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국' 고민 많은 기업들…투자금 50% 정부 지원에 유턴 판 깔렸다
정부가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 국내 복귀(유턴) 기업에 투자금 50% 이상을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중국 사업이 어려워진 기업들의 숨통이 트였다. 미중 패권전쟁으로 중국 사업 리스크가 높아진 상황에서 국내로 돌아올 만한 '판'을 정부가 깔아줬기 때문이다. 다만 지원금 상한액이 정해져 있어 대기업 보다는 중소기업 유턴에 더 적합하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심각하면 中 공장 팔고 장비 韓으로 옮긴다"= 정부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유턴 기업 투자금 최소 50%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은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4일 발표했다. 정부 발표를 들은 기업들은 중국 시장이 워낙 매력적이긴 하지만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크지 않고 미중 경쟁 때문에 사업 리스크가 높아져 고민하고 있던 시기에 나온 정책방향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대기업들조차 중국 사업에서 제대로 기를 못 펴고 있다. 삼성전자가 '2023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공개한 중국 지역 지난해 순매출액은 35조6000억원으로 2021년(45조6000억원)보다 21.9% 줄었다. SK하이닉스는 회사 낸드플래시 생산 20%를 차지하는 중국 다롄 공장 철수설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 10월 말 실적발표회(컨퍼런스 콜)에서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이 '매우 심각한 상황'을 전제로 "중국 팹(공장)을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 오면 팹을 매각하거나 장비를 한국으로 가지고 오는 시나리오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을 정도다.
◆"韓 협력업체 밸류체인 매력적"= 한국에서는 2013년 유턴법이 생겼지만 2020년까지 8년간 유턴 기업은 약 80곳에 불과할 정도로 실행률이 낮았다. 유턴 대기업은 2019년 중국에서 울산으로 돌아온 현대모비스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유턴을 실행에 옮기기 어려웠던 반도체 기업들도 이번엔 정부 지원을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 미중 갈등이 심해져 '1년 시한부' 미국 설비 규제 유예에만 기대기 힘든 상황이 발생하면서 기업 시각이 달라진 셈이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중국 공급망을 다른 곳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인도, 베트남, 싱가포르 등보다는 한국이 낫다"며 "해외 공급망을 다시 만들려면 인력 양성, 대관, 고객(세트 업체) 영업 등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데 이제는 정부 유턴 기업 지원, 삼성전자·SK하이닉스 용인 투자 등으로 '소부장-팹리스-제조업체' 공급망도 단단해져 차라리 다른 나라로 옮길바엔 한국이 나은 상황"이라고 했다.
◆"韓 인건비 부담 여전…보조금 상한액 너무 적어"= 다만 최저임금 폭등 등으로 한국 인건비가 너무 비싸고 정부 지원 규모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정도로 적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 지원 상한액은 600억원(수도권은 300억원)이다. 반도체 라인 하나를 까는데 조(兆)단위의 비용이 드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 보조금 지원액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 미중 갈등 때문에 중국 영업이 힘든 중소업체가 유턴을 고려할 수는 있어도 대기업 호응을 유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이미 용인에 천문학적인 액수를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사업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상 한국으로 유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오히려) 유턴하는 것이 중복 투자"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 C씨는 "미국은 서버 고객, 중국은 모바일 고객이 가장 큰 매력인데 한국으로 유턴하든 인도, 베트남으로 설비를 옮기든 고객사 확보 측면에서 불가피하게 손해를 볼 것"이라며 "유턴해서 영업망, 인력, 설비 모두 중국 공장 수준으로 복원해도 중국 사업을 정상적으로 할 때처럼 주요 고객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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