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IAEA 보고서에 강력 반발 "日오염수 허가증 아니다"

이승호, 박소영 2023. 7. 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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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그로시(왼쪽)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4일 도쿄 외무성 이쿠라공관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회담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을 평가한 IAEA 최종 보고서를 일본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이날 일본을 방문했다. 연합뉴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4일 공개한 최종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계획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밝히자, 중국은 “IAEA 보고서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정당화하는 ‘허가증(rubber stamp)’이 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우장하오(吳江浩) 주일 중국 대사는 이날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IAEA는 원자력 기술의 안전하고 안정적이며 평화적인 사용을 촉진하는 국제기관일 뿐 해양 환경과 생물학적 건강에 대한 핵 오염물의 장기적인 영향을 평가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2년 이상의 진행 상황을 돌이켜보면 일본 측이 결과를 미리 설정하고 증명과 추인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IAEA가 어떤 결론을 내느냐에 관계없이 일본 측은 이미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결정했고, 우리는 중간에서 어떠한 과학에 대한 존중도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우장하오 주일 중국대사가 지난 3월 일본 나리타 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 대사는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하는 것은 선례가 없는 일로 일본 처리 시스템의 유효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충분하고 권위 있는 검증이 부족하다”며 “일본은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배출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은 처음부터 IAEA 실무팀의 권한을 제한했고 다른 처리 방안을 평가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IAEA는 일본 측 해양 방류의 정당성과 합법성을 증명할 수 없으며 일본이 져야 할 도의적 책임과 국제법상 의무를 면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매체도 이날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과 관련한 비판적 기사를 쏟아냈다.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6월부터 중국과 한국·일본·필리핀·말레이시아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국의 성인 남녀 1만163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를 결과를 공개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설문에서 일본을 제외한 10개국 응답자의 80% 이상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해 ‘무책임하다’고 평가하고,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다는 응답을 했다”며 “응답자의 94%는 오염수 방류가 아시아·태평양을 넘어 전 세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4일 중국과 한국, 일본,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11개국 1만1633명에 설문한 결과 일본 제외한 10개국 응답자의 80% 이상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해 ‘무책임하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사진 글로벌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중국에선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 움직임도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몇 주 전부터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일본 화장품과 식품, 유아용품 등을 대상으로 한 불매 운동 리스트가 돌고 있다”며 “네티즌들은 불매 운동 대상 제품의 대체품 목록도 작성해 불매 운동을 독려하고 일부에선 일본 원료를 사용하는 중국 제품도 불매운동 리스트에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언론은 한국 내 오염수 방류 반대 집회도 주요 기사로 다뤘다. 신화통신은 이날 ‘한국, 일본 원자력 오염수 배출 계획에 분노해 대규모 집회 개최’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일 서울에서 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규탄 범국민대회’ 소식을 영상·사진과 함께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배치했다. 통신은 한국 최대 야당인 민주당이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열어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을 규탄하는 한편 한국 정부를 향해 오염수 방류에 대해 명확히 반대할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서방 외신에선 구체적 평가 없이 IAEA의 보고서 발표 내용과 주변국 반응을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IAEA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현장에서 처리된 오염수를 방류하려는 일본의 계획이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며 “일본의 방류 계획은 중국 정부와 한국 대중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고, 일부 일본 지역 주민과 어업 종사자들의 반대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BBC는 특히 “한국인들은 식품 안전에 대한 우려로 방류를 앞두고 천일염을 사재기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BBC는 오염수를 ‘폐수(waste water)’라고 주로 표기하면서도 일본 측 입장인 ‘처리수(treated water)’라고 쓰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일본이 제 기능을 못하게 된 후쿠시마 원전에서 ‘경미한 방사성 폐수(slightly radioactive wastewater)’를 바다로 배출할 수 있도록 국제 원자력 안전 당국이 ‘그린라이트(greenlight)’를 켜줬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중국과 한국 등의 강한 비난에도 일본의 방류 계획이 환경에 미미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IAEA 보고서 결과를 전하면서 “이번 사안이 한국에서 심각한 양극화 문제로 떠오르면서, 올초 시작된 한국과 일본의 취약한 화해 관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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