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방류, 국제기준 적합”…IAEA 최종보고서 나왔다

이영희, 서유진 2023. 7. 5.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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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일본 도쿄 프레스클럽에서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해 기자회견하는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로이터=연합뉴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4일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의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해 “일본의 방류 방식은 국제 기준에 적합하며, (오염수) 방류가 인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negligible)”는 내용이 담긴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국내외 설득 과정을 거친 후 올여름 내 방류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날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에게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최종 검증 보고서를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그로시 총장은 “일본이 다음 결정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이 (보고서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저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지도자”라며 “일본과 세계 사람들의 건강과 환경에 악영향이 있는 (오염수) 방류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높은 투명성을 갖고 국내외에 (오염수의 안전성을) 정중하게 설명하겠다”고 했다.

IAEA는 보고서에서 “종합적인 평가를 거친 결과 일본이 계획 중인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친 처리수(오염수의 일본식 명칭)를 바다로 배출하는 방식과 활동이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오염수의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IAEA는 처리수를 바다에 통제된 방식을 사용해 점진적으로 방류하는 활동이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방사능 영향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라고 결론내렸다”고 했다. 그로시 총장은 이후 기자회견에서도 “2년간에 걸쳐 평가했다”며 “(오염수 방출의) 적합성은 확실하며 기술적 관점에서 신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AEA “오염수 2년 평가 적합성 확실, 인체·환경 영향 미미”

4일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 설치된 모니터에 해양수산부가 제작한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영상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일일 브리핑에서 그로시 총장이 오는 7~9일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로시 사무총장이 한국을 방문해서는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을 면담하면서 종합보고서 내용을 우리 측에 설명할 것”이라며 “이 외에도 박진 외교부 장관 면담 등 일정을 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동식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최근 후쿠시마 제1원전 항만 내부에서 잡은 우럭에서 기준치의 180배 세슘이 검출된 것과 관련해 “해당 우럭이 우리나라 연안으로 건너올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후쿠시마 앞 연안에 정착해 사는 우럭이 태평양과 대한해협의 거센 물결과 깊은 바다를 헤치고 우리 바다까지 1000㎞ 이상 유영해 온다는 것은 어류생태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어류는 한 곳에 정착해 사는 정착성 어류와 적정 수온을 찾아 이동하는 회유성 어류로 나뉘는데 어떤 종류라도 국내에 유입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이날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전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IAEA는 일본 정부의 의뢰를 받아 2021년 7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검증하기 위한 국제검증단(TF)을 꾸렸다. 검증단은 국제원자력기구 사무국과 미국·중국·프랑스 등 11개국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한국 정부가 추천한 원자력안전기술원의 김홍석 책임연구원도 참여하고 있다. IAEA 보고서에 따르면 TF는 지난 2년간 다섯 차례 일본을 방문해 검증 과정을 거쳤고, 수백 쪽에 달하는 도쿄전력의 기술·규제 문서를 분석해 여섯 차례 중간보고서를 발간했다.

그로시 총장은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시료를 전 세계에 있는 복수의 연구소에 보냈다. 이 연구소들에서 나온 결과를 종합할 때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각국 연구소 분석 결과도 최종 보고서에 담겼다. 또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트리튬)에 대해선 “일정한 양의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물을 희석해 방류하는 것은 중국·한국·미국·프랑스 등 많은 나라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검증된 실적이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검증에는 일본 도쿄전력과 IAEA 산하 기관 3개 연구소를 비롯해 미국 등 4개국 분석 기관이 참여했다. 4개국 분석 기관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LANL), 프랑스 방사선방호원자력안전연구소(IRSN), 스위스 슈피츠 실험실(LS)이다.

그로시 총장은 이날 회견에서 한국·중국 등의 오염수 방류 반대 움직임을 언급하며 “방류가 시작된 후에도 IAEA가 현장에 상주하며 계속 안전성을 검증해 가겠다”며 “방류에 대한 우려는 나올 수 있으며 이런 우려에 대해 포괄적·종합적·객관적·과학적으로 평가를 내려 질문에 답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IAEA는 보고서에서도 “안전성 검토는 방출 단계 동안 계속될 예정이며 관련 기관이 지속적으로 현장을 지키며 배출 시설의 실시간 온라인 모니터링 데이터를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하는 동안 IAEA는 이를 수십년간 모니터링하고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방류를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염수 방류를 언제 시작하느냐’는 질문에 “해양 방출 시기는 안전성 확보, 뜬소문 대책 대처 상황을 정부 전체가 확인한 후에 판단할 것”이라면서도 “올해 봄에서 여름 사이 방류를 시작하겠다는 정부의 기존 계획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 방침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처리수의 해양 방출 안전성에 대해 높은 투명성을 갖고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이해가 심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한국의 수산물 등 수입규제 철폐가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도쿄전력은 오염수 방류를 위한 설비 공사 및 시운전을 지난달 27일 완료했고,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시설 검사도 끝나 이번 주 내 도쿄전력에 검사 종료증을 발부할 예정이다. 검사 종료증이 발부되면 방류를 위한 기술적인 준비는 완료된다. 방류 개시가 결정되면 도쿄전력은 ALPS를 거쳐 탱크에 보관돼 있는 오염수를 바닷물과 희석해 삼중수소 농도를 기준치의 40분의 1 미만으로 낮춘 후 해저터널을 통해 바다로 흘려보낸다.

그로시 총장은 5일엔 후쿠시마 제1원전 인근인 이와키시를 방문해 어민들 및 관계자들과 면담할 계획이다. 7일부터는 최종 보고서에 관해 설명하기 위해 한국과 뉴질랜드, 쿡제도를 방문한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서유진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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