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희 매일유업 대표이사 부회장 “저출산 절벽, ‘탈우유’ ‘탈한국’으로 넘다” [CEO 라운지]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2023. 7. 4. 21:5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유·유제품을 파는 유업계가 ‘역대급 불황’에 신음 중이다. 구조적으로 악재가 워낙 많다. 최악의 저출산으로 우유와 분유 주 소비층인 국내 영유아 인구가 크게 줄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으로 10년 전(48만4550명) 대비 반 토막이 났다. 계속해서 오르는 원유 가격도 부담이다. 비용이 늘어나며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너무 높은 가격에 유제품을 외면하는 소비자도 늘어나고 있다.

그 와중에 나름 성과를 보이고 있는 기업도 있다. 김선희 부회장(59)이 이끄는 ‘매일유업’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여러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증가했다. 연결 기준 1조685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8.6% 늘었다. 영업이익(607억원)은 비용 증가 등 요인에 따라 같은 기간 271억원 줄기는 했다. 하지만 업황에 비하면 대체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를 들어 경쟁사인 남양유업은 지난해 영업손실 86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적자폭이 늘어났다.

일찌감치 사업 다각화를 준비해온 김 부회장 ‘선견지명’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 실적만으로 성과를 다 설명하기 어렵다. 성인 영양식 등 신사업과 해외 사업 확대는 물론 ESG 역량도 취임 전과 비교해 크게 올랐고, 올해 3월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1964년생/ 연세대 불문학과/ 미국 미네소타대 MBA 석사(재무)/ 1997년 크레딧아그리콜은행 수석 애널리스트/ 2005년 한국씨티은행 신탁리스크관리부장/ 2007년 UBS AG 투자은행 아시아태평양 리스크컨트롤 이사/ 2009년 매일유업 재경본부장 전무, 2014년 매일유업 대표이사 사장, 2023년 부회장(현)
‘영유아’에서 ‘전 세대’로 확장

성인용 건기식·대체유 ‘다각화’

김 부회장은 식품업계를 대표하는 ‘여성 최고경영자(CEO)’다. 2014년 매일유업 대표이사에 선임되며 유업계 최초 여성 CEO가 됐다.

그 뒤를 따라붙는 또 다른 수식어는 ‘재무통’이다. 연세대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네소타대 대학원에서 재무 전공으로 MBA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BNP파리바그룹, 크레딧아그리콜은행 수석 애널리스트, 한국씨티은행 신탁리스크관리부장, 스위스 UBS 리스크컨트롤 이사를 지내는 등 외국계 금융사를 거치며 재무 역량을 쌓았다.

사촌 지간인 김정완 매일홀딩스 회장이 김 부회장을 영입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9년 매일유업 재경본부장으로 합류한 후 경영기획본부장과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을 거쳐 2014년 대표이사로 선임, 10년 가까이 매일유업을 이끌어오고 있다.

대표 선임 이후 김 부회장이 가장 초점을 맞춘 것은 역시 ‘사업 다각화’다. 저출산 고령화라는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주력인 우유와 유제품만 고집해서는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대표적인 결과물이 ‘성인용 단백질 음료’다. 매일유업은 2018년 단백질 강화 영양식 브랜드 ‘셀렉스’를 선보였다. 단백질 보충 음료로 50대 이상 중장년 고령층을 겨냥한 브랜드다. 국내에서 단백질 음료를 내놓은 건 매일유업이 최초다. 셀렉스 누적 매출은 지난해 말 기준 3100억원을 돌파할 정도로 승승장구 중이다. 실적에도 큰 보탬이 되고 있다. 매일유업 흰 우유 매출이 2020년 3140억원에서 지난해 3400억원으로 8%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셀렉스 매출은 500억원에서 약 1000억원까지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여기에는 김 부회장의 선제적인 연구개발(R&D) 노력이 자리한다. 2018년 공식 설립된 ‘사코페니아(근감소증)연구소’는 일찌감치 2014년 내부 연구 조직에서부터 출발했다. 김 대표가 취임 후 신사업 강화를 위해 설립을 진두지휘했다. 미국 재직 시절, 근감소증으로 고민하는 고령층을 보며 ‘한국에도 되겠다’ 싶어 내린 결단이 먹혀든 모습이다.

셀렉스 성공 이후 국내 단백질 음료 시장이 급격히 커졌고 이제는 일동후디스, 빙그레, hy, CJ제일제당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식품 기업이 참전한 ‘핫’한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매일유업이 없던 시장을 만들어낸 셈이다.

‘식물성 대체 음료’도 김 부회장이 설계한 신사업의 한 축이다. 2015년 미국 대체 음료 브랜드 ‘아몬드브리즈’를 국내에 들여와 처음 선보인 데 이어 지난해는 식물성 대체 우유 ‘어메이징 오트’를 내놓으며 비건 음료 시장 내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어메이징 오트’는 핀란드산 오트(귀리)를 원재료 상태로 수입해 껍질째 맷돌 방식으로 갈아서 만든 비건 인증 음료다. 베타글루칸, 칼슘 등 영양소가 풍부하다는 입소문을 타며 판매가 크게 늘었다. 2021년 9월 출시 이후 지난해 말 누적 판매가 2000만팩을 넘었다. 여기 힘입어 지난해 매일유업 식물성 음료 판매량은 전년 대비 약 30% 증가했다.

이 밖에도 전방위적인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디저트 전문 회사인 엠즈베이커스 설립, 2021년에는 프리미엄 식빵 전문점 ‘밀도’를 운영하는 더베이커스 지분 35.7%를 인수하는 등 디저트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중식당인 ‘크리스탈제이드’, 커피 브랜드 ‘폴바셋’ 등 외식 사업도 탄탄하다. 이런 다각화 노력은 결과로도 나타났다. 매일홀딩스 매출액 기준 유가공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83.1%에서 지난해 69.9%까지 떨어졌다.

글로벌·ESG에도 ‘박차’

中 스타벅스 6000개에 ‘단독 공급’

김 부회장은 글로벌 시장 확대에도 소매를 걷어붙였다. 이 또한 수익 다각화의 일환이다.

최근 매일유업은 스타벅스차이나와 식물성 건강 음료 ‘아몬즈브리즈 바리스타’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전역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 6000여개에 매일유업이 단독으로 아몬드 대체유를 공급하게 됐다. 벌써 신메뉴도 나왔다. 최근 중국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아몬드브리즈를 활용한 캐러멜 무스 아몬드라테 등 신메뉴를 선보였다. 이후에도 다양한 신메뉴를 내놓을 예정이다. 식물성 대체유 ‘어메이징 오트’도 중국 스타벅스 공급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 계약 체결 시 해외 매출 규모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2021년 호주 파우더 원료 공장 인수도 수출 확대를 위한 초석이다. 우유 분말과 원료 등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수출 기지’로 활용한다는 방안이다.

수익 악화에도 불구, ‘사회 공헌’에도 열심이다. ‘소화가 잘되는 우유’ 제품 연매출 1%를 노인 우유 배달을 위해 기부한다. 희귀 질환인 ‘선천성 대사 이상’ 환아들을 위한 ‘특수 분유’도 1999년부터 꾸준히 생산하고 있다. 특수 분유 생산 기업은 한국에 매일유업뿐이다. 비용이 크고 시장은 작아, 전 세계로 범위를 넓혀도 개발 업체가 매우 드문 편이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최근 ESG 관련 평가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ESG기준원 ESG 평가에서 통합 ‘A등급’을 획득했다. 32개 식품 상장사 중 통합 등급이 전년 대비 오른 곳은 매일유업이 유일하다. 김 부회장은 올해 4월 공정거래협약 최우수 등급 등 공로를 인정받아 ‘공정거래의 날’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저출산과 비용 증가로 시장이 워낙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지속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ESG 경영을 강화하고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게 김 부회장이 늘 강조하는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6호 (2023.07.05~2023.07.11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