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오염수 방류 권장·승인 아냐"... 일 언론 "어민 우려 여전"
[윤현 기자]
▲ 7월 4일 일본 도쿄 '일본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서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 EPA=연합뉴스 |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기준에 적합하다'고 평가하면서도 '권장하거나 승인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4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만나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의 안전성에 관한 최종 보고서를 전달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후 기자회견에서 수십 년에 걸친 해양 방류의 안전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이냐는 질문에 "후쿠시마 원전 내에 IAEA 사무소를 설치하고, 전문가들이 상주하며 검증을 계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 7월 4일 대중에 공개된 IAEA의 후쿠시마 제1원전 알프스 처리 오염수(일본 정부 표기는 처리수) 관련 보고서 중 일부. IAEA는 "보고서에 포함된 정보의 정확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주의를 기울였지만, IAEA와 회원국은 이 보고서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빨간색 네모)라고 밝혔다. 또한 그로시 사무총장은 서문에서 "이번 보고서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방류 방침을 권장하거나 승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써놨다. |
ⓒ IAEA |
이에 대해 <마이니치신문>은 "어민들의 풍평 피해(소문에 의한 피해)에 대한 우려를 불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한국이나 중국 등 해외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방류를 향한 장애물이 높은 것은 여전하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 신문은 IAEA 보고서가 "오염수 해양 방류를 권장하거나 승인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것에 주목했다.
실제로 IAEA는 사무총장 서문에서 "처리수 해양 방류는 일본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며 "이번 보고서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방류 방침을 권장하거나 승인하는 것이 아니다(neither a recommendation nor an endorsement)"라고 밝혔다. 아울러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해양 방류 방침이 사회적, 정치적, 환경적 우려를 제기했다"라고도 덧붙였다.
또한 IAEA는 보고서 표지 바로 다음 장에 "보고서에 표현된 견해가 반드시 IAEA 회원국의 견해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보고서에 포함된 정보의 정확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주의를 기울였지만, IAEA와 회원국은 이 보고서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라고 명시해놨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4일 기자회견에서 '방류 말고 다른 방법은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정한 양의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물을 방류하는 것은 한국·미국·중국·프랑스를 포함해 여러 나라에서 이뤄지고 있는 일"이라고 답했다.
또한 "IAEA가 평가한 5가지 방법 중 세 가지는 지금으로서는 현재 존재하는 기술이 아니고, 증기 배출과 해양 방류 중 현재 가능한 두 가지 방법 중 일본 정부가 해양 방류를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는 일본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며 "우리(IAEA)는 방류가 현재 존재하고, 입증된 사례도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덧붙였다.
▲ 2023년 3월 8일 일본 후쿠시마현 소마시의 한 둑에서 어부들이 어선을 기다리고 있다. |
ⓒ 신화=연합뉴스 |
이와 관련해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관계자의 이해 없이는 처리수의 어떠한 처분도 하지 않는다'고 약속한 바 있다"라며 "어민들은 일관되게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고 있으며, 한국과 중국도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있어 정부가 최종 결정할 방류 시기가 초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쿠시마현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미하루 토모히로씨는 <마이니치신문>에 "정부로서는 처리수의 안전성을 강조하기 위해 IAEA 보고서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어민들)를 먼저 납득시켜야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의 의견은 처음부터 듣고 있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매체는 "이 어민이 분개했다"라고 전했다.
<도쿄신문>도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2015년 문서를 통해 이 같은 약속을 했다"라며 "지금도 후쿠시마현 어업협동조합과 전국 어업협동조합이 매년 방류에 반대하는 결의를 계속하고 있어 지금으로서는 방류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일본 정부는 관계자의 '이해'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도 밝히지 않았다"라며 "(일본 원전을 총괄하는)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도 어민들에게 정중히 설명한다고만 말하면서 의혹을 마주하고 있지 않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IAEA 보고서를 관계자의 이해를 밀어붙이기 위한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라며 "일본 정부가 국제기구의 권위를 사용해 방류 절차를 서두르는 것처럼 보이는 자세로는 국내외 반대의 목소리에 충분히 대응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후쿠시마현 인근 미야기현의 테라자와 하루히코 어업협동조합장도 "방류를 계속 반대할 것"이라며 "처리수를 한 번, 1년만 방류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30~40년간 계속하기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라고 우려했다.
▲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왼쪽)이 2023년 7월 4일 화요일 도쿄 총리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에게 후쿠시마 처리수 방출에 관한 IAEA의 종합보고서를 전달하고 있다. |
ⓒ 로이터=연합뉴스 |
그러나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한국과 중국이 비과학적인 비판을 거듭하며 (오염수 방류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한국과 중국에는 삼중수소(트리튬)의 연간 배출량이 후쿠시마 제1원전의 6개가 넘는 원전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후쿠시마 원전은 삼중수소 농도를 일본 국가 기준의 40분의 1, 세계보건기구(WHO) 음용 기준의 7분의 1로 희석해서 방류할 계획"이라며 "방류 후 해수와 섞이면 농도는 더욱 옅어진다"라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다른 나라도 삼중수소를 기준치 이하로 희색해 해양이나 대기로 방출하고 있다"라며 "그중에는 후쿠시마 원전의 배출량을 크게 초과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라고 일본 정부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그러면서 일본 경제산업성 자료를 인용해 "후쿠시마 제1원전과 비교해 중국 친산 제3원전이 6.5배, 양장 원전이 5배, 홍옌허 원전이 4배, 한국에서도 월성 원전이 3.2배, 고리 원전이 2.2배에 이르는 삼중수소를 배출하고 있다"라며 "일본 정부가 이런 객관적인 사실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며 외국 정부에 냉정한 대응을 요구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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