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리는 것만 빼고 내렸다…라면값 금융위기후 최대폭 상승
이른바 ‘대표 서민 음식’ 라면의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6월 라면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23.95로 지난해 동월 대비 13.4% 상승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2월(14.3%) 이후 14년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지난 5월 13.1%를 보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았는데 한 달 만에 기록을 갈아치웠다.
라면 물가 상승률과 전체 물가 상승률 간 격차는 10.7%포인트 벌어지게 됐다. 지난달 전체 물가 상승률은 2.7%였다. 전체 물가 상승률은 둔화세를 보이지만 라면은 오히려 상승 곡선을 그려 격차가 커지는 모습이다.
식품업계가 라면값을 계속해서 올리는 이유로는 원자재 가격·에너지 비용 상승 등이 있다. 농심 관계자는 “국제 밀 가격이 큰 폭 인하되기는 했지만 실제로 적용받고 있는 것은 5% 정도에 불과하다”며 “밀가루 외에 다른 원재료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다 에너지 비용, 인건비, 물류비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달에는 정부의 물가 안정 시책에 맞춰 라면 제조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잇달아 내리면서 라면의 물가 상승률도 완화될 전망이다. 농심은 이번 달 신라면 출고가를 4.5% 인하했고, 삼양식품은 삼양라면, 짜짜로니, 맛있는라면, 열무비빔면 등 12개 대표 제품의 가격을 순차적으로 평균 4.7% 내렸다.
오뚜기 역시 스낵면과 참깨라면 등 15개 제품 가격을 평균 5.0% 인하하고, 팔도는 일품해물라면, 왕뚜껑봉지면 등 11개 제품 소비자 가격을 평균 5.1% 인하했다.
다만 각 회사의 주력 상품이 인하 대상에서 빠지면서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하하더라도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농심은 신라면 가격을 내렸지만 안성탕면, 짜파게티, 너구리 등의 가격은 그대로 유지했다. 삼양식품(불닭볶음면), 오뚜기(진라면), 팔도(팔도비빔면) 등 주력 제품의 가격도 내려가지 않았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정부, 사회적 여론에 밀려 어쩔 수 없이 하는 생색내기식 가격 인하가 아닌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가격 인하를 해야 할 것”이라며 “업체들은 지난해 인상했던 가격 인상률과 제품 종류에 걸맞은 가격 인하를 결정해 소비자에게 부담시켰던 경제적 부담을 확실히 회복시켜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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