자동탐지하는 ‘e-드러그 모니터’로 마약류 판매 광고를 24시간 감시·적발해 인터넷 마약 유통의 수사단서를 확보하고 광고를 차단할 방침이다.

아울러 외국인 밀수범죄를 사전 차단하기 위해 주요 마약류 수출국에 마약전담 수사관을 파견, 현지 수사당국과 함께 해외에서 국내로의 마약류 유입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등 해외 유관기관과의 공조를 강화할 계획이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