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방판사, 바이든 행정부에 SNS업체 접촉 제한 명령…"검열 안돼"
안보 등 일부 사안 제외 소통 금지…백악관 "명령 검토"
미국 법원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업체간 접촉을 제한하는 예비 명령을 내렸다. 바이든 행정부가 SNS 게시물 및 게시 정책에 대해 과도하게 간섭할 경우, 표현의 자유가 명시된 '수정 헌법 1조'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 것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가짜정보 확산 차단'과 '표현의 자유 수호'라는 두개의 가치 속에서 정부 역할을 둘러싼 논쟁은 한층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루이지애나주 지방법원의 테리 도티 판사는 이날 155쪽 분량의 명령문을 내놓고 미 백악관과 연방기관 관계자들이 SNS 업체와의 접촉을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예비 명령을 부과했다.
이번 판결은 바이든 행정부가 SNS상에 떠돌아다니는 가짜 정보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명목으로 거대한 '연방 검열 기업(federal censorship enterprise)'을 육성했다고 공화당 소속의 미주리와 루이지애나 전 법무장관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나오게 됐다.
이들은 연방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와 가짜 정보에 대한 위협을 이용해 정부에 동의하지 않는 견해가 나오지 못하도록 사실상 검열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정부 관리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방해하거나 대선 전복을 시도하는 메시지들에 대응하는 데 있어 SNS 기업들을 지나치게 독려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인 헌터 바이든과 관련한 게시물도 지우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도티 판사는 바이든 행정부의 행위가 표현의 자유를 담은 '수정헌법 1조'에 반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그는 "광범위한 의심과 불확실성으로 점철된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미 정부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진실을 판단해주는) '진실부'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원고들이 막대한 검열 캠페인으로 인해 자신이 피해자가 됐음을 증명하는 실질적인 증거를 제시했다며 게시물을 삭제하는 식의 일이 주로 보수적인 관점에 맞춰져 있었다고 판결했다.
도티 판사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 수정 헌법 1조에 근거해 법무부, 국무부, 보건복지부와 연방수사국(FBI) 등 여러 정부 기관들이 "표현의 자유를 담은 콘텐츠의 삭제, 억압, 축소 등을 종용하거나 부추기거나 압박하거나 설득·유도하는 목적으로 SNS 업체와 대화하는 것을 제한한다"고 명령했다. 다만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 범죄 행위, 투표 압박 등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예외가 적용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 임명된 도티 판사는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내린 이번 명령은 이 사건에 대한 최종 판결을 하기에 앞서 정부가 SNS 업체와 소통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나온 것이지만, 사실상 원고인 공화당 측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외신들은 평가하고 있다.
이번 명령으로 SNS상에 떠도는 가짜 정보 확산을 막는 과정에서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지에 대한 논쟁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WP는 "정부가 SNS 업체와 협력해 아동 성 문제나 테러 등 각종 범죄 행위를 해결하려고 시도해왔는데 이번 판결이 이러한 노력을 무산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2016년 대선 이후 미 정부가 SNS 업체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시작해 코로나19 시기 이러한 소통이 정점을 찍었는데 이 과정이 모두 중단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에벨린 듀크 스탠퍼드대 교수는 "이번 명령은 놀라울 정도로 광범위하고 정부 관계자와 SNS 플랫폼 간의 접촉을 막겠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올해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딥페이크 확산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내년 11월 미국 대선이 예정돼 있어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면서 SNS상에 떠도는 가짜 정보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명령에 대해 백악관 측은 WP에 피고인 법무부가 법원의 명령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는 전염병과 선거에 대한 외국 세력의 공격이 발생했을 때 공중 보건과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조치를 장려했을 뿐"이라며 "SNS 플랫폼은 미국인에게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이되 동시에 자신들이 제공하는 정보에 대해서는 독립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는 관점을 우리 행정부는 꾸준히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여성 연락처만 100여개…세금만 70억 내는 남편, 성매매 중독자"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한 달에 150만원 줄게"…딸뻘 편의점 알바에 치근덕댄 중년남 - 아시아경제
- "주연은 200억도 받는데" 3000원 안되는 시급 10% 삭감에 발끈한 中 단역배우들 - 아시아경제
- "흠뻑 젖은 티셔츠 무려 12장"…공항서 딱 걸린 여대생 무슨 일? - 아시아경제
- "가격 올라도 괜찮아요" 손님이 휴지에 쓴 편지…업주 '울컥' - 아시아경제
- 암 치료에 쓰라고 2억 모아줬더니 새 집 산 20대…분노한 中 누리꾼 - 아시아경제
- 조종사들도 기다렸다가 '찰칵'…송혜교 닮았다는 中 여성 파일럿 - 아시아경제
- 잘 키운다더니 죽여 먹었다고?…반려견 4마리 학대 남성에 태국 발칵 - 아시아경제
- "돈 많아도 한남동 안살아"…연예인만 100명 산다는 김구라 신혼집 어디?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