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만원 ‘애망빙’도 나왔다…주말엔 1시간 기다리는 호텔 빙수
10만원 벽도 깨졌다. 특급호텔 빙수 이야기다. 비싼 가격 탓에 자주 도마에 오르지만, 줄 서서 먹는 인기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다. 음식‧화장품 등 비교적 가격대가 낮은 제품에서 사치를 부리는 이른바 ‘스몰 럭셔리’가 MZ세대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 호텔업계는 더 고급스럽고 화려한 빙수를 내는 데 매달리고 있다. 한 그릇에 10만원이 넘는 고가의 빙수부터,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한 아이디어 제품이 줄줄이 쏟아지고 있다.
2만대에서 12만원대로, 애망빙 연대기
애망빙은 높은 가격 탓에 ‘금(金)빙수’라는 악명이 따라붙는다. 해마다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어서다. 2008년 제주신라호텔의 첫 출시가는 2만7000원(2~3인분)이었다. 올해 서울 신라호텔에서는 9만8000원에 판다. 15년 새 260% 이상 가격이 뛰었다. 시그니엘 서울 97층 라운지에서 내놓는 애망빙은 한 그릇에 12만7000원을 받는다. 국내 특급호텔 중 가장 높은 가격이다. 주요 호텔 관계자들은 “제주산 애플망고 단가가 해마다 급등하고 있다” “인건비, 유통 경비 등 고정비용이 커서 빙수 값을 낮추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판매는 잘될까. 서울신라호텔의 경우 주말은 1시간 이상 대기가 기본이다. 많게는 하루에 애망빙 200그릇이 팔린다. 시그니엘 서울 관계자는 “가격이 비싸도 인기는 꾸준하다”면서 “20~30대 여성이 주 고객”이라고 말했다.
‘포스트 애망빙’은?
이를테면 파크 하얏트 서울은 빙수 2개를 세트(7만8000원부터)로 주문하는 경우 드라이아이스를 내장한 전용 받침에 담아서 빙수를 내준다. 김율희 파크 하얏트 마케팅팀장은 “온도를 차갑게 유지하는 방법인데, 빙수가 구름에 떠 있는 듯한 인증사진을 담을 수 있어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포시즌스 호텔은 이달 복숭아빙수(8만6000원)를 처음 선보였다. 제철 복숭아와 얼그레이 차로 만든 젤리와 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소피텔 서울은 제주 감귤 위에 크루아상을 얹은 ‘빙수 수크레(10만원)’가 시그니처 메뉴다. 파라다이스 부산의 블루베리빙수는 막걸리로 만든 샤벳을 올리는 게 핵심이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수원에는 일명 ‘비빔밥 빙수’가 있다. 차갑게 얼린 돌솥에 키위‧멜론‧수박 등 8가지 생과일을 두루 담고, 고추장을 닮은 딸기 퓨레와 깍두기 모양 치즈케이크를 함께 낸다. 모양이 꼭 비빔밥 같다.
‘포스트 애망빙’을 노리는 디저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레스케이프는 지난달 ‘곶감 약과 아이스크림(1만5000원)’을 출시했다. ‘할매니얼(노년 감성의 먹거리와 패션을 즐기는 문화)’을 트렌드를 반영한 디저트로, 아이스크림 위에 곶감 퓨레와 이틀간 꿀에 재운 약과를 올린다. 초콜릿 아이스크림 위에 위스키를 부어가며 먹는 ‘술포가토’도 있다. 플라자호텔 역시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빙수를 내놨다. 옛날식 팥빙수에 약과와 인절미, 감말랭이가 주전부리로 깔린다. 이송민 레스케이프 총지배인은 “인스타그래머블한 디저트, 숏폼 콘텐트에 적합한 퍼포먼스형 디저트가 MZ세대 고객 사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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