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때려도 그만이야… 바쁜 일상 속, 방치형 게임이 뜬다
별다른 조작 없이도 캐릭터 성장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방치형 게임’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특유의 게임성을 업고 관련 시장 규모도 날을 거듭하며 커지고 있다.
방치형 게임은 클릭 몇 번만으로 캐릭터가 자동으로 사냥하고 성장하는 등 이용자의 조작 개입 요구를 최소화한 장르다. 게임을 켜놓고 방치하거나, 심지어 꺼놓아도 시간이 흐르면서 캐릭터가 성장하는 특징이 있다. 영미권에서는 ‘idle(게으른)’, 일본에서는 ‘방치계’라고 부르기도 한다.
혹자는 1990년대 일본에서 공개돼 열풍을 일으킨 반려동물 키우기 게임기인 ‘다마고치’를 방치형 게임의 원류로 보기도 한다. 다마고치는 버튼 3개를 이용해 먹이를 주고, 놀아주고, 배설물을 치우는 것을 반복해 반려동물을 기르는 방식의 게임이다. 국내에선 1997년 출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 가장 잘 알려진 방치형 게임 중 하나는 인디게임사 마나바바가 2015년 출시한 ‘거지 키우기’다. ‘한푼만’이라는 이름의 구걸하는 거지가 된 이용자는 클릭을 통해 한 푼씩 돈을 모아야 한다. 때로는 자동으로 돈을 모아주는 ‘알바’를 고용해 고급 미술품까지 사들이는 떵떵거리는 부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돌연사가 잦은 개복치를 성장시키는 ‘살아남아라! 개복치’도 국내 이용자에겐 익숙한 방치형 게임이다.
국내외에서 방치형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 수는 지속해 늘어나고 있다. 로드컴플릿의 캐주얼 방치형 RPG ‘레전드 오브 슬라임’은 서비스 시작 약 10개월 만에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1800만회를 달성했다. 네오위즈가 2021년부터 서비스 한 ‘고양이와 스프’는 누적 다운로드 수 4000만건을 돌파했다.
이용자의 광고 시청에 수익 대부분을 의존하는 한계가 있지만, ‘박리다매’ 전략으로 유의미한 매출 성과도 거두고 있다. ‘광전사 키우기’ 등 방치형 RPG를 앞세운 개발사 쿡앱스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네오위즈는 고양이와 스프의 흥행을 앞세워 올 1분기 흑자 전환했다.
관련 시장 규모도 날로 커지는 추세다. 글로벌 모바일 시장 분석 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방치형 게임이 국내 모바일 RPG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에서 지난해 3%까지 확대됐다. 최근에는 넷마블과 같은 대형 게임사도 방치형 게임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달 자사의 유명 IP(지식재산권)인 ‘세븐나이츠’를 이용한 방치형 게임인 ‘세븐나이츠 키우기’를 개발 중이라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관련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소비 시간이 짧은 ‘스낵 컬쳐’의 확산이 게이머의 성향도 변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세븐나이츠 키우기를 개발 중인 넷마블넥서스의 김정민 대표는 “최근 유튜브 쇼츠와 같이 짧은 시간 압축적으로 즐길 수 있는 스낵컬처가 부각되고 있다. 게임 시장도 이러한 트렌드가 반영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장르가 방치형 키우기”라고 말했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최근 게이머들의 플레이 성향이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 든다. 요즘엔 20‧30대가 너무 바쁘고 소비해야 할 콘텐츠도 너무 많다. 게임 플레이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게 여의치 않다. 방치형 게임은 초기 세팅만 몇 개 해놓으면 숙제를 하거나 취미 생활을 하면서도 편리하게 즐길 수 있으니 니즈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게임 관련 유튜버들의 팔로워 수에서 볼 수 있듯, 게임도 이제는 ‘하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소비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방치형 게임은 ‘하는 게임’과 ‘보는 게임’ 그 어느 중간 단계에 있는 것 같다. 대형 게임사들도 고민이 많을 것이다. 스낵 컬처 시장이 커질수록 방치형 게임도 새로운 수익 모델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관건은 그래픽 디자인과 IP의 탄탄함, 최신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스토리라인”이라면서 “이것들이 어우러진다면 MZ(밀레니얼+Z) 세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현상이 당분간은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방치형 게임은 국내 유저들에게는 MMORPG, 서브컬처와 함께 현재 하나의 틀로 자리 잡은 분야로 생각된다”며 “큰 개발 인력을 필요로 하지 않아 그간은 인디 및 중소 게임사의 선호도가 높았는데, 향후 방치형 게임에 대형 기업들이 갖춘 기술력이 더해질 경우 상당한 품질의 게임들도 선보여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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