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배우 신영균 "이승만기념관에 땅 4000평 내놓겠소"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1875~1965년)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이 추진되는 가운데 원로배우 신영균(95) 한주홀딩스코리아 명예회장이 서울 강동구의 사유지 4000평을 기념관 부지로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 회장의 부지 기증 의사는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이승만대통령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위원장 김황식 전 국무총리) 발족식 회의 때 즉석에서 나왔다. 이 전 대통령의 양자(養子)인 이인수 박사를 비롯해 박정희ㆍ노태우ㆍ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등 5명이 고문으로 참여하고 여야 원로 및 4ㆍ19 학생 시위 주도자까지 뜻을 합쳐 한 자리에 처음 모인 날이었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추진위 정관과 향후 계획 등이 공유된 이 자리에선 기념관 부지와 재원 마련에 대한 얘기도 오갔다. 국가보훈부는 이 전 대통령이 독립유공자(건국훈장 대한민국장 수훈)라는 점에 착안해 독립유공자법을 근거로 기념관 건립 비용 100%를 지원할 방침이었지만, 추진위는 “대통령으로서 예우하자”는 점에 공감해 전직대통령예우법을 따르기로 했다. 이 경우 정부 예산은 사업비의 최대 30%만 지원받을 수 있어 나머지 70%는 국민 성금을 모으기로 했다.
이런 와중에 추진위원으로 참석한 신 회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제가 서울 강동구에 땅 2만4000평이 있는데, 그 땅 중에 이 전 대통령이 낚시를 즐기던 한강 변 고덕동 땅 4000평이 있다. 추진위가 기념관 부지로 쓰겠다면 4000평을 모두 기증하겠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한다.
기부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해 신 회장은 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회의에 참석해보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뜻깊은 일이 제대로 추진되는 것 같아 너무나 다행스럽고, 참석한 내가 자랑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건국의 아버지를 기리는 사업에 국민으로서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뜻에서 기증 의견을 밝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회장은 “여태껏 살면서 대한민국의 건국 대통령이 아직 기념관 하나 없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이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세웠을 뿐 아니라 한국 전쟁 땐 미국을 참전시켜 영토를 지켜냈다. 이 전 대통령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이 전 대통령 고향인 황해도 평산에서 태어났다. 신 회장은 “어릴 때부터 고향에서 ‘독립운동가 이승만’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듣고 자라 자랑스럽게 생각했었다”며 “훗날 내가 성인이 된 후 이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직접 뵌 적도 있다. 개인적으로도 참 좋은 인상으로 남은 존경하는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치과의사 출신으로 1960~1970년대 ‘빨간 마후라’ ‘연산군’ ‘미워도 다시 한번’ 등 300여편의 영화에 출연한 신 회장은 이후 정치인(재선 국회의원)과 사업가로도 활동했다. 기부도 적극적이었다. 2010년 사재 500억원을 문화예술계에 기증해 ‘신영균 예술문화재단’(이사장 안성기)을 설립했고, 2016년엔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에 10억원, 지난해엔 모교인 서울대 치대에 10억원을 기부했다.
신 회장 제안으로 이승만 기념관 부지 후보는 늘어나게 됐다. 이전까지 검토되던 기념관 부지는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서울 중구), 이승만 연구원(서울 종로구), 낙산공원(서울 종로구) 인근 등 3곳이었는데, 신 회장의 제안 후 추진위원들 사이에선 “강동구도 포함해 부지를 선별해보자”는 말이 오갔다고 한다.
추진위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행정안전부에 추진위를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 신청한 데 이어 빠르면 이달 내에 사무국도 꾸릴 예정이다. 사무실은 추진위원인 조보현 배재학당 이사장의 제안으로 배재학당 역사박물관 내에 차리기로 했다. 사무국을 총괄할 사무국장은 추진위원인 김군기 영남대 교수가 맡는다. 김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무국 일에 전념하기 위해 영남대에 퇴직 신청도 마쳤다”며 “많은 분이 물심양면으로 힘을 합쳐 좋은 일을 하는 만큼 꼭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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