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특혜에 가려진 선관위 더 큰 의혹…'화살표 용지'의 비밀 [로컬 프리즘]
2018년 6·13 지방선거 결과 전국적으로 주목받은 기초의원 선거구가 있었다. 충남 청양군의원 가선거구였다. 이곳에서 임상기 후보와 김종관 후보가 단 한 표 차로 당락이 엇갈렸다. 검표를 다섯 차례 한끝에 김 후보가 당선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때 선관위는 임 후보 투표지에 있는 다른 후보 기표란에 인주가 찍힌 것을 무효표로 판정했다. 투표지 한장에 후보 2명을 기표한 것으로 본 것이다. 그게 딱 한표였다. 임 후보는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0개월간 소송전 끝에 대법원에서 김 후보 승리로 결말이 났다. 임 후보는 4년 뒤인 2022년 군의원에 다시 도전해 당선됐다. 이 일은 선거에서 한 표가 얼마나 소중한지, 투·개표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했다.
하지만 현실이 꼭 그런 건 아니다. 이해할 수 없는 투표지가 쏟아져 나오고, 이런 현상 등이 명확히 검증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2020년 4·15 총선 투·개표 과정이 그랬다. 당시 숱한 의혹으로 선거(당선)무효 소송이 120여 건 제기됐지만, 재검표가 진행된 곳은 5~6곳뿐이다.
필자는 이 가운데 두 곳을 직접 볼 기회가 있었다. 2021년 10월 29일과 11월 12일 진행된 경기 오산과 파주시을 선거구 검증기일(재검표) 현장이었다. 오산선거구에서는 투표지가 접착제로 붙어 있거나, 투표 관리관 도장이 없는 것이 나왔다. 지폐 신권처럼 빳빳한 투표지도 많았다. 투표지가 이상하다고 판단한 재판부가 직권으로 증거 보전 처분까지 했다. 하지만 이에 어떤 결론이 내려졌는지 알려진 바는 없다. 파주시을 재검표에서는 ‘배춧잎 투표지’ ‘화살표 투표지’도 나왔다. 배춧잎 투표지는 지역구 투표지 하단이 연두색 비례대표 투표지와 중첩돼 인쇄된 것이다. 화살표 투표지는 투표지 상단에 붉은색 화살표가 코팅된 것처럼 찍힌 상태였다.
4·15 총선 과정에서 나타난 이런 문제는 사람들 관심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그런데 최근 선관위 취업특혜 논란이 불거지면서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굳이 따지자면 취업 특혜보다 선거 공정성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15일 대법원에서는 4·15총선 선거무효 소송 변론 기일이 열렸다. 소송을 제기한 원고측 변호인들은 배춧잎 형태 등 이상한 투표지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또 충남 부여군 개표소에서 있었던 투표지 분류기 재작동 결과 후보자 득표수가 바뀐 것, 개표상황표를 찢은 것도 설명했다. 재판장인 안철상 대법관은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고, 선거가 제대로 이뤄져야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것은 명백하다”고 했다. 안 대법관은 또 “법원으로서도 실체적 진실이 뭔지 밝힐 의무가 있다”고 했다.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길 학수고대해본다.
김방현 내셔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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