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뇌 전이 폐암, 절망에서 희망으로… 가능케 한 것은?

신은진 기자 2023. 7. 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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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랑 인터뷰>

당장 임종을 준비해야 할 만큼 뇌·뼈 전이가 심각했던 폐암 환자에서, 이젠 혼자서 일산 호수공원 산책을 즐길 만큼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최정임(73)씨의 이야기 들려 드립니다.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치료를 시작했던 최정임씨는 '내가 참 복이 많다'는 생각을 하며 날마다 살아갑니다. 그의 주치의 국립암센터 종양내과 안병철 교수를 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뇌전이 폐암 4기 진단 후 치료 중인 최정임 환자와 주치의 국립암센터 종양내과 안병철 교수/신지호 기자
어느 날 갑자기 4기 폐암 환자로
3년 전, 어깨 통증과 두통으로 병원을 찾은 최정임씨는 '폐암 4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젊었을 땐 달리기 선수였고, 40년 넘게 남대문에서 옷을 판매할 만큼 건강했습니다. 평생 술과 담배를 하지 않은데다 가족 중 폐암 환자가 아무도 없었기에 암은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습니다. 그러던 그에게 폐암 4기 진단은 충격적이었습니다. 

폐암 말기 진단을 받은 그는 억울한 마음에 눈물부터 났습니다. 믿기지 않아 세 번이나 검사를 다시 했으나 결과는 같았고, 주위에서 “뇌와 뼈까지 전이된 폐암은 약을 써도 소용이 없으니 임종을 준비해야 한다”는 뜬소문만 들렸습니다. 희망이 없다고 생각해 삶을 정리하기 시작한 최정임씨에게 국립암센터 종양내과 안병철 교수는 그럼에도 치료를 시작해보자고 설득했습니다. 그렇게 최정임씨의 삶이 바뀌었습니다.

방사선 치료 후 1세대 표적치료제로 항암 치료를 이어가자 효과가 금세 나타났습니다. 어차피 희망이 없단 생각에 “차라리 빨리 죽게 해달라”고 기도했지만, 다행히 최정임씨는 건강이 서서히 좋아지는 걸 느끼면서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었습니다.

한 고비 넘긴 뒤 찾아온 시련…​ 내성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1세대 표적치료제로 치료를 시작한 지 1년이 돼가던 어느 날 다시 어깨 통증과 두통이 시작됐습니다. 약에 내성이 생겨 암이 다시 커지고, 전이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내성이 생겼다는 건 암이 약에 적응해 더는 효과가 없는 걸 말합니다. 표적치료제는 대개 1년 정도 사용하면 내성이 생깁니다. 암은 계속해서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살아남을 수 있는 방향으로 유전자를 변형시켜 병을 진행시키기 때문에 어떤 약을 사용하더라도 언젠가는 내성이 생깁니다. 

일단 내성이 생긴 약은 더는 사용할 수 없기에 효과가 있는 약을 다시 찾아야만 합니다. 최정임씨의 경우 뇌전이가 특히 심각한 비소세포폐암 환자였기에 적절한 약을 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 컸습니다. 안병철 교수와 최정임씨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약을 찾기 위한 다양한 검사를 시행했습니다. 검사 결과, 최씨는 EGFR 돌연변이가 있는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이면서 T790M 돌연변이도 있는 경우였습니다. EGFR 돌연변이는 비흡연자와 동양인과 여성에 많은 돌연변이이고, T790M 돌연변이는 1, 2세대 EGFR 양성 돌연변이 표적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에서 2명 중 1명꼴로 발견되는 돌연변이입니다. 

뇌전이 폐암에 ‘새 희망’ 된 3세대 표적치료제 
원인을 찾은 최정임씨는 뇌전이 폐암에 특히 효과가 좋다는 3세대 표적치료제로 다시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3세대 EGFR 표적치료제는 최신 폐암치료제로, T790M 돌연변이로 인해 1, 2세대 표적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에게 효과적입니다. 기존 치료제보다 뇌혈관장벽 투과율이 좋아 뇌전이 폐암환자에게 효과가 더욱 좋다는 여러 임상결과가 있습니다. 해외에선 처음 진단을 했을 때 뇌전이가 있는 환자에게 3세대 표적치료제를 바로 사용할 정도입니다. 대표적인 3세대 표적치료제로는 레이저티닙 등이 있습니다. 

최정임씨 역시 레이저티닙을 선택해 치료를 시작했고, 치료 시작 3개월 만에 뇌전이로 인한 두통과 뼈 전이로 인한 전신 통증이 사라짐을 느꼈습니다. 기침과 가래가 줄어 숨쉬기도 한결 편해졌습니다. 통증 때문에 고개를 돌릴 수도 없던 최정임씨는 요즘 혼자서 식사를 하고, 산책도 즐깁니다. 

<최정임씨>

최정임 환자
-내성 때문에 약을 바꾼 후 변화가 있었나요?
"약을 바꾸고 나서 불편한 건 없습니다. 이전 약은 하루에 한 번, 지금은 하루에 세 번 먹는데 속이 불편하다든가 하는 문제 없이 이전과 같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겪을 수 있다고 알려진 부기나 피부 문제도 전혀 겪지 않았습니다. 폐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하면서부터 식욕이 사라지긴 했습니다. 그래도 살려고 하니 먹어집니다."

-몸이 다시 좋아지고 있단 걸 느끼시나요?
"그렇습니다. 검사 결과에서도 그렇지만, 좋아진다는 걸 체감하니 치료 생활에 큰 힘이 됩니다. 주변 사람들도 얼굴이 많이 좋아졌다고 얘기합니다. 처음 폐암 진단을 받았을 땐 얼마 안 남았다고 해서 온 가족이 울었는데 치료를 잘 받으니 죽지 않고 이렇게 좋아졌습니다. 제가 복이 많습니다."

-폐암 치료를 받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젊었을 때 운동선수이기도 했지만,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해 치료에 도움이 됐습니다. 요즘엔 어지러울 때가 있어 운동을 많이 하진 않지만, 하기 싫어도 꾸준히 걷습니다. 저처럼 의지를 다지고 즐겁게 사시면 좋겠습니다. 절대 술도 마시지 말고, 담배도 피우지 마세요. 교수님도 저는 술과 담배를 안 해서 빨리 낫는다고 했습니다. 밥을 잘 먹고 운동을 하는 게 최고입니다. 다른 게 없습니다."

<안병철 교수>

안병철 교수
-처음과 비교했을 때 최정임 환자의 현재 건강상태는 어떤가요?
"최정임 환자는 처음에 병원을 찾았을 때 상당히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어깨 통증이나 두통, 기침, 가래 등이 있긴 해도 자신은 매우 건강하다고 생각했는데 병원을 방문했을 땐 이미 폐에 큰 암 덩어리가 있었고, 뼈와 흉막 등에도 전이가 이뤄진 상태였습니다. 특히 뇌를 둘러싼 머리뼈와 뇌막의 전이가 심각해, 암 덩어리가 뇌를 누르고, 밀어내 인지 기능 장애, 기억력 악화,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 상태였습니다. 

1세대 표적치료제를 사용하면서 이런 증상들이 개선됐으나 1년쯤 지나 약 내성이 생겼습니다. 혈액검사와 조직검사를 다시 했고, T790M 돌연변이를 확인해 3세대 표적치료제를 바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환자 혼자서도 여러 활동이 가능합니다. 최정임 환자는 처음 병원을 왔을 때 통증이 너무 심해 혼자 고개도 못 돌리는 상태였고 누워만 있었는데, 지금은 여러 활동을 할 수 있을 만큼 많이 좋아졌습니다." 

-3세대 표적치료제를 선택할 때 뇌전이 환자라 특별히 고려한 부분이 있었나요?
"있습니다. 뇌는 '고립된 지역'이란 표현을 할 만큼 뇌를 싸고 있는 막 때문에 항암제가 잘 전달되지 않습니다. 뇌에 잘 전달되는 약이냐 아니냐를 가지고 최신 약이냐 아니냐를 판단할 정도입니다. 3세대 표적치료제는 뇌 침투율이 상당히 좋은 편인데, 뇌전이가 있는 환자의 경우 특히 뇌 침투율이 좋다는 약제를 선택합니다. 현재 최정임 환자는 CT와 MRI 검사에서 암 크기가 30% 이상 줄어든 게 확인됐습니다." 

-현재 사용 중인 약은 얼마나 증상을 더 개선할 수 있을까요?
"최정임 환자는 현재 3개월째 3세대 표적치료제를 사용 중인데, 표적치료제는 3~6개월 내에 최대 효과가 나타난 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특성이 있기에 3개월 후에 더욱 좋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3개월 후의 상태만 쭉 유지하더라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습니다. 3차 표적치료제를 2차 치료제로 사용했을 때 내성이 생기기까진 평균 13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땐 그때 상황에 맞춰 또다른 약제를 사용하면 됩니다." 

-폐암 진단, 내성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은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전공의 시절에 당시 폐암은 진단받으면 6개월~1년만 사는 병이었습니다. 약도 한 가지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표적치료제, 면역치료제, 항체치료제가 나왔고, 다양한 치료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거의 안 좋은 기억이나 뉴스만을 떠올리고 폐암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지금도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정임 환자처럼 치료만 하면 2년 이상 아주 건강하게 본인 생활을 하며 지내는 분들도 있다는 걸 꼭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환자의 상태에 맞춰 맞춤 치료가 개발돼 있습니다. 전문의와 상담해 자신에게 맞는 치료제만 찾는다면, 계속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는 걸 꼭 명심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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