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남북 대립 국면에서 유의할 사항
남북관계가 극심한 대립 상을 보이는 가운데 한중관계도 악화일로다. 남북 대화는 완전히 중단되었고 한중 대화는 닫히고 있다. 이런 사정은 한층 긴밀해진 한미, 한미일 공조와 극명히 대비된다. 그러다가 최근에 일·북, 미·중, 일·중 사이에서 대화의 움직임이 관찰되었다. 세간에는 한국이 미·일과 손잡고 대북 압박, 대중 견제에 동참하는 동안 정작 일본은 북한과 대화하고 미·일은 중국과 대화하니 한국만 고립된다며, 한국 정부와 미국·일본을 탓하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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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대선 후 협상국면 올 가능성
그때 북이 한국을 배제하려 들 것
북한 및 중국과 대립 관리하면서
국면전환 대비 외교공간 남겨둬야
」
다소 감성적인 반응이라고 생각된다. 원래 미국과 일본은 북한·중국과 대화하려는 입장이므로 미·일의 대화 움직임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특히 미·중, 일·중 간의 고위급 대화는 통상적인 일이다. 미·중, 일·중이 모두 대립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대화 필요성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경우, 외부와 대화는 특정한 필요에 따라 일시적으로 하는 것인데, 지금 북한은 대화를 끊고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고질적인 경제난에다 코로나에 따른 전면봉쇄의 악영향이 가중되어 민생이 몹시 어렵다.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과시할 전략적 필요와 악화한 민생을 타개하기 위해 외부와 교류하고 지원을 확보할 필요가 병존하는 셈이다. 그래도 북한은 내년 미국 대선까지는 핵미사일 도발을 지속하려 할 개연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그전이라도 주 상대가 아닌 일본과 대화할 개연성은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 해서 일·북 대화가 국면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주 변수는 역시 미·북 대화일 것이다.
문제는 미국과 일본이 북한·중국과 대화하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과 중국이 한국을 미·일과 차별화하여 대화에서 소외시키려는 데 있다. 북한은 향후 미·일과는 대화로 전환하더라도 한국과의 대화는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한국 따돌리기는 해묵은 전술이지만, 윤석열 정부가 강성 대북 정책을 취하고 있으므로 그 정도가 심할 것으로 봐야 한다. 중국도 윤석열 정부가 역대 정부 중에서 가장 반중적이라고 간주하고, 고위급 대화 축소 카드로 압박하려고 한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북한과 중국의 자세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일 것이다.
현실이 이런 데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도 만만치 않다. 북한은 ICBM과 위성을 계속 발사할 것이다. 결국에는 핵실험까지 할 가능성이 높다. 남북관계는 더 악화하기 십상이다. 북한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북한을 감쌀 것이므로 한중관계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이다. 한편, 한국은 7월 나토 정상회의, 그 후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일 정상회의 등 한미, 한미일 공조를 더 강화할 주요 외교 일정을 앞두고 있다. 계기마다 중국과 북한의 반발이 이어질 것이다.
상황은 미국 대선 무렵에 변곡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때쯤이면 북한은 핵미사일 역량을 일정 수준으로 과시했다고 보고, 미국의 새 정부를 상대로 협상으로 국면전환을 시도할 개연성이 있다. 만일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귀환하거나 트럼프식 관점을 공유하는 지도자가 나오면 국면전환의 강도는 세질 수 있다. 민주당이 재집권해도 국면 전환은 올 가능성이 있다. 그때 한국의 입지와 대처가 무엇일지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정부로서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제기를 하는 이유는 과거 경험 때문이다. 종래에 한국은 북한과 심한 대립관계에 있다가 미·북 간에 대화 움직임이 생기면 이에 반대하곤 했다. 반대가 여의치 않으면 미국에 북한으로부터 한국과 대화하겠다는 동의를 받아오라는 조건을 붙이기도 했다. 미국은 이를 대화 방해로 인식했고, 북한은 한미 이견을 활용했다.
바람직한 대처는 북한에 대해 억제력을 강화하고 압박을 하면서도, 협상의 계기가 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한반도 비핵 평화를 진전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방해자가 아니라 긍정적인 행위자의 역할 말이다.
그러려면 방해자가 되기 쉬운 상황 속에 매몰되지 않아야 하고, 긍정적인 행위자가 될 수 있도록 외교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를 지나치게 대립적으로 가져가는 것은 생산적이지 않다. 그러면 한국의 외교 입지가 줄어든다. 방해자로 행동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보다는 향후 국면전환에 대비해 북한과 중국에 대한 외교 공간을 남겨두고, 그 공간에서 사용할 외교 자산을 축적하는 것이 낫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을 대할 때 언젠가 협상 국면이 온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중국과는 진지한 정책 대화 채널을 열 필요가 있다.
악화하는 남북관계, 한중관계와 강화되는 한미일 관계를 조감하다 보면, 1년 남짓 후에는 과거 한국이 했던 행동을 다시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오늘의 한국이 할 대응은 아닐 것이다. 대립 속에서도 미래의 상황 변화에 대처할 채비를 갖추기를 소망하는 이유다.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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