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수단된 코인]②“지능화·고도화에 홀리게 마련…예방이 최선”
올 들어 총 23건, 5억2700여만원 상당 범죄 막아
"범죄가 발생한 후 100% 피해 회복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아요. 고객이 가상자산 관련 범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미리 막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23년간 경찰로 활동하다 지난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에 합류한 장석원 코인원 이용자보호센터장. 그는 가상자산 거래를 하는 코인원 고객들이 혹시 모를 범죄에 노출되지 않도록 살피는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다. 코인원 이용자보호센터는 지난해 2월 신설됐다. ▲이상거래 ▲클라이언트 해킹 ▲금융사고 등에 대한 처리를 담당하고 있다. 수사기관에 대한 대응, 채권추심 압류 및 해제 등 공공기관 대응, 고객 민원 등 대내외 이용자 보호 업무도 담당한다. 또 이상거래를 탐지하는 시스템의 고도화와 개선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장 센터장은 이용자보호센터를 이끌면서 고객 피해 예방에 차별점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상거래를 감지하면 고객에게 직접 연락해 설명하며 범죄 가능성을 알린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이상거래 탐지 모니터링과 선제 조치의 결과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총 23건의 가상자산 범죄를 사전에 막았고 피해 예방액만 해도 5억2700여만원에 달한다.
그는 과거 경찰에 몸담고 있던 시절 보이스피싱 범죄에 노출됐다 경찰의 도움으로 피해를 막은 사례를 여러 차례 경험했다. 장 센터장은 "자동화기기에 현금을 넣는 할머니를 보고 이유를 물었더니 '딸이 사고 났다는 전화를 받았다'는 대답을 듣고 일단 입금을 막아 보이스피싱 범죄를 예방했다"고 했다.
최근 가상자산 관련 범죄도 보이스피싱, 로맨스스캠 등 유형이 다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맨스스캠은 로맨스와 신용사기를 의미하는 스캠의 합성어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상대방에게 관심이 있는 것처럼 접근한 후 자산을 빼앗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정 센터장은 최근에는 이런 범죄가 결합되고 수법도 진화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각각의 범죄였지만 이게 결합되고 심리적 공격도 점점 고도화돼 결국 홀리게 된다"라며 "범죄자에게 가상자산을 전송하게 되면 다시 찾는 게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이상거래 신호가 있으면 고객에게 알리고 출금 제한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용자보호센터장으로 근무하면서는 로맨스스캠 사기 시도를 막은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가상자산을 다른 거래소나 지갑으로 옮기려면 전송하려는 지갑 주소를 등록해야 하는데 이때 본인식별 정보가 포함된 동영상 또는 스크린샷 등을 받아 검증 절차를 거치게 된다"라며 "60대 남성 고객이 제출한 동영상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텔레그램 등 메신저를 비롯해 원격제어 애플리케이션과 번역기 앱 등이 설치돼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이상하게 생각해 500만원 상당의 로맨스스캠 사기 시도를 막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해당 고객이 이용자보호센터 직원과의 통화에서 '미용실을 하는 일본인 친구를 통해 채굴 투자를 하려고 한다'라고 말하고 등록 지갑 주소 별칭이 타인의 이름으로 등록된 점도 범죄 연루 의심을 키웠다. 가상자산 출금을 제한하고 유의사항을 안내했고 해당 고객은 금융회사에 신고도 접수했다.
그는 가상자산 관련 범죄를 예방하려면 각종 수칙을 숙지하고 항상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출처가 불분명한 스마트폰 앱 설치 요구에 응하지 않고 경찰·검찰·금융감독원 등을 사칭해 입는 피해가 많다는 점을 알고 일단 의심부터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악성 앱이 설치돼 있을 수 있으니 범죄 피해 가능성이 의심되면 다른 스마트폰으로 수사기관이나 코인원 고객센터로 연락해달라고도 했다. 또 각 거래소와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닥사) 등이 제공하는 투자 유의 교육 동영상을 시청한 후 안전하게 투자하는 것도 권했다.
끝으로 장 센터장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시행되면 투자자들이 이전보다 더 보호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제정안은 증권 성격의 가상자산에 대해서 자본시장법을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가상자산을 불공정거래 할 경우 손해배상 책임과 과징금을 부과하는 근거 등도 마련하고 외국에서 발생한 불공정거래로 국내에 영향을 미칠 경우 법 적용 대상이 되도록 했다. 아울러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나 시세조종·부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불공정 행위로 규정하고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5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 센터장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나머지 가상자산 관련 법안들도 하루빨리 논의돼 기준이 정립되고 투자자 보호와 산업 진흥책도 균형 있게 논의되면 시장이 좀 더 투명해지고 범죄 피해도 더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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