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 추징금 31억→100만원… 대법 "특정된 범죄수익만 추징 대상"

최석진 2023. 7. 5.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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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을 통해 얻은 수십억원의 범죄수익에 대한 추징을 요청했지만 불과 100만원의 추징이 인정된 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추징은 특정된 범죄수익에 대해서만 할 수 있다는 법리에 따라 내려진 판단이다.

한 도박 현장에서 압수된 현금. [이미지출처=연합뉴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및 도박개장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 10개월과 100만원 추징명령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3년 2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조카 B씨와 B씨의 지인 C씨 등과 공모해 유사 스포츠토토를 발행하는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했다. A씨는 캄보디아에서 사이트를 개설한 뒤 프로그램 개발이나 해외서버 관리를 맡았고, B씨와 C씨는 국내에서 콜센터 사무실을 열고 회원으로 가입한 손님들로부터 도박자금을 송금받아 게임머니를 충전해주고, 경기 결과를 맞춘 손님들에게 게임머니를 지급한 뒤 환전해 계좌로 이체해주는 일을 맡았다.

이들이 개설한 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한 손님들은 국내 혹은 해외에서 진행되는 축구, 야구, 농구 등 운동 경기에 5000원부터 50만원까지의 게임머니를 걸고 베팅을 했고, 경기 결과를 적중한 경우 베팅한 게임머니에 미리 정해진 배당률을 곱한 게임머니를 지급받았다.

A씨는 또 국내에서 활동하던 B씨와 C씨가 체포되자 2014년 9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또 다른 불법 도박사이트를 개설해 운영했다.

검찰 수사 결과 A씨는 2개의 불법 도박사이트를 통해 각각 22억8700만원과 8억1000만원 상당의 유사 스포츠토토를 발행했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 징역 3년과 추징금 약 31억원을 명령했다.

A씨가 과거 도박개장죄나 게임산업진흥법위반죄 등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과 B씨와 C씨가 체포된 이후에도 범행을 계속한 점 등이 불리한 양형사유로 고려됐다. A씨는 자수를 위해 자진 귀국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A씨가 2022년 1월 캄보디아 경찰에 체포됐을 당시 30억원을 제시하며 석방을 요청한 점이나 수사 과정에서 범행 일체를 부인했던 태도 등에 비춰 믿기 어렵다고 봤다.

다만 A씨가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모두 시인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과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한 2급의 지체장애가 있는 점, 2021년 캄보디아 여성과 결혼해 아내와 어린 아들을 부양해야 하는 점 등이 참작됐다.

2심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A씨의 추가 범행사실을 발견, 공소장변경을 신청해 법원의 허가를 받았다. 2015년 4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사이트를 개설해 약 17억5000만원을 입금받은 혐의였다.

검찰은 앞서 1심에서 인정된 31억원의 추징액에 추가된 공소사실로 인한 범죄수익을 더해 약 48억4700만원의 추징을 구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A씨 측의 '추징에 대한 법리오해 내지 사실오인' 주장을 받아들여 추징액을 100만원으로 낮추고 징역 1년 10개월을 선고했다. A씨가 판매한 유사 스포츠토토 대금이나 손님들이 계좌로 송금한 돈을 모두 A씨의 범죄수익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였다. 또 3개의 사이트를 운영할 때 각각 공범자들이 달랐는데, 이들과의 수익 분배가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입증자료가 부족해 A씨의 범죄수익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먼저 몰수·추징에 관한 기존 대법원 판례를 원용했다.

대법원은 "몰수·추징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나 추징액의 인정 등은 범죄구성요건사실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엄격한 증명은 필요 없지만 역시 증거에 의해 인정돼야 함은 당연하고, 그 대상이 되는 범죄수익을 특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추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또 대법원은 2007년 유사 체육진흥권 발행에 따른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죄의 공범자들이 있었던 사례에서 "국민체육진흥법 제47조 2호에 따라 처벌받는 자가 유사행위를 통해 얻은 재물은 국민체육진흥법 제51조 1항 및 3항에 의해 추징의 대상이 되고, 위 추징은 부정한 이익을 박탈해 이를 보유하지 못하게 함에 목적이 있으므로, 수인이 공동으로 유사행위를 해 이익을 얻은 경우에는 분배받은 금원, 즉 실질적으로 귀속된 이익금을 개별적으로 추징해야 하고, 그 분배받은 금원을 확정할 수 없을 때에는 이를 평등하게 분할한 금원을 몰수·추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밖에도 대법원은 2012년 "게임 이용자들에게 환전해 준 금원이 있는 경우 그 범죄로 얻은 수익은 매출액에서 게임 이용자들에게 환전해 준 금액을 공제하고 남은 금액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2심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처럼 A씨가 발행한 총 사설 스포츠토토 판매대금이나 A씨나 공범들의 계좌로 입금된 돈 전체를 범죄수익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사는 각 공소사실에 기재된 금원 전액인 약 48억4700만원(22억8700만원+8억1000만원+17억5000만원)에 대한 추징을 구한다. 그런데 위 금원은 공소사실에 의하더라도 유사 체육진흥권을 발행한 금액이거나 피고인이 도박 사이트 회원들로부터 입금받은 금액으로 보인다"라며 "공소사실 자체에 의해도 위 금원 전액이 피고인에게 귀속된 범죄수익인지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 자체에 회원들에게 돈을 입금받아 게임 머니, 사이버 머니로 충전해 주고, 결과를 맞춘 자들에게 환전해 주는 도박사이트의 수익 구조가 기재돼 있는데, 피고인의 범죄수익과 관련해 위 충전, 환전에 대한 계산이 적절하게 이뤄졌다는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A씨 일당이 사설 스포츠토토를 판매하고 입금받은 돈 중에 다시 경기 결과를 맞춘 손님에게 환전해 준 돈은 범죄수익에서 공제돼야 하는데 이에 대한 계산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다.

나아가 재판부는 "첫 번째 공소사실의 공모자는 B씨, C씨이고, 세 번째 공소사실의 공모자는 '성명불상자 등'이며 피고인은 D씨 등이 주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 주장에 부합하는 증인들의 진술도 있다"라며 "공모자들의 수익과 그 수익 분배내역도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나머지 공범들이 먼저 재판을 받고 추징을 선고받은 사실을 A씨의 추징액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고려하지 않은 것도 잘못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B씨, C씨에 대한 사건에서 B씨로부터 2000만원을, C씨로부터 1500만원을 각 추징하는 판결인 선고 및 확정됐는데, 적어도 B씨, C씨에 대한 추징액은 피고인에 대한 추징액 산정에서 고려돼야 하는데, 검사가 추징을 구하는 액수 및 원심 판결에서 선고한 추징액에는 이에 대한 고려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피고인이 비록 B씨, C씨보다 상급자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B씨, C씨보다 많은 수익을 얻었다고 단정해 추징액을 산정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또 재판부는 "검찰은 계좌이체 내역 등을 근거로 추징을 구하는 금액을 산정한 것으로 보이나 이상과 같은 사정들을 고려할 때, 계좌이체 내역 전부를 만연히 피고인의 수익으로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결국 재판부는 유사 체육진흥권 발행으로 A씨가 얻은 수익에 대한 검찰의 추징 구형은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A씨가 B씨와 C씨를 범행에 가담시킨 대가로 받은 소개비에 대한 추징만 인정했따.

재판부는 "피고인은 B씨, C씨의 범행 가담에 따른 소개비 등으로 미화 1000달러(한화 약 100만원)를 받은 사실은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인정하고 있다"라며 "따라서 피고인이 위 미화 1000달러를 이 사건 범죄로 얻었다는 것은 인정된다. 구체적으로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환율을 고려해 한화 100만원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양형 이유에 대한 판단에서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으로 상당한 수익을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그러나 그 수익액을 명확하게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범행에 있어서 A씨의 역할과 관련 "관련자들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은 도박사이트의 운영에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그러나 피고인이 모든 도박사이트를 총괄하는 수괴였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A씨의 자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당심에 제출된 피고인의 휴대전화 포렌식 보고서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영사에게 전화한 것은 체포 이후이므로 자수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석방을 위해 캄보디아 경찰에게 거액을 제시하였다는 것도 믿기 어렵다"라며 1심 재판부가 A씨에 대한 불리한 양형 이유로 판단한 석방 시도 사실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도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국민체육진흥법 제51조 3항의 추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또 대법원은 2심에서 자수감경이 이뤄지지 않아 위법하다는 A씨 측 상고이유에 대해 "자수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법원이 임의로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음에 불과해 원심이 자수감경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며 A씨의 상고도 기각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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