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성문법 없다…경찰 형사면책 확대 땐, 오남용 우려 있다 [김대근이 소리내다]

김대근 2023. 7. 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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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은 법 개정을 통해 경찰 공무집행에 대한 면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불법 집회 대응에 따른 문제 발생 시 징계를 면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최근 정부가 집회ㆍ시위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강조했다. 야간 및 출퇴근 시간대의 집회ㆍ시위를 제한하기 위해 집시법을 개정하고, 집회ㆍ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경찰의 행위에 대해서 형사적으로 적극 면책하거나 면책조항을 두겠다는 것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집회ㆍ시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적극 면책하겠다고도 했다. 전자의 문제에 대해서는 집회ㆍ결사에 대한 허가를 금지하는 우리 헌법 제21조 제2항에 위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이 따른다. 그러나 공권력의 오ㆍ남용의 가능성이 큰 경찰 면책 규정의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가 없다.

2022년 2월 ‘경찰관 직무집행법’이 개정되어 형사적 경찰 면책규정(제11조의5)이 도입되었다. 경찰 면책 규정은 형벌을 받을 우려에 노출된 사각지대에서도 경찰관이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본연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입법되었고, 특히 제11조의5는 신고자나 요구조자(구조를 필요로 하는 사람)로부터 경찰권 발동을 요청받는 경찰이 사건 현장에서 적극적이고 제대로 된 경찰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과소 조치를 해결하기 위한 문제의식에서 기인한다.

8일 오전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 주차장에서 경찰청 주관으로 불법 집회·시위 해산 및 불법 행위자 검거훈련이 열리고 있다. 뉴스1

국내 법률에서도 유사한 면책 규정이 있기는 하다. 특히 긴급상황에서 활동하는 공무원 등에 대한 최초의 면책 규정은 1995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두었다. 이 법에서는 응급의료행위가 불가피하였고 응급의료종사자가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정상을 고려하여 업무상과실치사상인 형법 제268조의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한다(제63조). 그 밖에 ‘119 구조ㆍ구급에 관한 법률’(제24조), ‘도로교통법’(제158조의2), ‘소방기본법’(제16조의5)에서도 유사한 면책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응급환자에게 발생한 생명의 위험, 심신상의 중대한 위해 또는 증상의 악화의 방지(응급의료법)라는 응급의료활동이나 화재진압 및 인명구조ㆍ구급(소방기본법)이라는 소방활동을 무기와 강제력을 수반한 침익적 행정을 하는 경찰활동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선진국에 경찰 면책 규정 없어


주요 외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형사적 경찰 면책 규정을 적극적으로 규정한 예는 찾기 어렵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모두 성문법으로 경찰의 형사면책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판례를 통해 경찰 면책제도(Qualified Immunity)를 확립한 미국도 인정되는 불법의 고의나 과실을 면제하는 내용을 가진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러한 책임 내지 주의 의무 위반 인정의 기준을 사후적 잣대에 의하지 않고, 경찰 조치 시점에서의 현장 경찰관의 사전적 판단에 의한다는 것이 소위 경찰면책법으로 회자하는 판례의 주요 쟁점이다. 또한 미국의 경찰 면책 제도는 민사 책임을 감면한다는 점에서 우리와 같이 형사 책임을 감면하는 규정이 아니다. 영국 판례상의 ‘정직한 믿음’의 원칙이나, 독일의 지배적 학설과 판례에 따른 ‘사전판단’ 원칙도 유사하거나 같은 맥락이다. 일본은 특별한 명칭으로 원칙이 정립되고 있지 않으나, 법원의 태도는 현장 경찰관의 합리적 판단을 존중하는 판결로 나타나고 있다.
민주노총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서울광장 사용 불허 규탄, 집회·시위 자유 보장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이처럼 경찰의 형사 책임을 면책하는 입법례는 드물다. 경찰 면책 규정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먼저 경찰관의 정당한 직무수행 중에 발생한 피해는 ‘업무로 인한 행위’라서 정당행위(형법 제20조)가 성립한다. 때문에 처음부터 형사 책임이 면책될 수 있기에 불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정당한 직무수행 중에 경찰관이 형사처벌된 사례는 드물고, 상당수 기소유예되거나 형사처벌을 하더라도 정상을 참작해 가볍게 처벌된다.

시민 기본권 침해 우려


만약 경찰관의 위법한 직무수행에 대해서 형사책임을 면책하겠다는 취지라면 우리 법질서 체계에 반하고 법치국가 이념과 충돌한다. 더 나아가 일반 시민에 비해서 경찰관에게 불법의 특혜를 준다는 점에서 평등원칙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경찰관이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경찰권의 오ㆍ남용을 통제하려는 ‘건강한 긴장감’을 면책조항이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경찰 면책규정과 관련하여 2021년 11월 25일 행정안전위원회 회의록에서 당시 경찰청 차장은 “감면 규정을 둠으로써 좀 더 자신 있게 하자는 그런 입법적 취지”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경찰이 고공농성을 하던 시민을 곤봉 등으로 구타하거나, 사용이 엄격하게 제한된 뒷수갑을 채우고 체포하는 등 이른바 과잉진압 논란이 유독 잦아졌다. 이러한 경찰의 ‘적극’ 행정이 경찰 면책규정 논의와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

현행 ‘경찰관 직무집행법’의 경찰 면책 규정은 강력범죄를 비롯하여 스토킹 범죄, 가정폭력, 아동 대상 범죄 등과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에 대한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마련되었다. 다시 말해 ‘일반적인 범죄현장에서의 경찰활동 보장과 이를 통한 사회적 약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현행법상의 면책 규정이 집회ㆍ시위 현장에서의 경찰 법 집행에 주로 활용되는 것은 입법 취지와도 정면으로 배치될 뿐만 아니라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다면 경찰 면책 규정의 대안은 무엇일까. 먼저 경찰법 원칙 특히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지 않는 경찰 활동에 대해 법원이 판단할 때 모든 일이 마무리된 뒤 결과만을 중요시하지 말고, 상황 발생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관점에서 긴급성과 전문성을 인정하는 해석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경찰관은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대한 구체적 위험이 발생한 경우 재량에 의한 판단과 조치로 그 위험을 방지·제거한다’는 경찰행정법의 기본 명제를 훼손하지 않을 수 있다.

지난달 31일 오전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 인근 도로에서 높이 7m 망루를 설치해 고공농성을 벌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간부가 체포에 나선 경찰관에게 막대를 휘두르며 저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법률보험도 적극 활용해야

또한 경찰 법률보험을 적극 활용하고 지원해야 한다. 경찰 법률보험은 이미 2018년 도입되었고, 2020년에는 공무원책임보험이 병행 도입되었다. 이에 경찰관이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다가 민ㆍ형사상의 피소 시에 공무원책임보험을 우선 적용하고 보장되지 않는 사안(민사상 고의ㆍ중과실, 과실범으로 자격정지 미만의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형사 합의금 등)의 경우 경찰 법률보험 통해 보장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경찰 내부에서 적극적으로 본연의 직무를 수행한 경찰에 대한 징계를 자제하는 것도 필요하다.

경찰 형사 면책 규정은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고 외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드문 제도라는 점에서 입법과 집행에 신중해야 한다. 특히 집회·시위에 대한 강경한 대응의 방편으로서 경찰 면책규정을 활용할 경우 위헌·위법의 소지가 있을뿐더러 시민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제복 입은 시민으로서 경찰은 시민과 동등한, 아니 더 높은 법치주의의 수범자다. 실상 법치주의(Rule of Law)는 국가와 공권력의 법 준수 의무를 강조한 이념이라는 점, 그리고 우리 모두는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헌법 제11조를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 주제와 관련해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의 다른 시각을 ‘중앙일보 소리내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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