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천재 백사장' PD도 놀란 백종원의 직원 관리법

오수미 2023. 7. 4. 20: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팟 인터뷰] tvN 예능 프로그램 <장사천재 백사장> 이우형 PD

[오수미 기자]

 tvN 예능 프로그램 <장사천재 백사장> 이우형 PD 인터뷰 이미지
ⓒ tvN
"장사의 끝판왕인 백종원 대표를 낯설디 낯선 땅에 뚝 떨어뜨리는 게 목표였다."

지난 6월 25일 종영한 tvN <장사천재 백사장>은 넘치는 식당 운영 예능들 중에서도 독특한 위치의 프로그램이었다. 그동안 여타 방송에서는 백종원을 대한민국 최고의 외식 경영 전문가로서 조언하거나 장사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선생님의 역할에 머무르게 만들었다면 이번 <장사천재 백사장>은 그가 외딴 곳에서 직접 장사를 하게 만들었기 때문. 

특히 제작진이 선택한 장소는 모로코 야시장, 이탈리아 나폴리 등 한식에 대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었다. 그러나 백종원은 피자부터 쌈밥, 국밥, 한식 도시락 판매에 이르기까지 온갖 장사 노하우를 활용하며 성공적으로 장사를 해냈다. 이우형 PD는 "그쪽 세계에서도 (백종원이) 통하는지 보겠다는 기획이었다. (외딴 곳에) 떨어진 인물이 '백사장'이 되는 순간 차별화가 나오기 마련이라고 생각했다. 기존에 '어떻게 장사할지?'에서 더 나아가 장사를 '어떻게 오픈하는지?'까지 보여줄 수 있었던 기획이라고 생각한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연출을 맡은 이우형 PD를 지난 6월 30일 서면 인터뷰로 만났다. 이 PD는 "주변에서 장사의 고단함을 함께 느껴 주셨는지, 참 힘들었겠다 걱정해 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라며 "심신이 고되긴 했지만 정말 즐겁게 일했다. 예전부터 한 번은 꼭 해보고 싶었던 프로그램이라 애정도 있었고, 끝까지 완주하게 되어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장사천재>가 처음 기획되었던 건 2019년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해외 촬영이 어려워지면서 3년여간 제작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고. 이우형 PD는 "작년 초에 모여서 이 기획을 이어나갔는데 다시 오미크론이라는 사태가 터지더라. 그래서 작년에 <백패커>로 기획을 대체했다"라며 "프로그램 하나를 만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고 털어놨다. <장사천재>는 지난해 10월 <백패커>가 종영한 이후부터 다시 준비에 돌입할 수 있었다.

모로코에 이어 이탈리아 나폴리까지 해외 촬영기간은 3주였지만 총 제작기간은 지난해 말부터 마지막 방송에 이르기까지 약 8개월 정도 소요됐다. 이우형 PD는 "<장사천재> 방송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지만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들 50여 명이 모두 함께 떠났다. 다들 어딘가에 숨어서 묵묵히 본인의 일을 했다"면서도 "출연자들과 함께한 촬영기간은 3주였지만 저희 제작진 중 일부는 더더 오래 머물렀다. 길게는 두 달 가까이 머무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백종원과 함께 장사에 나선 이장우, 존박, 권유리, 뱀뱀 등 직원들의 역할도 적지 않았다. 이우형 PD는 "낯선 환경에 뚝 떨어져 해나가야 하는 어려운 일이기에 일을 잘하는 분들 위주로 모시려고 했다"며 "예상외로 서로 너무 잘 맞더라. 나폴리 장사 첫 날 백사장님이 '이 팀은 합을 오래 맞춰본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라고 섭외 비하인드를 전했다. 

직원들은 식당 업무뿐만 아니라, 이탈리어를 직접 배워서 손님들의 주문을 받고 간단한 의사소통을 하며 장사를 더욱 원활하게 만들었다. 이 PD는 "존박, 유리씨에게 미리 장소를 설명 드렸더니 자발적으로 이탈리아어를 배워오셨더라. 두 분 다 무려 과외를 받았다. 유리씨는 아예 이탈리아 언어책을 계속 들고 다녔다. 본인이 쓸 수 있는 말들을 공부하고 익히는 걸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특히 이우형 PD는 유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존박씨야 워낙 언어에 감각이 있어서 금방 효과를 냈고, 유리씨는 언어가 완벽하진 않았지만 용감하게 응대하는 걸 보면서 많이 놀랐다"라며 "보통은 그 나라 언어로 응대한다는 게 겁부터 나는 일인데, 일단 뛰어드는 걸 보고 감탄했다. 그런 유리씨를 좋게 봐주시는 손님들도 많이 계셨다"고 귀띔했다.

또한 유리와 이장우는 나폴리 시민들에게 낯선 제육 쌈밥 한정식을 알리기 위해, 직접 '먹방' 영상을 제작해서 식당 내 모니터로 재생하자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실제로 이 아이디어는 굉장한 효과를 발휘했고 식당 손님들은 저마다 모니터를 열심히 보며 따라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제작진도 많이 놀랐단다. 

"(현장에서) 가장 임팩트 있던 장치가 먹방 영상이었다. 처음엔 사실 먹는 방법을 (영상으로) 틀어두는 게 얼마나 큰 반향이 있겠나 싶었는데, 그 영상 유무에 따라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설치 전날엔 그저 어리둥절하며 더듬더듬 식사를 하던 사람들이, 먹는 방법을 똑같이 따라하려는 모습을 보여 너무 신기했다. 마치 1980, 1990년대에 (우리가) 서양식 레스토랑에 처음 가면 식사 예절을 틀리지 않으려고 공부하고 가거나, 물어보지 않나. 나이프 예절, 포크 사용순서 등을 보고 따라했던 느낌을 역으로 받았다. 나폴리 분들이 한식을 먹으면서 먹는 방법, 순서 등을 틀리지 않으려고 학구적인 자세로 따라 하더라. 그건 백사장님도 미처 예상치 못했던 수확이었다. 백사장님이 이번 원정으로 '한식의 세계화'에 대해 큰 깨달음을 얻으셨다는데 딱 그 지점이었다. 먹는 방법부터 알려줘야 한식이 재미있어지고 (외국인도) 더 좋아할 수 있다는 게, (한식이) 한 발 더 나아간 것 같아 뿌듯했다."

이어 이우형 PD는 멤버들이 제작진의 도움 없이 직접 영상을 제작하고 편집한 점도 놀랍고 고마웠다고 전했다. 그는 "편집 정도는 우리(제작진)에게 부탁하려나? 싶었다. 그런데 이장우씨가 완전 능력자였다. 예전에도 본인 유튜브에서 영상 편집을 해본 것 같았다. 콘티 그리고 촬영하고 편집까지, 완벽하게 먹PD가 직접 했다. 저희가 한 거라곤 자막을 이탈리아어로 바꿔서 번역해준 것뿐"이라며 "영상을 찍어서 보여준다는 게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든 과정이다. 장사 시간보다 훨씬 미리 음식이 마련되어야 찍을 수 있다. 그래서 일이 배로 많아졌다. 그럼에도 우리 출연자들이 몰입해서 임해준 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하루하루 매출 경과, 당황스럽게도..."

한편 제작진은 방송에서 백종원에게 '연 매출 5억 원'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식을 낯설어하는 타지에서, 더구나 8일만 영업하는 이벤트성 식당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쉽지 않은 목표였다. 그러나 백종원의 '백반집'은 8일간 총 매출액 7746유로(한화 약 1104만 원)를 기록하며 목표에 거의 다다랐다. 연 매출로 계산했을 때 5억에 약 400만 원이 모자라는 수치였다.

이에 대해 이 PD는 "5억이라는 숫자에 뭔가 거대한 계산이 있지는 않았다. 그저 달성하기 힘든 목표를 주고 얼마나 해낼지 지켜볼 심산이었다"면서도 "하루하루 매출 경과를 보니 당황스럽게도 그 수치에 다가가고 있더라. 총 결산 끝에 그 금액을 넘지는 못했지만, 백사장님이 마음만 먹으면 달성할 수 있는 목표였다고 생각한다. 이미 동네 경쟁에서 매출 1위가 된 순간부터 백사장님은 매출 목표보다는 다양한 메뉴 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에 아마 그 수치가 아쉽진 않으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tvN 예능 프로그램 <장사천재 백사장> 이우형 PD 인터뷰 이미지
ⓒ tvN
   
하지만 장사가 잘 되는 게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식당 밖에 손님 대기줄이 늘어서고 영업 시간이 길어지자 때때로 멤버들은 피로를 호소하기도 했다. 재료 준비부터 조리, 손님 응대, 설거지까지 익숙하지 않은 멤버들에게는 힘들 법도 한 일이었다. 이우형 PD는 이들을 통솔하는 백종원 사장님의 남다른 직원 관리법을 살짝 공개했다.

"장을 볼 때 카트가 2개다. 1개는 장사용, 다른 1개는 백사장님의 개인 카트다. 여기에는 주로 와인들이 담긴다. 백사장님이 직접 개인카드로 긁으시는 것들인데, 이 와인들은 멤버들의 기억 미화에 쓰인다. 아주 고된 하루를 보내고 와도 사장님이 사주는 와인과 음식들에 다시 피곤은 잊히고 으쌰으쌰하게 된다. 백사장님만의 직원관리법이었다. 고단했던 장사 기간은 이렇게 백사장님의 와인을 연료로 움직여나갔다. '회의'라고 불렸지만 실제로는 하루의 고단함을 털어내는 시간이었던 그 자리를 지금도 출연자들이 그리워한다."

마지막으로 이우형 PD는 <장사천재 백사장>을 돌아보며, '해외 창업의 바이블'을 보여줄 수 있었던 점이 가장 좋았다고 꼽았다. 

"많은 분들이 '해외 창업 바이블'로 꼭 봐야 한다는 이야길 해주시더라. 참 뿌듯했다. 기존 K-푸드를 알리는데 그치지 않고 'K-푸드로 장사를 한다면 이렇게!'까지 나아간 것 같다. 백사장님도 다른 자영업자 분들이 이 방송을 보면서 많은 위안을 받았단 얘길 들었다고 하시더라. 자영업자 분들의 교보재가 되기도 하면서, 장사하는 방법에 있어서도 위안을 받았다니 그보다 뿌듯할 수가 없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