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행정·비위 논란에… 대대적 개혁론 직면한 게임위
게임물 통합시스템 구축과정서
엉터리 전산망에도 대가 지불
국내에서 유통되는 모든 게임을 관리감독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부실 행정, 비위 논란 등 부정적 뉴스를 겹겹이 마주하며 대대적인 개혁론에 직면했다.
부족한 전문성과 밀실 심사 등으로 홍역을 치러온 게임위는 지난해 말 불거진 비위 의혹이 최근 상당부분 사실로 밝혀지면서 뼈아픈 ‘쇄신 청구서’를 받아들이고 있다. 조직에 대한 불신론이 급속도로 확산하는 가운데 업계에선 이참에 규제에 대한 선진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29일 감사원이 공개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불거진 게임위 비위 의혹은 상당 부분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게임위는 2017년 수십억원의 예산을 써 ‘자체등급분류 게임물 통합 사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하청 업체가 엉터리 전산망을 만들어 제출했음에도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대가를 지불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민감사 형태로 게임위를 감사원에 신고했다. 국회 상임위를 통해 감사를 청구할 수도 있었지만 이 의원은 “게임 이용자의 직접적인 참여가 우리나라 게임 생태계를 바꾼다”며 국민감사를 추진했다. 주말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앞에서 4시간가량 진행한 국민감사 접수는 100미터가량의 긴 줄이 늘어설 정도로 게이머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의원실 집계 5489명이 감사청구에 함께했다.
약 8개월간의 감사를 통해 감사원은 최소 6억6600만원 이상의 손해가 사업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산정했다. 현행법상 횡령, 배임 등으로 본인이나 제3자가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이 5억원 이상일 때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에 처하게 되어있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위는 거짓으로 감리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종용하고, 블록체인 기술의 등급분류시스템 활용여부를 검증한다면서 용역을 거짓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김규철 게임위원장에게 책임자 문책, 업무정지 처분 등을 통보하고 고발을 별도 진행했다. 이에 게임위는 “처분 요구에 대해 철저히 이행하겠다”며 비위행위가 확인된 용역업체, 책임자 등에 대한 형사고발과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본부장급은 전원 보직 사퇴했다고 밝혔다.
이번 비위 사건을 최전선에서 문제제기한 이상헌 의원은 “보수적인 게임 검열과 규제로 일관하던 게임위가 정작 기관 내부는 곪아 썩어가고 있었다”면서 “그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게임 이용자가 감당해야만 했다. 게임위가 뼈를 깎는 쇄신을 통해 전면적 혁신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임위는 비위 사건이 있기 전에도 부실 행정, 밀실 심사 등 부정적 키워드로 범벅돼 행정기관으로서 신뢰를 잃었다. 나체의 여성이 등장하는 ‘인앱 광고’가 들어간 어린이용 게임이 제지 없이 버젓이 국내에서 유통되는가하면, 역으로 멀쩡히 서비스되던 게임에 돌연 19금 빨간 딱지가 붙어 게이머들의 공분을 샀다. 아울러 ‘바다이야기’를 연상시키는 슬롯 게임에 전체이용가 등급을 부여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문제는 납득하기 어려운 심사 결과에 대해 반추해볼 근거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사실상 밀실심사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게임위는 지난해 말 기준 3년 동안 3828건의 게임을 심의 상정했는데 이 중 소속 위원이 의견을 개진한 사례는 227건에 불과했다. 더구나 게임위 내 ‘게임 전문가’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전문성 결여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게임 전공자가 적은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게임위는 대부분 심사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게임 사후 모니터링도 적잖은 문제다. 쏟아지는 게임 대비 사후 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다는 문제제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체등급분류 게임물이 수백만 건에 달하지만 사후 모니터링 요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기준 모니터링 요원은 200명가량에 불과했다.
그간 게임산업계는 게임위가 내세운 각종 규제법의 테두리에 갇혀 다른 IT 산업계가 치고 나가는 사이 번번이 방지턱에 넘어지곤 했다. 각종 규제를 담은 게임법은 20여년 전 ‘바다이야기 사건’ 이후 제정된 각종 규제 조항이 그대로 남아있어 게임 산업을 죄고 있다. 특히 경품 제공, 환금성 등의 경우 마치 도박 산업을 감독하듯 엄격한 잣대가 들이밀어지는 현실이다.
한 중견 게임사의 고위 관계자는 “시대가 바뀌면서 규제의 틀이 상당부분 바뀌었음에도 국내 게임사들은 대부분 게임위의 입맛 맞추기에 급급한 게 현실”이라면서 “낡은 규제에 대해선 완화적 조치를 취하는 대신 사후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식의 추세를 게임 산업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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