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銀, 이르면 연내 시중은행 전환…5대銀 과점체제 31년만 '균열'
기존 금융사 은행 전환, 신규 인가 적극 허용
지방은행인 DGB대구은행이 이르면 연내 시중은행으로 전환된다. 이를 비롯해 기존 금융회사의 은행 전환이 적극 허용되고, 시중·지방·인터넷전문은행의 추가 인가도 추진된다.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형성한 은행권이 가격·서비스 측면에서 실효성 있는 경쟁을 벌일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하면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지주회장 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엔 김 위원장을 비롯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4개 은행지주회사 회장 (KB·신한·하나·우리) 및 부사장(NH농협)이 참석했다.
이번 제도 개선 방안은 지난 2월부터 당국, 한국은행, 금융권, 민간전문가, 연구기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15차례에 걸쳐 열린 은행권 제도개선 TF 및 실무작업반 회의 논의 내용을 토대로 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TF 작업의 핵심은 공정하고 실효성 있는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것"이라면서 "이런 작업의 근저에는 은행산업이 경쟁 제한적인 산업의 특성을 기반으로 손쉽게 수익을 내면서도 우리 경제 위상에 걸맞은 글로벌 금융회사로 발전하기 위한 변화의 노력은 부족하다는 국민의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신규플레이어' 적극 허용…대구銀, 시중은행 된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확대키로 했다. 우선 기존 금융회사의 은행 전환을 적극적으로 허용한단 방침이다. 은행업을 다뤄본 지방·저축은행이 각기 시중·지방은행으로 전환할 경우 단시일 내 안정적이고 실효적인 경쟁을 촉진할 수 있단 판단에서다. 금융위는 금융사가 전환을 신청할 경우 요건 충족 여부를 심사해 가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 지방은행 중에선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검토 중이다. 그동안 시중은행 인가는 1992년 평화은행(우리은행으로 합병)이 마지막이었다. 당국은 대구은행이 성공적으로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경우 지방은행이 없는 수도권·충청·강원 권역에서 시중은행과 여·수신 경쟁을 벌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빠르게 진행하면 올해 안에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국은 이와 함께 은행업을 언제든 경쟁자가 진입할 수 있는 '경합시장(Contestable Market)'으로 전환한다. 기존엔 당국이 인가방침을 발표한 후 신규 플레이어의 인가신청·심사가 진행되는 구조였다면, 앞으론 충분한 건전성과 사업계획을 가진 사업자에게 심사를 거쳐 시중·지방·인터넷전문은행 라이선스를 내주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이뤄지면 30여년 만에 시중은행에 신규진입이 일어나고 지방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이 출현, 기존의 경쟁 구도에도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며 "충분한 자금력과 실현 가능한 사업계획을 갖고 있다면 신규인가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당국은 아울러 은행업권 내외의 경쟁을 촉진해 실질적인 가격·서비스 경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저축은행이 덩치를 키워 예금·대출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M&A) 범위를 확대한다. 구조조정 목적이거나 비수도권 저축은행인 경우 영업 구역의 제한 없이 4개 사까지, 합병의 경우 영업 구역 4개까지 인수를 허용한다는 계획이다.
31년만 시중은행 신규 인가 추진…금융권 안팎선 '글쎄'
다만 업계에선 당국의 이번 방안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과점체제에 균열을 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일단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엔 큰 걸림돌은 없단 평가다. 대구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은 약 6800억원에 달해 은행법상 최저 자본금 요건(1000억원)을 충족한다. 모기업인 DGB금융지주의 주요 주주도 국민연금공단, OK저축은행 등으로 구성돼 금산분리 규제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 측면에선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 업계 1위인 KB국민은행을 예로 들면 자기자본은 2조원, 총자산은 500조원에 이른다. 대구은행은 자기자본이 6800억원, 총자산이 51조원 수준으로 시중은행 말석인 SC제일은행에도 미치지 못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해도 자산규모가 400조~500조원에 이르는 대형은행과 겨루기 쉽지 않은 만큼 결과적으로 상당한 자본확충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BNK, JB금융까지 함께 전환한다면 모르지만, 지방은행 중 (지주 단위로) 가장 작은 대구은행만의 전환은 별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규 시중·지방·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저축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한 M&A 규제 완화 등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현행법상 신규 은행 인가를 위해선 250억원(인터넷전문은행)~1000억원(시중은행)의 자기자본이 필요하나 이는 '최소' 수준이고, 금산분리 규제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금융권 또 다른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덩치를 불릴 수 있게 돕는다는 취지인데, 앞서도 이런 논의가 있었으나 2011년 저축은행 사태로 가라앉은 바 있다"면서 "기존 플레이어가 전환 신청을 할 유인도 크지 않고, 신규 플레이어가 뛰어들 상황도 아닌 듯하다"고 지적했다.
은행권 과점체제 해소를 위해 TF가 초반부터 거론해 온 특화 전문은행 제도 도입, 비은행권 지급 업무 확대 역시 '추후 논의 과제'로 밀려났다. 지난 3월 발생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등을 계기로 규제 완화가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확대할 수 있단 우려가 켜져서다. 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 혁신금융서비스 등 특화전문은행과 유사한 서비스에 대해선 이미 인가를 진행 중이란 입장이다.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전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논의 과정에서 SVB 사태 등으로 상황 논리에 후퇴한 단계인데, 한국보다도 과점도가 떨어지는 영국조차도 '챌린저 뱅크'를 통해 과점구조에 변화를 시도했던 점을 상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금리 급등기 은행이 초과수익을 누린 것은 이자 때문이 아닌 절대적인 대출 규모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은 등락을 거듭했지만 1% 내외에서 별다른 변동이 없다"면서 "진단이 본질과 동떨어지다 보니 나타난 결과"라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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