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민주유공자법 단독 강행…여당 “내편 신분 격상법”
더불어민주당이 4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에서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민주유공자법)을 단독으로 처리했다. 국민의힘과 윤종진 국가보훈부 차관은 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회의장을 퇴장했다.
민주유공자법은 문재인 정부 때 민주당이 추진했었다. 이미 법이 있는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외의 다른 민주화운동 관련자들도 민주유공자로 지정해 배우자와 자녀 등에게 교육·취업·의료·대출 지원을 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그러자 ‘86 운동권 셀프 특혜’라는 비판이 나왔고, 여론에 밀려 결국 민주당은 법안 추진을 멈췄다.
민주당이 재추진해 이날 처리된 법안엔 교육·취업·대출 등의 지원 내용은 빠지고, 의료·양로·요양 지원 내용만 포함됐다. 정무위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각종 ‘셀프 특혜’ 논란이 있던 지원 내용은 뺐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분들은 빨갱이, 사상범, 사회를 혼란시킨 사람이 아니다. 대한민국 민주유공자라는 명예만 드리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통과 직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충분한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또다시 입법 폭거와 국민 갈라치기를 자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반정부 시위, 불법 파업, 무단 점거 농성, 자유민주주의 체제 부정 등의 행위를 하다 사망했거나 부상당했던 사람들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민주유공자로 인정해주는 법으로, 민주당 주류인 86 운동권 세력들이 자기 편만을 유공자로 지정하기 위한 ‘운동권 특혜법’이자 ‘가짜 유공자 양산법’”이라고 비판했다. “내 편 신분 격상법”이라는 표현도 썼다. 민주당 의원 본인이나 가까운 이들이 법 통과로 혜택을 받는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정부·여당은 오래 지나지 않아 역사적 평가가 끝나지 않은 사건 관련자들도 민주유공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국가보훈부는 입장문에서 “3당 합당 반대사건, 남민전 사건, 노동쟁의사건, 부산 동의대사건 등 현재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수많은 사건과 그 관련자를 애국정신의 귀감인 민주유공자로 예우하자는 취지의 법률안”이라고 반대 입장을 냈다. “남민전 사건 2명, 동의대 사건 1명, 서울대 민간인 고문 사건 1명이 유공자 예우를 받는다”는 점도 정부·여당은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종민 의원은 “유공이 뚜렷하고 헌신이 뚜렷하고 사회적 공감대가 분명한 사건이라는 기준에 따라서 민주 유공인지 아닌지 심사과정을 보훈심사위원회에서 할 수 있도록 법에서 열어놨다”며 “이 문제에 대한 최종적 판단은 보훈심사위에서 사회적 공감대 형성된 사건을 판단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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