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생 "킬러문항 없다니, 반수할 것"…시대인재는 대기표까지
“반수 생각이 없었는데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없앤다는 말을 듣고 수능 응시를 결심하게 됐다.”
고려대 재학생 A씨는 올해 다시 수능시험을 치르기로 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나같이 작년에 한두 문제로 미끄러진 수험생에겐 쉬운 수능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수험생 커뮤니티 등에는 A씨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킬러 문항 배제’ ‘쉬운 수능’ 논란 이 일었던 지난달 중순 이후부터다. 커뮤니티에는 “6월 모평(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에서 수학을 망해서 반수를 포기하려다가 다시 돌아왔다” “국어를 못해서 반수 할 생각이 없었는데 비문학이 쉬워진다고 해서 고민된다”는 류의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종로학원이 재원생이 아닌 외부 수험생이 9월 모평에 응시할 수 있게 개방하는 100여 석의 시험 좌석은 지난달 말 접수 시작 수 분 내로 마감됐다. 학원 관계자는 “매년 매진이 되지만 올해엔 오픈런 수준으로 마감이 됐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킬러 문항 출제 배제 방침을 밝힌 뒤 ‘N수생’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학원가에서는 ‘수능이 전년도보다 쉬워지면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반수생반 문의 7월에도 이어져”
시대인재 등 일부 재수 학원은 넘치는 수강생들에게 대기번호를 주고 6월 모평 성적순으로 추가 합격생을 뽑고 있다. 메가스터디, 종로학원 등 다른 학원들도 대부분 분원에서 반수생반 접수가 마감됐다. 종로학원 관계자는 “반수생 종합반 모집이 끝나는 6월 말부터는 재수 상담 문의가 뚝 끊기는 게 보통이었다면 최근엔 각 분원에서 7월 초에도 재수종합반 등록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수능이 쉬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재수에 대한 심리적인 장벽이 다소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원가에서는 쉬운 수능이 예상됐던 2015학년도 수능 때 졸업생 응시자 비율이 전년보다 1.5%포인트 증가한 사례가 거론되고 있다. 당시 교육부가 “수능 난이도 조절로 사교육 비용을 절감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고 예고한 게 재수생 증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능 난이도와 재수생 수의 상관관계를 딱 잘라 말할 순 없지만, 교육과정 개정 등으로 입시 장벽이 높을 때는 수험생 수가 확 떨어지는 경향성은 있다”며 “수능이 쉬워진다고 하면 아무래도 한 번이라도 더 재수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생기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지금은 수능이 쉬워질지 어려워질지조차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6월 모의평가가 끝난 지금도 재수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있어 향후 더 유입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내신 중요해진다”…풍선효과?
고등 단과반을 운영 중인 대치동의 한 원장은 “수능이 쉬워질수록 내신의 중요성이 커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기말고사 준비를 착실히 하고 생활기록부에 들어갈 세부 특기사항 활동을 고민해야 한다”며 “결국 교과 외 활동이 활발해 수시에 강한 영재고, 특목고를 위한 사교육이 뜰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예체능 입시 학원장은 “정부가 뭘 바꾼다고 하면 학부모들은 전화를 붙들고 여기저기 물어본다. 그러면 접근성 측면에서 학교와 학원 중 누가 더 편하겠느냐”며 “정부가 사교육을 잡겠다고 정책을 흔들면 역설적으로 사교육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지·장윤서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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