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곳간 관리’ 문제없나? 순이익률 2%대…부채 20조원대 넘어
지난 몇 년 동안 이어진 CJ그룹 위기론이 올해도 고개를 들었다. CJ제일제당과 CJ ENM 등 그룹 캐시카우 계열사도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그룹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사업 확장을 위해 쏟아붓고 있는 투자금은 재무 부담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증권가에서도 걱정 섞인 시선들이 감지된다.
재무 불안 요인(1) 그룹 수익성 바닥
100만원 팔면 세금 내고 2만원 남아
지난해 말 기준 CJ그룹 계열사는 85개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이 기록한 전체 매출은 30조1758억원, 당기순이익은 7042억원이다. 당기순이익은 매출에서 원가와 판매관리비, 영업 외 수익·비용, 세금 등을 공제한 뒤 기업이 확보한 수익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계산한 CJ그룹의 ‘순이익률’은 2.3%다. CJ그룹 매출이 1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이것저것 비용을 공제하고 CJ그룹이 손에 쥐게 되는 돈이 2만원 정도라는 뜻이다. 순이익률은 통상 기업의 수익성을 측정할 때 활용된다. 그룹 전체 ‘내실’을 살펴보기 용이하다. 이자·투자 등 다양한 영업 외 수익 활동의 결과를 포함한 지표기 때문이다.
매출 규모가 비슷한 그룹과 비교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KT그룹은 4.9%, 신세계그룹은 4.1%를 기록했다. DB그룹도 6.4%다. CJ그룹의 핵심 사업인 ‘식품’ 분야에 집중하는 그룹과 비교해도 CJ그룹 순이익률은 낮은 편이다. 하림그룹은 4.2%, 동원그룹은 3.3%다.
더 큰 문제는 CJ그룹의 낮은 순이익률이 지난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순이익률은 최근 3년(2020~2022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CJ그룹 2020년 순이익률은 0.4%, 2021년 순이익률은 2.1%로 나타났다. 영업 자체 수익성을 살펴볼 수 있는 영업이익률도 상황은 비슷하다. 2020년부터 3.1%, 4.4%, 4.8% 수준에 그쳤다. 순이익률과 비교하면 높은 편이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특히 올해는 상황이 더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까지 든든한 버팀목이 된 ‘캐시카우’ 계열사들이 흔들리고 있어서다.
CJ제일제당이 대표적이다. CJ제일제당은 올해 1분기 매출 7조711억원, 영업이익 2527억원을 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41.9% 감소했다. 문제는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2분기 실적 전망도 좋지 않다는 점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CJ제일제당의 2분기 실적을 3200억원 정도로 내다봤다. 이 전망이 맞다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0억원 이상 쪼그라든다.
또 다른 주력 계열사 CJ ENM은 상황이 더 안 좋다. 올해 1분기에는 합병 법인(CJ오쇼핑-CJ E&M) 출범 이후 첫 분기 영업적자를 냈다. 손실 규모는 503억원. 내부적으로 올해 경영 목표를 ‘수익성 개선’으로 잡을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군다나 업황 자체가 나쁜 게 아닌 만큼, 증권가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따갑다. 경쟁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전망하는 CJ ENM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3월(651억원), 4월(424억원), 5월(149억원)로 매달 하향 조정 중이다.
재무 불안 요인(2) ‘혁신’ 사라진 투자
기존 사업 살리느라 빚만 불어났다
CJ그룹의 성장 원동력은 ‘혁신’이었다. 1993년 삼성에서 독립을 추진한 뒤 CJ그룹은 삼성이 손을 뻗지 않은 곳에 진출해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삼성과의 사이를 고려하면, 생존을 위한 혁신이었다”고 설명한다. 과거 삼성그룹과 CJ그룹은 지독한 갈등을 겪었다. 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故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을 두고 “집안에서 쫓겨난 사람”이라고 표현할 만큼, 사이가 좋지 않았다.
CJ그룹은 1994년 외식 사업(현 CJ푸드빌)과 단체급식 사업(현 CJ프레시웨이) 진출을 시작으로, 1995년 정보 시스템업(현 CJ올리브네트웍스), 영화 산업(현 CJ ENM) 등으로 영향력을 넓혔다. 1996년에는 극장 산업(현 CJ CGV)에 뛰어들었고, 1997년에는 빕스와 뚜레쥬르를 출시했다. 1999년에는 뷰티 사업(현 CJ올리브영)까지 손을 뻗었다. 한 해도 쉬지 않고 새로운 산업에 뛰어든 셈이다.
하지만 최근 CJ그룹의 행보는 ‘혁신’과 거리가 멀다. 투자 자체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지만, 과거와 방향성이 다르다. 혁신이 사라졌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유는 단순하다. 최근 투자금 대부분은 기존 사업 확장에 쓰이고 있는데,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지 않아서다. CJ제일제당의 미국 냉동식품 기업 슈완스 인수(2조원), CJ대한통운의 미국 물류업체 DSC로지스틱스 인수 등이 그 예다.
반면 신사업으로 점찍은 분야에 대한 투자는 소극적인 상태다. 일부 투자가 이뤄졌지만 성과가 없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대표적인 게 바이오 부문이다. 2021년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콘텐츠·식품·플랫폼과 함께 바이오를 주력 사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이후 2021년 7월 CJ제일제당이 천랩(현 CJ바이오사이언스)을 사들였지만, CJ그룹에 인수된 이후 매출이 감소하는 등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같은 해 인수한 바타비아바이오사이언스 역시 실적 기여도는 미미한 수준이다.
수익성은 부진한데 투자는 지속되며 CJ그룹의 빚은 불어나고 있다. 외부 조달 자금이 늘고 있어서다. 기업집단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CJ그룹의 부채총액은 21조2585억원이다. 2015년(11조1774억원) 이후 꾸준히 증가 추세다. 순차입금 규모로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CJ그룹 지주사 CJ의 순차입금은 16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15조원, 2021년 말 12조원과 비교하면 빠르게 늘고 있다.
최근 경영난에 빠진 계열사에 투입되는 자금 역시 막대하다. CJ CGV는 지난 6월 21일 5700억원 규모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CJ CGV 최대주주인 CJ그룹 지주사 CJ는 현금 600억원을 투입했다. 이와 별개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자회사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 전량(4500억원 규모)을 현물출자할 계획이다. CJ가 CJ CGV에 자금을 수혈하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CJ는 2020년에도 CJ CGV 유상증자 참여(937억원), 신종자본증권 취득(2000억원) 등 3000억원을 투입했다. 2021년에는 CJ올리브네트웍스 광고 사업 부문을 분할해 CJ CGV에 넘겼다. 이번 증자까지 포함하면 CJ는 3년간 CJ CGV에 약 8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관계자는 “그룹의 재무적 안정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며 “2010년대 CJ그룹은 CJ대한통운, CJ제일제당 등의 M&A를 공격적으로 펼쳤지만, 성과로 볼 수 있는 건들이 마땅히 없다”면서 “그룹 전반에서 이익률 개선을 이뤄낼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해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재무 불안 요인(3) ‘신종자본증권’ 우려
CGV·대한통운 미상환 잔액 1.5조원
신종자본증권은 자본과 부채 두 얼굴을 가진 채권이다. 실질 성격은 만기가 정해진 부채지만, 발행 회사 결정에 따라 연장 가능하다는 이유로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된다. 자본 확충과 동시에 회계상으로는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는 자본의 역할까지 담당해 기업들이 선호한다.
하지만 신종자본증권도 언젠가는 갚아야 할 채권이다. 상환 부담도 크다. 일정 기간이 지났음에도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가산금리가 기존 금리에 합산된다. 사실상 콜옵션 행사 기한이 만기인 부채다.
CJ그룹은 신종자본증권과 가장 친숙한 기업 중 하나다. 일단 신종자본증권의 쓰임새를 바꾼 게 CJ그룹이다. 과거 신종자본증권은 금융권의 전유물이었다. 비금융권 일반 기업에 의해 신종자본증권이 발행된 건 2012년인데, 첫 사례가 CJ그룹이다. CJ제일제당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은 2012년 신종자본증권을 발행, 2000억원을 조달했다.
CJ그룹은 이후에도 신종자본증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2018년 CJ대한통운이 대표적이다. CJ대한통운은 2015년 중국 룽칭물류, 2017년 베트남 제마뎁, 2018년 미국 DSC로지스틱스 등을 인수하며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 과정에서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했다. 2015년 말 1조2817억원이던 순차입금 규모는 2018년 말 2조2989억원까지 불어났다. 신용평가사들도 불어난 차입금을 신용등급 하향 검토 요인으로 꼽을 정도였다. 결국 CJ대한통운은 2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 재무 구조 개선에 활용했다. CJ대한통운은 다음 해도 신종자본증권 3500억원을 추가 발행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CJ대한통운의 신종자본증권 미상환 잔액은 5500억원이다.
CJ CGV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에 빠진 직후 수차례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자본을 확충했다. 2020년 신종자본증권으로 2800억원을 조달했고, 2021년에는 4800억원을 확보했다. 지난해도 4500억원을 추가 발행, 자금을 조달했다. 이 중 일부는 상환을 마쳤지만 여전히 잔액은 상당하다. 지난 3월 말 기준 CJ CGV의 신종자본증권 미상환 잔액은 9513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유로 CJ그룹의 실질 재무 부담이 ‘회계상 수치’보다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관련 보고서도 나오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CJ그룹: 주력 사업의 대규모 투자 재개, 재무 부담 조절이 관건’ 보고서를 통해 이를 지적했다. 당시 한국신용평가는 “CJ그룹 계열사가 연이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부채 성격이 내재돼 있다”며 “이를 고려하면, 실질적인 CJ그룹 재무 부담은 회계상 지표보다 높은 수준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6호 (2023.07.05~2023.07.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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