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마다 경찰 배치해달라" 인도 27세女 탄원, 무슨일
법에서 금지된 지 6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인도의 결혼 지참금 제도 '다우리(dowry)'. 이 지참금 관행을 뿌리뽑아야 한다며 인도에서 한 여성 교사가 지참금을 주고 받는 사람들을 현장에서 적발해 처벌해 달라는 탄원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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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가 지참금 제도 지켜…고통받는 인도 여성
인도 정부는 1961년 결혼지참금 금지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지참금 제도는 여전히 남아 있다. 세계은행 리서치그룹이 1960년~2008년 인도 17개주 농촌 결혼 4만건을 추적해 2021년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인도에서 95%는 여전히 지참금을 주고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주로 갈등은 남성 측이 요구하는 지참금 조건과 여성 측이 댈 수 있는 액수가 맞지 않아 빚어진다. 군잔 티와리 역시 지참금 때문에 결혼을 여러 차례 거절 당했다. 지난 2월 티와리의 아버지는 신랑감 후보와 가족을 집을 초대했다. 남성 측은 지참금으로 500만~600만 루피(약 7975만원~9570만원)를 요구했다. 이어 "딸이 아름답다면 지참금을 깎아주겠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지난 6년간 티와리 아버지는 100~150명의 남성 측에 결혼 의사를 묻기 위해 연락을 취했고, 그 중 수 십 명을 신랑감 후보로 만났다.
그러나 남성 측 대부분이 과도한 지참금을 요구해 결혼은 성사되지 않았다. BBC는 "티와리 집안에서 감당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은 250만 루피(3987만원)인데, 대부분은 500만 루피(7975만원) 이상의 호화 결혼을 원했다"고 전했다.
인도에서 딸 가진 부모들은 지참금을 마련하느라 거액의 대출을 받거나 땅과 집을 팔기도 한다. 문제는 딸의 행복한 삶을 바라며 보낸 지참금이 외려 불행한 결과를 낳는다는 점이다.
지참금이 성비 왜곡까지 일으켜
인도 여성의 '지참금 굴레'는 결혼 후에도 계속 된다. BBC에 따르면 신랑 측 가족이 결혼 후에도 대놓고 금전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결혼 지참금이 일회성이 아니라는 말이다.
결혼 당시 챙겨 온 지참금이 부족하거나, 이후 이어지는 금전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평생 가정 폭력에 시달리기도 한다. 인도 국가범죄기록국에 따르면 2017년~2022년 인도에서 지참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하루 평균 20명 여성이 살해당했다. 교육 수준이 높고 치안이 좋은 곳으로 평가받는 칼랄라주에서조차 지참금 때문에 빚어지는 여성 살해 사건이 빈번하다.
지참금은 성비 왜곡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고 BBC는 지적했다. UN은 지참금 부담을 우려한 인도의 가정에서 출산 전 성별 검진 테스트를 활용함에 따라 매년 약 40만 명의 여성 태아가 낙태되고 있다고 추정했다.
2018년 5월 발표된 '세계 금값과 인도 다우리 제도, 죽음의 상관 관계'라는 논문에 따르면 신부 가족이 지참금으로 내는 금값이 오르는 시기에 인도에선 여자 아기가 낙태되거나 생후 1개월 만에 사망할 가능성이 높았다.
티와리는 이런 악습에 기대지 않고 결혼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그는 "신랑감을 찾기 시작한 지 6년째인데 지참금을 못 내겠다고 하면 60년을 찾아도 짝을 못 찾을 것 같다"고 BBC에 전했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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