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성범죄]①'모르는 여성에게 전화해 성희롱'… 통신 성범죄 4년간 8배 폭증

공병선 2023. 7. 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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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전북 전주에서 거주하던 20대 남성 A씨는 화장품 판매점 등 여자 종업원이 근무하는 가게를 무작위로 골라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통신음란 혐의는 전화나 우편, 컴퓨터 등 기타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킬 때 적용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부는 함께 게임하던 유저에게 부모에 성기 비하, 성행위 묘사 등 성적 발언을 해 통신음란 혐의로 1심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40대 남성에게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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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음란행위 사건 작년 1만건 넘어
기소율 겨우 26%…현행법상 범죄 입증 어려워

지난 1월 전북 전주에서 거주하던 20대 남성 A씨는 화장품 판매점 등 여자 종업원이 근무하는 가게를 무작위로 골라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는 여성이 전화를 받으면 다짜고짜 음담패설을 했다. 그렇게 두 달 동안 수십여차례 전화를 걸었다. 피해자들은 A씨를 통신매체이용음란행위(통신음란) 혐의로 신고했고 경찰은 A씨에 대해 검찰에 구속송치했다. 뚜렷한 대상이나 이유가 없는 범행이었지만 통신음란 혐의에 해당한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통신음란 사건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 현행법상 통신음란에 해당하는 행위를 해도 수사기관이 범죄 성립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에 따라 통신음란 범행을 저지르면 반드시 실질적인 처벌을 받도록 법규를 정비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온다.

4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통신음란 사건은 총 1만563건으로 2018년 1365건보다 8배 폭증했다. 이 기간 중 2019년 1437건, 2020년 2047건, 2021년 5068건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다 작년에 특히 수직 상승했다.

전체 성폭력 사건에서도 비중이 커지고 있다. 2018년에는 전체 사건 중에서 4%에 불과하던 통신음란 사건이 지난해에는 26%로 증가했다. 강간 및 강제추행, 카메라등이용촬영, 성적목적공공장소침입 등 다른 성범죄 발생 건수는 매년 큰 변동이 없다.

통신음란 신고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데는 대법원 판결이 기여했다. 2018년 대법원은 통신음란에 해당하는 행위를 '성행위나 성관계를 직접적으로 목적하는 것'을 넘어 '상대방을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방식으로 성적 욕망을 채우는 것'까지 포함하는 판결을 내렸다. 꼭 성적 행위를 묘사하지 않고 성적인 농담이나 욕설을 해도 통신음란에 해당하는 셈이다. 누군가를 특정하는 '특정성'이나 여러 사람 앞에서 해당 행위를 하는 '공연성'이 없더라도 통신음란 적용이 가능하다.

통신음란 혐의는 전화나 우편, 컴퓨터 등 기타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킬 때 적용된다.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으로 처벌하며, 형량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통신음란도 성범죄, 즉 강력범죄이기에 유죄 판결을 받으면 취업제한, 신상정보 공개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검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통신음란 범죄의 기소율은 27%다. 강력범죄의 평균 기소율이 44.3%인 것에 반해 낮은 편이다. 이는 '성적 욕망을 채우는 행위'를 판단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통신음란 혐의는 상대방의 성적수치심보다는 성적욕망을 추구하는 행위였는지가 범죄 구성 요건의 핵심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부는 함께 게임하던 유저에게 부모에 성기 비하, 성행위 묘사 등 성적 발언을 해 통신음란 혐의로 1심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40대 남성에게 항소심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적 욕망이 개입됐다기보다 자신의 분노를 표출한 것"이라며 "피해자의 모욕감, 분노감 등을 유발해 통쾌함과 만족감을 느끼는 데 목적이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통신음란을 적용하면 신상정보 공개, 취업제한 등 강력한 처벌이 뒤따르기에 게임상에서 성적인 표현이 섞인 욕설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기에는 부담이 있다"며 "모욕죄 등 통신음란과 중첩되는 법이 산재해 있는데 하나의 법으로 통일해 합당한 처벌까지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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