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바젤 2023, 우리가 주목해야 할 키워드와 작가들

2023. 7. 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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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지구가 직면한 크고 작은 다양한 문제를 깡그리 무시하는 듯, 초고가의 작품들이 빛의 속도로 솔드아웃된 아트 바젤의 활기는 마치 사고로 다른 행성을 방문한 듯한 이질감을 선사했다. 그러나 우리가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불편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작가들의 이야기가 있다. 에콜로지, 퀴어, 탈식민주의, 아프로퓨처리즘까지, 코스모가 추출한 4개의 키워드 그리고 3명의 작가 이야기.

Q : 코스모 독자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A : 저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시각예술가이자 미디어 아티스트, 현대미술가입니다. 주로 영상 설치, 게임 시뮬레이션, VR 등을 통해 미술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 작업은 주로 경계를 넘나드는 주체나 사건들을 다룹니다. 그런데 이 주체들은 인간이 아닌 가상의 개체일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제 작품의 이야기는 가끔은 현실과 괴리가 있을 법한 다양한 세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저는 픽션을 만듭니다. 하지만 저는 이 픽션을 그냥 픽션으로 끝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끔 합니다. 그때 사람들이 다시 마주한 현실을 조금은 새롭게 바라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사변적 픽션(Speculative Fiction)’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Ayoung Kim, Delivery Dancer°Øs Sphere (filmstill), 2022ÄCourtesy Ayoung Kim and Gallery HyundaiÄ

Q : 〈딜리버리 댄서의 구〉가 비디오 아트와 아티스트 필름을 상영하는 아트 바젤 2023의 ‘Film’ 섹션에 초대됐습니다. 이 작품이 국제적인 관심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A :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저는 2020년부터 2022년 말까지 여행을 하지 못했는데요, 그 전까지 세계를 굉장히 많이 돌아다니던 사람이라 갑자기 모든 것이 멈춰버리니까 완전한 무능력과 무력감을 경험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 제가 속한 도시를 보다 면밀히 관찰할 수 있게 된 거죠. 팬데믹 내내 저는 작업실에서 거의 매일 배달 음식을 시켜 먹고 또 시켜 먹는 반복적인 일상을 보냈는데요, 어느 날 음식을 문 앞에 놓고 소리 없이 사라지는 익명의 존재, 그러니까 배달 라이더들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삶을 조사하던 와중에 운이 좋게도 능숙하고 경험이 많은 베테랑 여성 라이더와 만나게 돼 그녀의 오토바이 뒷좌석에 앉아 서울 시내를 활보하며 배달 체험을 하기도 했죠. 저에게는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아주 강렬한 경험이었습니다. 제 생각에 이 작품에는 제가 배달 라이더 체험에서 느꼈던 강렬한 현장감이 고스란히 반영된, 그런 사이버펑크적인 분위기가 생생하게 표현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동시에 이 작품은 모든 것이 정지된 시기에도 계속해서 달려야만 하는 플랫폼 노동자의 불안정한 삶에 관한 이야기기도 합니다. 도시 서울에 관한 아주 보편적이면서 동시에 매우 개인적이며 특수한 이야기라는 점이 이 작품이 해외에 계신 분들에게 좀 더 특별하게 다가가는 요인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러니까 서울판 ‘팬데믹 픽션’인 셈이죠. 모든사람이 자기가 속한 도시에서 자신들만의 픽션을 써 내려갔으니 다른 도시의 픽션도 흥미롭게 보이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이 작품은 시각적으로도 좀 독특한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실제 배우가 등장하고 오토바이가 서울 시내를 질주하는 실사 촬영분이 있고, 그러다가 갑자기 게임 엔진으로 구현한 가상의 서울을 보여주는 3D 시뮬레이션 CG가 펼쳐지며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세계가 돌아가고…. 그렇게 어떤 실사와 가상의 이미지들이 마구 충돌하고 동행하다 이탈하는 일종의 글리치라고 할까요. 이런 거칠고 생생한 긁힘, 파열 같은 것들이 서울을 상징하는 어떤 시각적인 코드로 보일 수도 있겠네요.

Ayoung Kim, Delivery Dancer’s Sphere(filmstill), 2022 Courtesy Ayoung Kim and Gallery Hyundai

Q : 〈딜리버리 댄서의 구〉는 일면 배달 라이더와 디지털 플랫폼 노동 같은 현대의 문화 조건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민감하고 복잡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작품이 현대사회의 이슈를 다루는 관점은 무엇일까요? 또한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배달 라이더의 경험을 어떻게 공감할 수 있을까요?

A : 이 작품에서는 배달 라이더들의 능력과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로 ‘고스트 라이더’, ‘고스트 댄서’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게임 속 캐릭터의 능력치와 같은 것인데요, 사실 이 ‘고스트’라는 표현은 플랫폼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고스트 워커’라고 부르는 사실과 연결됩니다.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죠. 보이지 않기 때문에 유령인 것이고요. 기술의 발전은 우리 모두에게 편리함이라는 혜택을 제공하지만 그와 동시에 특정한 계층과 계층 사이에 어떤 불균형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저는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더욱더 배제되고 소외되는 특정한 사람들, 새로운 계급, 새로운 계층이 생겨나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하곤 합니다.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수혜는커녕 오히려 더 소외되고 잊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소외된 사람들의 처지에 함께 선다는 입장에서 이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Q : 대중 문화에 친숙한 독자들은 때론 현대 미술이 너무 복잡하고 난해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현대 예술의 복잡한 문맥과 대중 문화에 친숙한 독자들이 만나는 이 묘한 긴장을 해결하는 어떤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요?

A : 저는 그 간극을 해결하는 사람들, 전문가들이 별도로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소통하는 데 관계된 사람들 말이죠. 저는 작업에 충실하면서 이 과정에 집중하려는 편입니다.

Q : 코스모 독자들이 〈딜리버리 댄서의 구〉를 관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 이 작품은 올해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6월 30일(금), 7월 4일(화), 7월 6일(목) 총 3회 상영합니다. 이 자리에서 많은 분과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품을 보러 오실 관객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 작품을 통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어떤 편리함과 불편함, 수혜와 소외 같은 모순적인 현상에 대해 생각해볼 수있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합니다. 이미지만 즐기셔도 무방합니다. 눈 돌아가는 엄청난 배달의 속도를 경험할 수 있으실 겁니다.

Q : 코스모 독자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A : 저는 예술가이자 영화감독입니다. 실험 영화, 사진, 글쓰기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미국 서부 출신의 아메리카 원주민이며, 제 부족은 호청크와 파창가입니다. 현재는 뉴욕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Sky Hopinka, Just a Soul Responding (16mm to HD digital transfer, 4 channels, color, sound, TRT 15:45),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Broadway.
Sky Hopinka, Just a Soul Responding (16mm to HD digital transfer, 4 channels, color, sound, TRT 15:45),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Broadway.0
Sky Hopinka, Just a Soul Responding (16mm to HD digital transfer, 4 channels, color, sound, TRT 15:45),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Broadway.
Sky Hopinka, Just a Soul Responding (16mm to HD digital transfer, 4 channels, color, sound, TRT 15:45),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Broadway.

Q : 당신의 작업은 영화와 시를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조합합니다. 현대미술과 실험 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A : 구체적이고 당연해 보이는 어떤 것을 모호하고 애매한 것으로 추상화하는 과정은 제 작업에서 핵심적인 요소입니다. 또한 저는 일상 속에 혼재돼 있는 다양한 요소를 포괄하기 위해서 시적인 접근법을 취합니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추상화의 과정과 시적인 접근법은 진정으로 위험을 감수하는, 실험적인 행동입니다. 왜 그럴까요? 아메리카 원주민의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가 원하는 것은 그런 사람들에게 아메리카 원주민의 역사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그런 사람들에게도 감동을 주는 요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저는 실험 영화가 이러한 아이디어를 확장하는 데 큰 힘과 잠재력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Q : 최신작인 〈영혼의 반응(Just a Soul Responding)〉이 새롭고 실험적인 작가들에게 독립적인 프로젝트를 선보일 수 있는 플랫폼인 아트 바젤 ‘Statements’ 섹션에 초대됐습니다. 이 작품에 대해 간략한 소개와 영감을 준 것이 무엇인지 설명해주세요.

A : 이 프로젝트에 대해 1년 동안 고민해왔고, 여행과 방황을 통해 어떤 의미에서는 미국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습니다. 이 작품은 장 보드리야르의 〈아메리카〉라는 책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이 책은 1980년대 미국에 대한 보드리야르의 관찰과 이해를 드러냅니다. 이는 제가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가진 많은 의문을 명확하게 표현했습니다. 저는 제 친구인 애비와 함께 차를 몰고 미국을 가로질러 운전하며 미국의 풍경을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이 경험이 왜 나를 분노하게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탐색하며 대본을 작성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특정한 감정적 반응이 드러났는데요, 이 반응을 그대로 작품에 담았습니다. 저의 창작 방식은 대체로 다양한 환경에 반응하려는 저의 노력에서 비롯됩니다. ‘영혼의 반응’이라는 제목은 한 영혼이 세상을 방황하며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과 마주치는 것들에 반응한다는 사실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 작품은 완성되지 않은 영화와 같습니다. 이야기가 시작되고 완성되지 않은 채 끝이 납니다.

Sky Hopinka, Just a Soul Responding (16mm to HD digital transfer, 4 channels, color, sound, TRT 15:45),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Broadway.
Sky Hopinka, Just a Soul Responding (16mm to HD digital transfer, 4 channels, color, sound, TRT 15:45),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Broadway.
Sky Hopinka, Just a Soul Responding (16mm to HD digital transfer, 4 channels, color, sound, TRT 15:45),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Broadway.
Sky Hopinka, Just a Soul Responding (16mm to HD digital transfer, 4 channels, color, sound, TRT 15:45),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Broadway.
Sky Hopinka, Just a Soul Responding (16mm to HD digital transfer, 4 channels, color, sound, TRT 15:45),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Broadway.
* 아트 바젤의 유일한 경쟁 부문인 ‘스테이트먼트’ 섹션에 참여한 호핑카는 Baloise Art Prize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이 인터뷰는 수상 소식이 발표되기 직전에 이루어졌다.

Q : 당신은 미국 원주민의 이야기 구조로 영상을 제작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특히 할리우드 영화로 대표되는 식민주의 서사에 도전하는 것 같습니다. 당신의 작품에서 아메리카의 식민지화 같은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드러나고 있나요?

A : 식민주의는 굉장히 광범위한 개념이기 때문에, 저는 그보다는 주권 회복과 같은 탈식민주의에서 파생된 이슈에 더 집중합니다. 기록, 주권 그리고 1990년에 미국에서 통과된 아메리카 원주민 무덤 보호 및 송환법(NAGPRA)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합니다. 이 법은 박물관에게 원주민 부족들로부터 빼앗은 물품과 심지어 유골까지 반환하도록 의무화합니다. 미국에는 570개 이상의 원주민 부족이 있고, 저마다 자체적인 자치권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이들의 주권 회복을 지원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들의 완전한 주권 회복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이는 굉장히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신화를 회복하고, 이야기를 회복하고, 물품을 회복하는 등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제 작품은 이런 회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할리우드가 할리우드의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 듯 저도 제 방식대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지요.

Q : 예정된 프로젝트나 앞으로의 작품에서 특별히 탐구하고 싶은 주제가 있나요?

A : 저는 현재 팔라우라는 아메리카 원주민 모임에 대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장편영화를 작업하고 있습니다. 〈영혼의 반응〉은 16mm 필름 카메라로 작업했지만, 이 다큐멘터리는 디지털로 작업할 계획입니다. 촬영은 올해 8월에 시작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영상 작업 말고도 사진과 그림 같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병행할 예정이고요.

Q : 코스모 독자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A :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대해 생각하는 대신 세상과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언어를 찾던 중 우연히 예술가가 됐습니다. 저는 도표나 모델 같은 형식에 관심이 많고, 사람들에게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질문을 던지며 함께 작업할 것을 요청하는 편입니다. 제가 가진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존재와 함께 일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던 중 이끼와 같은 지의류의 생존 방식에 강력한 끌림을 느끼게 됐습니다. 이끼는 2개의 유기체가 공생하는 하나의 존재로서, 나와 타인과 같은 이분법적 경계가 아닌 오로지 관계 속에서만 존재 가능한 강력한 얽힘의 예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끼의 생존 방식을 제 삶의 지침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Nolan Oswald Dennis, symbiont-sociont. A lichen metacosmology, or dreaming with a lichen teacher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Nicoletta Fiorucci Foundation.

Q : 예술가, 큐레이터, 전문가 등이 참여해 예술과 문화에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논의하는 대화 및 토론 시리즈인 아트 바젤 ‘Conversation’에 초대됐습니다. 누구와 어떤 대화를 나눌 계획인가요?

A : 리버풀 비엔날레의 큐레이터인 카니실레 음봉와 그리고 빈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벨린다 카짐카민스키와 대화를 나눌 예정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행위인 호흡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인데요, 특히 중점을 두고 싶은 점은 아프리카와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호흡, 흑인 호흡에 관한 내용입니다. 호흡은 살아 있음을 의미하고, 살아 있다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준다는 그런 나눔의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살아서 호흡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서로에게 힘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Q : 우연히 당신의 작품 〈심비온트-소시온트. 이끼 메타우주론, 또는 이끼 선생님과의 꿈〉을 발견하고 당신에 대해 궁금해졌습니다. 이 작품은 특히 시각적으로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복잡한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매력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경험으로 변환하는 당신만의 방법론이 있을까요?

A : 저는 세상을 단순화하지 않도록 주의하려고 노력합니다. 복잡한 관계는 그대로 복잡한 채로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해하기 위해 서두르다 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형태로 축소하고 정작 관심 있는 것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오히려 복잡한 관계들의 관대함을 담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지도나 다이어그램 그리고 꿈과 같은 형태들이 제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언급하신 제 작품은 어린 시절 과학 잡지의 기사를 수집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린 그림을 기초로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느낀 경이로운 감정을 흑인, 원주민, 퀴어들의 해방의 시학과 결합하려 했습니다. 이끼와 흑인 해방, 그리고 제가 어린 시절 느낀 경이로운 감정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어떤 수준에서는 완전히 절대적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제 작품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면 그것은 아마 관계의 복잡성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 특히 흑인 페미니스트 사상가들의 영향을 작품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를 들어 K팝과 같은 문화 현상을 이해하는 관객들에게도 당신의 작품이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요?

A : 흑인 페미니스트들은 가부장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차이, 변화, 공존이라는 것을 가르쳐준 고마운 분들입니다. 세상은 우리가 차이를 포기하고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억압하며 공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조건에서의 공존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이끼는 다름의 결합에 정확히 의존하는 유기체입니다. 서로 전혀 관련이 없는 두 생물, 조류와 곰팡이가 함께 살면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고, 그렇게 함으로써 다른 생명을 위한 조건을 만들어냅니다. 우리도 다른 사람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의 일부를 나누고, 다른 사람들의 일을 통해 우리 자신을 성장시키며 그렇게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과제는 이러한 공동의 작업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사회적 부채를 인정하고, 깨어진 관계를 회복하고, 많은 사람의 작업인 것을 내 혼자만의 것인 양 주장하지 않는 것입니다. K팝도 세계 속에서 비슷한 메시지를 내고 있지 않나요?

Q : 당신은 아트앤젤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발족시킨 생태학적 프로그램 ‘월드웨더 네트워크(World Weather Network)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엔터테인먼트와 대중문화에 열정을 가진 한국의 젊은 독자들 사이에서 환경적인 메시지를 담은 당신의 작품이 어떻게 공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A : 이끼의 비극은 환경 파괴의 영향을 가장 먼저 느낀다는 것입니다. 이끼는 환경의 작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러한 변화로 인해 몸에 상처를 입고 발육이 저하되며 궁극적으로 박멸됩니다. 느리게 죽어가면서도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려줍니다. 생태학자들은 이들을 생태계 서비스 제공자라고 부르는데, 이들의 삶과 죽음을 통해 전체 시스템이 이익을 얻기 때문입니다. K팝 아티스트를 비롯한 저와 같은 예술가들도 우리 사회 생태계에서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작업은 훨씬 느리고 보잘것없지만, 그럼에도 이 사회를 구성하는 집단체의 일부이며, 이 일부로서 느리게 죽어감으로써 비로소 내 역할을 찾아가고 있구나 하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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