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의 생활의 발견] 이 여름의 ‘끝’을 잡고

2023. 7. 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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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시인

무더위다. 장맛비다. 한여름이니까 폭염은 당연한 게 아니겠어, 하면서도 뙤약볕 아래 짠지가 된 몸으로 집에 들어올 때면 투덜대며 에어컨 리모컨부터 재빠르게 찾는 나다. 한여름이니까 폭우는 마땅한 게 아니겠어, 하면서도 장대비 속에 신건지가 된 몸으로 집에 들어올 때면 구시렁대며 큰 키의 장우산부터 신경질적으로 내팽개치는 나다.

사실 계절이 무슨 죄람, 기실 날씨가 무슨 악이람. 그네들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제 삶을 살아내고 제 생활에 충실한 것뿐인데. 가만, 그렇다면 내 몸뚱이에 집중하고 내 감정에 솔직한 나 역시도 내 삶과 내 생활에 건실하다 할 수 있으니 자연과 인간 사이 이 팽팽한 긴장을 필시 ‘건강’이라 해도 되겠구나.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지금 곁에 있는 이를 평생 옆에 있을 이로 단단히 착각하며 살 적에는 문자 끄트머리에 ‘내내 건강하시길’ 같은 문장을 쉽게 갖다 쓰곤 했더랬다. 그런데 곁에 있던 이가 옆에 없는 이가 되는 이상한 당연함을 셀 수 없이 겪고 난 후부터 나는 그 문장을 쉽게 갖다 붙이지 못한다. 숙고 끝에 찾은 단어가 그래서 ‘평안’이다. 무사히 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쨌거나 ‘죽음’을 담보로 하는 말이니까.

억지로 걷기라도 해야 ‘생각’이란 걸 할 정도로 바쁜 나날이라 나선 산책길에 누군가의 부음 문자를 받는다. 그 즉시 자리에 멈춰서는 건 놀라서라기보다 나와 얼마만큼의 친분이 있었지 하는 관계 톺아보기에 분주해져서일 거다. 그 순간 내가 끝맺음을 하지 않고 미뤄둔 문자들이 스멀스멀 떠오르는 건 왜일까.

이러니 산책길은 맨손이어야지, 하면서도 나 앉을 널따란 바위를 찾다 그 언저리에 핀 꽃을 찍어 꽃 이름을 알려주는 스마트렌즈를 활용하게도 되니 생활은 곧 발견이라는 놀라운 실천! 6개월 전 당도한 문자에 이제야 답을 하며 “내내 평안하시길” 덧대 보냈더니 바로 답이 왔다. “아 짜증 나 정말. 나는 ○○선생님이 아니라니까요.” 사랑만 그러할까, 끝도 타이밍입니다 그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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