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오염수 방류, 국제기준 적합하다"…日 여름 내 방류할 듯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4일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의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해 "일본의 방류 방식은 국제 기준에 적합하며, (오염수) 방류가 인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는 내용이 담긴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국내외 설득 과정을 거친 후 올 여름 내 방류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4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관저를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전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날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에게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최종 검증 보고서를 전달했다. 그로시 총장은 최종 보고서가 담긴 파란색 폴더를 건네기 전 "오늘은 매우 특별한 밤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후 "일본이 다음 결정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이 (보고서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보고서를 받은 후 "저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지도자"라며 "일본과 세계 사람들의 건강과 환경에 악영향이 있는 (오염수) 방류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높은 투명성을 갖고 국내외에 (오염수의 안전성을) 정중하게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서 IAEA는 "종합적인 평가를 거친 결과 일본이 계획 중인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친 처리수(오염수의 일본식 명칭)를 바다로 배출하는 방식과 활동이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오염수의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IAEA는 처리수를 바다로 통제된 방식으로 점진적으로 방류하는 활동이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방사능 영향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negligible)라고 결론 내렸다"고 전했다.

그로시 총장은 이후 기자회견에서도 "2년 간에 걸쳐 평가를 했다"며 "(오염수 방출의) 적합성은 확실하며 기술적 관점에서 신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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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류 시작해도 계속 모니터링 할 것"

IAEA는 일본 정부의 의뢰를 받아 2021년 7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검증하기 위한 국제검증단(TF)을 꾸렸다. 검증단은 국제원자력기구 사무국과 미국·중국·프랑스 등을 포함한 11개국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한국 정부가 추천한 원자력안전기술원의 김홍석 책임연구원도 참여하고 있다. IAEA 보고서에 따르면 TF는 지난 2년 간 5차례 일본을 방문해 검증 과정을 거쳤고, 수백쪽에 달하는 도쿄전력의 기술·규제 문서를 분석해 6차례 중간 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난 3월 촬영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의 모습. ALPS 처리를 거친 오염수가 담긴 탱크가 늘어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최종 보고서에는 IAEA뿐 아니라 오염수 시료를 채취해 검증한 각국 연구소의 분석 결과도 함께 담겼다. 그로시 총장은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시료를 전세계에 있는 복수의 연구소에 보냈다"면서 "이 연구소들에서 나온 결과를 종합할 때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트리튬)에 대해선 "일정 정도의 방사능 물질을 포함한 물을 방류하는 것은 중국의 원전은 물론이고 한국, 미국 등 세계의 많은 원전에서 예전부터 해 왔고 새로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검증에는 일본 도쿄전력과 IAEA 산하기관 3개 연구소(모나코 해양환경연구실, 비엔나 연구실, 사이버스도르프 연구실)를 비롯해 미국 등 4개국 분석 기관이 참여했다. 4개국 분석 기관은 각각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LANL), 프랑스 방사선방호원자력안전연구소(IRSN), 스위스 슈피츠 실험실(LS)이다.

그로시 총장은 또 이날 회견에서 한국·중국 등의 오염수 방류 반대 움직임을 언급하며 "방류가 시작된 후에도 IAEA가 현장에 상주하며 계속 안전성을 검증해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IAEA는 중국을 비롯해 가맹국들이 함께 세운 국제적인 권위를 가진 기관"이라고 강조하면서 "방류에 대한 우려는 나올 수 있으며 이런 우려에 대해 포괄적·종합적·객관적·과학적으로 평가를 내려 질문에 답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했다.

IAEA는 보고서에서도 "안전성 검토는 방출 단계 동안 계속될 예정이며 관련 기관이 지속적으로 현장을 지키며 배출 시설의 실시간 온라인 모니터링 데이터를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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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방류 계획은 변함 없어"

IAEA의 최종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일본 정부는 방류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간다.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오염수 방류를 언제 시작하느냐는 질문에 "해양 방출 시기는 안전성 확보, 풍평(風評·뜬소문) 대책 대처 상황을 정부 전체가 확인한 후에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올해 봄에서 여름 사이 방류를 시작하겠다는 정부의 기존 계획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도쿄전력은 오염수 방류를 위한 설비 공사 및 시운전을 지난 27일 완료했고,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시설 검사도 끝나 이번 주 내 도쿄전력에 검사 종료증을 발부할 예정이다. 검사 종료증이 발부되면 방류를 위한 기술적인 준비는 완료다. 방류 개시가 결정되면 도쿄전력은 ALPS를 거쳐 탱크에 보관돼있는 오염수를 바닷물과 희석해 트리튬 농도를 기준치의 40분의 1 미만으로 낮춘 후 해저터널을 통해 바다로 흘려보낸다.

그로시 총장은 5일엔 후쿠시마 제1원전 인근인 이와키(いわき)시를 방문해 현지 어민들 및 관계자들과 면담할 계획이다. 이어 7일부터는 이번 최종 보고서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한국과 뉴질랜드, 쿡제도를 방문한다.

한편 이날 일본 정부는 한국의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대한 수입 규제 철폐가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마쓰노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의 수입 규제 방침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처리수의 해양 방출 안전성에 대해 높은 투명성을 갖고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국제 사회의 이해가 심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렇게 답했다. 그는 "동일본 대지진 뒤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의 철폐가 계속 정부의 중요 과제이며, 부처 간에 협력하면서 적절한 형태로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서울=서유진 기자 misquick@joongang.co.kr적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