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의 신과 영웅들, 한국에 왔다
‘그리스가 로마에게, 로마가 그리스에게’전
제우스 신과 로마 전쟁 영웅 카이사르, 명상록을 쓴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인류 역사에 고대 그리스와 로마가 남긴 유산은 심오하고 광대하다. 민주정, 로마법, 철학 등 제도적 유산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신화에서 영감을 받은 캐릭터, 컴퓨터 게임, 영화, 상품 브랜드를 한국인의 일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초등생에게조차 친근한 이들 그리스와 로마의 신과 영웅, 역사적 인물의 초상 조각 유물이 대거 한국에 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상설전시관에 ‘고대 그리스·로마실’을 신설해 지난달 중순부터 시작한 ‘그리스가 로마에게, 로마가 그리스에게’ 전에서 이들 유물을 만날 수 있다. 세계적인 서양 고대 작품을 소장한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과 공동 기획해 초상 조각, 항아리, 비석 등 126개 전시품으로 구성됐다. 전시에서 가장 큰 조각상인 ‘토가를 입은 남성의 초상’을 비롯해 절반 정도가 최초 공개되는 유물들이다.
이 전시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드문 기획이다. 2000년 이후 국내에서 열렸던 그리스·로마 관련 전시는 대부분 그리스나 로마 중 한쪽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오세연 세계문화부 부장은 “그리스를 주제로 한 전시에도 필연적으로 로마 시대 작품이 다량 포함되곤 했지만, 이번 전시는 처음부터 그리스와 로마 두 문화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두 나라의 신화와 문화를 살펴보려 한다는 점에 차별점이 있다”고 밝혔다.
전시는 각각 신화, 초상미술, 사후관 등 세 주제로 나눠 그리스와 로마의 닮은 듯 다른 문화를 보여준다. 1부 ‘신화의 세계’에서는 그리스에서 로마로 전래한 신화를 살핀다. ‘신들의 아버지’ 유피테르(제우스의 로마식 이름)를 비롯해 사랑과 아름다움의 신 베누스(아프로디테의 로마식 이름) 등 그리스·로마 신화 속 주요한 신들의 모습을 표현한 도기와 토제 등잔, 대형 대리석 조각상, 소형 청동상 등을 볼 수 있다.
그리스·로마 신화에는 인간과 짐승을 결합하는 등 ‘혼종 생물’도 많이 등장한다. 날개 달린 사자의 모습을 한 그리핀이나 인간의 머리에 말의 몸을 지닌 켄타우로스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핀의 머리를 한 스핑크스, 그리핀 머리 모양의 리톤(뿔 모양 술잔) 등이 전시된다.
2부 ‘인간의 세상’에서는 그리스와 로마의 독자적인 발전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초상 미술에 초점을 맞추고 결과적으로 서로를 도운 두 문화의 관계에 집중한다. 그리스가 기원전 2세기 로마에 점령당하는 역사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의 신화, 철학, 문학, 조형 예술은 로마에 깊이 영향을 줬다. 조형 예술에 있어서 로마는 그리스 고전기의 조각 걸작들을 수집하고 대규모로 복제해 공공장소와 개인 저택에 세워두곤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 같은 로마의 그리스 애호 덕분에 그리스의 문화 요소가 로마 제국 곳곳에 전파될 수 있었다. 덕분에 그리스의 원본 걸작들이 대부분 없어진 지금에도 그 모습을 재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전시장도 초상 조각들이 주로 전시됐던 로마 시대 빌라의 모습으로 꾸며 당시로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가는 느낌을 준다. 관람객들도 전시장 한가운데 차려진 연회에 초대받아 고대 그리스·로마 사람들처럼 신과 죽음, 그리고 현실에 대해 철학적 대화를 나누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
3부 ‘그림자의 제국’에서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사후관을 다룬다. 죽음 이후 삶이 다른 존재 형태로 전환된다고 생각한 그리스와 로마인들은 무덤과 장례의식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가족뿐만 아니라 행인들이 죽은 이의 이름을 읽고 새겨진 형상을 보고 그를 기억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서, 무덤의 위치를 길에서 가깝게 하고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도록 호화롭게 꾸몄다. 유골함과 석관에도 글과 이미지를 새겨 죽은 이를 기억하려고 한 고대인의 마음이 전해진다. 전시는 4년간 열린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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