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콜라 55캔" 그 말 안통했다…막걸리·과자로 번진 '발암 공포'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될 예정의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둘러싼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식품당국의 입장은 일단 국민 섭취량이 허용치 이내라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건데, “소량이라도 계속 먹으면 암을 유발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항생제 시럽이나 츄정 등 일부 약과 과자, 김치 등에도 아스파탐이 소량 함유돼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며 공포를 더 하는 분위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향후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따라 허용치 기준을 변경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최근 한 인터넷 카페에는 “아이들이 먹는 국민 과자에도 아스파탐이 들어간 걸 알았다”라며 “아스파탐이 들어간 식품을 공지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쓴이는 “제품명을 공지해서 해당 성분을 빼고 생산하개 하든지 그게 안 되면 업체에 철퇴를 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항생제 시럽이나 씹어야 하는 츄정 등에도 단맛을 내기 위해 아스파탐이 일부 포함됐다는 소식이 이어지며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에 허가된 아스파탐 함유 의약품(전문·일반의약품)은 688개 품목이다.
“첨가물이 걱정이라면 가공식품을 다 끊어야 한다”라며 과도한 공포를 경계하는 여론도 있다. 일각에선 “신경 안 써도 될 정도라고 하는데, 설탕이 안 팔려서 그런 건가 싶다”라며 음모론까지 제기한다.
소비자 혼란이 지속하고 있지만, 식약처는 14일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와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 등 두 곳의 평가 결과를 본 뒤 대응책을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가장 최근 조사인 2019년 식품첨가물 기준규격 재평가 최종 보고서를 인용해 국민의 섭취 수준이 일일섭취허용량(ADI) 대비 0.12%로 기준치 내에 있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크게 염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권장량은 60㎏ 성인 기준 1일 최대 2.4g이다. 이는 막걸리 33병, 제로 콜라 55캔에 들어가는 수치와 비슷하다는 게 식약처 설명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아스파탐은 2019년 기준 절임 식품(49%), 캔디류(35%), 과자(12%), 츄잉껌(3%), 김치(1%) 등에 주로 들어가 있다. ADI 대비 섭취량은 2011년 0.4%, 2014년 0.15%, 2015년 0.8% 수준이다. 유럽 국가의 경우 1.75~21.25%로 조사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권장량은 JECFA 기준과 같은데, JECFA에서 이 양을 줄인다면 해외 동향 등을 고려해 기준을 조정할 수 있다”라며 “과학적인 부분과 국민 안심 수준 등을 같이 고려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대체 원료로 언급되는 수크랄로스 등 다른 인공감미료는 괜찮을까.
가천대 길병원 허정연 영양팀장은 “설탕, 시럽, 물엿 등의 첨가당 섭취를 줄이기 위해 인공감미료를 단기로 제한적으로 섭취하는 건 가능하다”라면서도 “장기적인 섭취에 따른 부작용은 아직 모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허 팀장은 또 “성장기에 물 대신 먹다 보면 단맛에 길들여지기 때문에 성인이 돼서도 단 음식을 찾는 등 당 중독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2015년 WHO에서 비만을 우려하며 설탕 섭취 제한을 권고했고, 올 5월에는 무설탕 감미료도 장기적으로 당뇨, 심혈관 질환 같은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며 천연 설탕이 들어있는 과일 등을 먹는 게 바람직하다고 발표했다”라며 “인공감미료를 맹신하지 말란 WHO의 메시지”라고 전했다.
조현 순천향대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아스파탐에 대해 과도한 공포심을 느낄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설탕보다 안전하다, 설탕 대신 지속적으로 먹어도 된다라는 건 좋지 않은 생각”이라며 “짠맛보다 단맛에 대한 경각심이 약한 측면이 있는데 경고 정도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라고 했다.
황수연·채혜선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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