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콜라 55캔" 그 말 안통했다…막걸리·과자로 번진 '발암 공포'

황수연, 채혜선 2023. 7. 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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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될 예정의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둘러싼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식품당국의 입장은 일단 국민 섭취량이 허용치 이내라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건데, “소량이라도 계속 먹으면 암을 유발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항생제 시럽이나 츄정 등 일부 약과 과자, 김치 등에도 아스파탐이 소량 함유돼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며 공포를 더 하는 분위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향후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따라 허용치 기준을 변경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최근 한 인터넷 카페에는 “아이들이 먹는 국민 과자에도 아스파탐이 들어간 걸 알았다”라며 “아스파탐이 들어간 식품을 공지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쓴이는 “제품명을 공지해서 해당 성분을 빼고 생산하개 하든지 그게 안 되면 업체에 철퇴를 가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항생제 시럽이나 씹어야 하는 츄정 등에도 단맛을 내기 위해 아스파탐이 일부 포함됐다는 소식이 이어지며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에 허가된 아스파탐 함유 의약품(전문·일반의약품)은 688개 품목이다.

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막걸리를 고르고 있다. 국내 막걸리의 경우 서울장수의 경우 '달빛유자 막걸리'를 제외한 모든 제품에 들어있으며 지평주조 '지평생막걸리', 국순당 '생막걸리' 등에 아스파탐이 들어있다. 뉴스1


“첨가물이 걱정이라면 가공식품을 다 끊어야 한다”라며 과도한 공포를 경계하는 여론도 있다. 일각에선 “신경 안 써도 될 정도라고 하는데, 설탕이 안 팔려서 그런 건가 싶다”라며 음모론까지 제기한다.

소비자 혼란이 지속하고 있지만, 식약처는 14일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와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 등 두 곳의 평가 결과를 본 뒤 대응책을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가장 최근 조사인 2019년 식품첨가물 기준규격 재평가 최종 보고서를 인용해 국민의 섭취 수준이 일일섭취허용량(ADI) 대비 0.12%로 기준치 내에 있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크게 염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권장량은 60㎏ 성인 기준 1일 최대 2.4g이다. 이는 막걸리 33병, 제로 콜라 55캔에 들어가는 수치와 비슷하다는 게 식약처 설명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아스파탐은 2019년 기준 절임 식품(49%), 캔디류(35%), 과자(12%), 츄잉껌(3%), 김치(1%) 등에 주로 들어가 있다. ADI 대비 섭취량은 2011년 0.4%, 2014년 0.15%, 2015년 0.8% 수준이다. 유럽 국가의 경우 1.75~21.25%로 조사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 권장량은 JECFA 기준과 같은데, JECFA에서 이 양을 줄인다면 해외 동향 등을 고려해 기준을 조정할 수 있다”라며 “과학적인 부분과 국민 안심 수준 등을 같이 고려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대체 원료로 언급되는 수크랄로스 등 다른 인공감미료는 괜찮을까.

가천대 길병원 허정연 영양팀장은 “설탕, 시럽, 물엿 등의 첨가당 섭취를 줄이기 위해 인공감미료를 단기로 제한적으로 섭취하는 건 가능하다”라면서도 “장기적인 섭취에 따른 부작용은 아직 모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허 팀장은 또 “성장기에 물 대신 먹다 보면 단맛에 길들여지기 때문에 성인이 돼서도 단 음식을 찾는 등 당 중독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2015년 WHO에서 비만을 우려하며 설탕 섭취 제한을 권고했고, 올 5월에는 무설탕 감미료도 장기적으로 당뇨, 심혈관 질환 같은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며 천연 설탕이 들어있는 과일 등을 먹는 게 바람직하다고 발표했다”라며 “인공감미료를 맹신하지 말란 WHO의 메시지”라고 전했다.

조현 순천향대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아스파탐에 대해 과도한 공포심을 느낄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설탕보다 안전하다, 설탕 대신 지속적으로 먹어도 된다라는 건 좋지 않은 생각”이라며 “짠맛보다 단맛에 대한 경각심이 약한 측면이 있는데 경고 정도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라고 했다.

황수연·채혜선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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