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지속가능한 부산’을 꿈꾸다
스타트업은 수도권에서 주로 성장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가 스타트업의 북방 한계선, 경기도 성남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로가 스타트업의 남방 한계선으로 불릴 정도다. 그만큼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공간과 지원기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VC)과 인큐베이팅을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스타트업의 절반가량은 여전히 지역에 있다. 마침 지역 스타트업의 네트워킹 갈증을 해소해줄 수 있는 행사가 부산에서 열렸다.
매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스타트업 행사인 ‘슬러시’의 부대행사 ‘슬러시드’다. 슬러시드는 스타트업 이슈에 대해 논의하고 지역의 스타트업들을 소개하는 자리다. 이번 슬러시드는 지난달 29일 부산 동구 유라시아플랫폼에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 주관으로 열렸다. 오전 10시쯤 찾은 부산 슬러시드에는 다양한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부산·울산·경남 스타트업과 대학생, 예비 창업자, 국내외 창업기업과 투자자, 기업 관계자 등 1000여명이었다.
이날 슬러시드의 주제는 ‘글로컬라이징(세계화+지역화) 부산 스타트업’이었다. 인구소멸과 도시재생, 창업 환경 개선 등 지역이 가진 지역적 특성이자 문제를 통해 지역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나아가 세계에 진출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열렸다. 이곳에 참여한 지역 스타트업들이 이 문제들의 해법을 직접 제시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보자는 취지다. 개막식 행사에는 이성권 부산시 경제부시장과 장인화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주관사 코스포의 박재욱 의장(쏘카 대표), 최성진 코스포 대표, 나탈리 링우드 슬러시드 총괄 등이 참석했다.
슬러시드 행사는 크게 3가지 프로그램이 동시에 이뤄졌다. 지역 스타트업 창업가들을 위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토크’ 프로그램과 슬러시드에 참가한 스타트업의 제품과 설명을 들을 수 있는 부스 형태로 조성된 ‘쇼’ 프로그램, 동시에 국내외 벤처캐피털(VC)들에 스타트업을 설명하고 피드백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밋업’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토크’ 프로그램에서는 국내외 창업가들이 키노트 발표를 통해 도시 활성화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행사의 기조연설은 페이브젠의 로렌스 캠벨 쿡 대표가 맡았다. 페이브젠은 보도블럭을 밟을 때 생기는 힘을 전기로 바꾸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쿡 대표는 “지역과 도시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경쟁력이 있는 사업 아이템”이라고 했다.
이 중 ‘부스’ 프로그램에서 만난 특색 있는 주요 스타트업 4곳을 소개한다. 바지선을 활용한 해상생태정원 프로젝트인 ‘키친파이브’, 부산에서 나는 건어물을 MZ세대 입맛에 맞게 재해석한 ‘자갈치 오지매’, 부산 내 SNS 인기 장소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슈잉’, 부산의 홀몸어르신들을 위한 홈케어 서비스를 하는 ‘고미랑’을 만나 그들의 독특한 창업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오재민 키친파이브 대표는 부산 영도구에 버려진 바지선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바지선은 화물 운송을 위해 바닥이 평평한 선박을 뜻한다. 오 대표의 키친파이브는 버려진 바지선을 이용해 부유식 해상생태공원으로 탈바꿈시키는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는 스타트업이다. 영도구는 예전부터 부산대교 아래 배들 댈 물양장에 버려진 바지선과 예인선 등 각종 선박이 계류하고 있어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던 곳이다.
오 대표는 “영도구 주민들의 속을 썩이는 버려진 바지선들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외각 지역인 아이부르그에 떠 있는 수상가옥처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바지선 주인들도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면서 이 프로젝트에 흔쾌히 응해주셨다”고 했다. 키친파이브는 부산뿐 아니라 충주 호수 등 내륙 지역에서도 바지선 활용한 도시재생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부산 자갈치시장 건어물을 활용한 스타트업도 눈에 띄었다. 자갈치 오지매는 아기자기한 건어물 캐릭터를 앞세웠다. 강다윤 노쉬프로젝트 대표는 창업 초기 부산의 느낌을 담은 사업을 하고 싶었는데, 주전부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부산’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 하다 자갈치시장을 떠올렸다. 건어물의 원재료들이 넘쳐나는 이곳에서 신선한 제품과 로컬 소상공인들과 연계해 사업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또 대기업 가운데 부산의 ‘아구’를 활용한 건어물 제품을 찾아볼 수 없다는 데 착안해 ‘단짠’과 식감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MZ 세대를 겨냥한 것이다. 강 대표는 “자갈치시장뿐만 아니라 부산의 부전시장 또 서울의 가락시장 등 수도권 지역 시장과도 상생하고 싶다”고 했다.
서울 태생인 여자친구가 부산에 놀러와 맛집을 찾는 데 출발해 나온 스타트업도 있다. 임도현 대표의 슈잉은 실시간으로 인스타그램을 분석해 사람들이 많이 찾는 핫플레이스를 보여주는 플랫폼 스타트업이다. 나고 자란 곳이 부산인 임 대표는 여자친구가 서울에서 내려와 부산 맛집을 자신보다 더 잘 찾는 걸 본 경험을 토대로 스타트업으로 만들었다. 임 대표는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기능을 활용해, 한 달에 8만개의 데이터를 분석해 이용자들에게 부산의 맛집과 핫플레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한국 뿐 아니라 베트남 등 해외 진출도 노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고미랑은 부산에 사는 홀몸어르신 스마트케어를 위한 스타트업이다. 고미랑은 팔찌와 반려인형을 통해 독거노인을 돕는다. 팔찌에 적힌 QR코드로 응급상황 발생 시 기존에 어떤 지병이 있는지, 신상정보는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다. 또 스마트폰에서 ‘곰인형과 놀아주세요’라는 알람이 울리면 센서가 들어 있는 반려인형을 흔들어야한다. 3번 이상 알람이 울려도 반려인형을 흔들지 않으면 관계자들에게 상황이 고지돼 고독사 등을 예방한다. 심향미 고미랑 팀장은 “기존의 홀몸어르신 스마트케어 서비스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탑재했지만 어르신들이 이 기능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며 “본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저렴한 가격으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부산=글·사진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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