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아파트 같은 평수인데, 10억 더 비쌌다…집값 가른 이것
'평당 1억원 시대'를 처음으로 연 서울 최고가 아파트 단지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이 아파트의 전용면적 84㎡는 올해 5, 6월 총 3건이 거래됐다. 그런데 같은 평형인데도 거래 가격이 최대 6억원가량 벌어졌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9일 이 아파트 104동 16층은 39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하루 뒤 계약된 112동 17층은 33억8000만원이었다. 이어 지난달 5일 105동 9층은 36억8000만원에 손바뀜됐다. 같은 평형의 아파트 가격이 하루 만에 6억원 떨어졌다가 한 달 뒤 3억원이 오른 것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비슷한 시기에 매매 가격이 크게 벌어진 걸 두고 '한강 조망권'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고가에 거래된 104동과 105동은 한강에 접해있지만, 올해 가장 낮은 가격을 기록한 112동은 한강과 떨어진 뒤편에 자리 잡고 있다. 올 초 이 아파트 해당 면적에서 역대 최고가인 46억6000만원에 거래된 집도 한강 변(106동)이다. '한강 조망'은 같은 단지에서도 수 억원의 가격 차이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부동산학회의 논문집 ‘부동산학 연구’ 최신호도 ‘한강 조망권이 아파트 가격에 미치는 영향 분석’을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2017년 1월부터 2022년 6월 말까지 거래된 아크로리버파크 매물 356건을 대상으로 실거래 가격을 조사한 결과, 한강 조망률이 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실거래 가격이 0.5%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강 조망을 크게 5개 구간으로 나누고, 한강이 전혀 보이지 않는 1구간에 비해 전면 조망이 가능한 5구간은 실거래가에 13.4% 높은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한강 조망률은 한강 조망의 비율을 의미하는 것으로 3차원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측정했다.
최신호는 조사 가구 중 한강 조망률이 가장 높은 가구는 30.76%였는데, 한강 조망이 전혀 없는 가구에 비해 실거래가가 전용면적 1㎡당 503만2000원 높았다고 설명했다. 전용 84.99㎡의 경우 최대 가격 차이가 4억2269만원에 달했다.
공시가격에서도 한강 조망으로 인한 가격 차가 반영되고 있다. 한강 변과 접한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래미안첼리투스 전용면적 124.02㎡ 101동의 1호 라인은 뛰어난 한강 조망을 자랑한다. 이 동의 해당 면적 공시가격은 저층의 경우 24억3800만원, 고층은 31억2500만원 수준이다. 반면 한강 조망이 어려운 103동에 있는 같은 면적은 공시가격이 20억7600만~27억4800만원 수준을 보인다. 같은 면적에도 공시가격 차이가 최대 10억원 이상 나는 셈이다.
조망권과 가격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는 한강 조망에 국한되지 않는다. 2016년 발표된 창원대 박사학위 논문인 ‘내륙도시와 해안 도시의 조망권 가치 비교연구’에 따르면 내륙도시인 서울에서는 강과 산 조망권이 각각 18.19%, 11.89%씩 거래 가격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안에 위치한 부산에서는 바다 조망권이 22.66%로 산(10.49%), 강(8.21%) 조망권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렇다고 한강 변이 처음부터 높은 가치를 지닌 것은 아니었다. 한강 변에 위치한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2차 상가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과거에는 한강 변 아파트를 그리 선호하지 않았다"며 "찬 강바람이 불어 겨울에는 춥고, 올림픽대로에서 날아오는 매연, 소음 등 생활에 불편함을 주는 요소가 많아 오히려 한강과 다소 거리가 있는 뒷 단지들의 가격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남향 위주로 지어진 압구정 등 한강 변 구축 아파트의 경우 한강 조망을 직접 설계에 반영하지 않았지만, 재건축을 통해 지어진 이촌동의 래미안첼리투스, 반포동의 아크로리버파크 등은 이를 적극 설계에 반영하면서 한강 조망에 대한 가치가 극대화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서 소음, 매연 등의 영향도 비교적 줄었다"고 덧붙였다. 한 건설사 임원은 "앞으로 한강 변 아파트 재건축의 경우 한강 조망권을 얼마나 많이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분양 아파트를 선택할 때 조망권을 꼼꼼하게 따져볼 것을 주문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아파트 분양 시 조망 여부에 따라 분양가를 차등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 차이가 수 억원씩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조망권 프리미엄을 기대한다면 분양받을 때 원하는 면적의 조망이 어떤지 따져보고 청약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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