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st] '골때녀 심판'에서 '월드컵 심판'으로…꿈의 무대 나서는 오현정 심판

조효종 기자 2023. 7. 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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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조효종 기자= 7월 호주, 뉴질랜드에서 열리는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에는 한국 심판 5명(주심 2명, 부심 3명)이 참가한다.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심판을 맡아 팬들에게 잘 알려진 오현정 심판도 월드컵 무대 주심으로 발탁됐다.


월드컵에 나서는 건 오 심판의 오래된 꿈이었다. 처음엔 선수로 월드컵 그라운드를 누비는 것을 꿈꿨고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심판의 길을 택한 뒤에는 심판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풋볼리스트'는 마침내 꿈의 무대를 눈앞에 둔 오 심판을 만나 그동안의 여정을 들어봤다.


월드컵 심판이 되는 과정은 선수들 못지않게, 어쩌면 선수들보다도 험난하다. 한 대회가 끝나면 곧장 다음 대회에 참여할 심판진 선발에 돌입한다. 국제 심판들을 대상으로 대륙별로 후보군을 추리고 매년 훈련, 실전 평가 등의 테스트를 거쳐 컷오프를 실시한다. 마지막 컷오프까지 통과하는 인원들이 월드컵에 나설 자격을 얻는다. 한 번이라도 탈락하면 끝이라는 점에서, 대회 직전에 한 번 명단을 발표하는 선수들보다도 더 숨막히는 경쟁이었다.


오 심판은 선발 과정을 두 번 거쳤다. 2019 프랑스 여자 월드컵 당시 첫 도전에 나섰는데 아쉽게 낙마했다. 현실로 다가오는 듯했던 꿈이 좌절되자 충격은 상당했다.


"지난 월드컵 때는 마지막 단계에서 떨어졌다. 당시 아시아에는 월드컵 경험이 있는 후보들이 많았다. 나는 막내급이었고 처음 후보가 된 상태여서 아무래도 부족한 면이 있었다. 결국 호주, 일본, 북한, 중국 심판이 선발됐다. 탈락한 뒤 심판을 그만두려고 했다. 월드컵에 갈 수 있을 줄 알았으니까. 막내의 패기라고 할까. 아무것도 모르니까 무서운 것도 없었다. 그런데 3년간의 과정을 지나 마지막에 떨어지고 나니까 더 허탈했다. 함께 월드컵 심판을 준비하다가 첫해에 탈락했던 다른 나라 친구가 '내가 너보다 낫다'는 말을 하더라. 자신은 빨리 떨어져서 마음이라도 편했는데 고생은 다하고 떨어졌다고. 우스갯소리로 위로한 거였지만 당시에는 웃을 수 없었다. 그 정도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오현정 심판. 조효종 기자

한 번 좌절을 겪은 오 심판은 마음을 다잡고 2023 호주-뉴질랜드 월드컵을 준비했다. 다시 도전에 나서면서 지난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선발 과정을 알고 있어 더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었다. 다만 부담감은 더 커졌다.


"최종 명단 발표에 앞서 생각이 정말 많았다. 이번에도 안 되면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정말 은퇴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협회나 AFC(아시아축구연맹)에서 심판을 양성하기 위해 투입한 시간과 비용이 있는데 월드컵에 가지 못하고 그만두는 게 맞나 생각도 들었다."


다행히 두 번째 도전에선 최종 관문까지 통과하면서 모두 기우가 됐다. "작년 12월 말쯤 개별 통보를 받았고 1월 초 대외적으로 발표가 났다. '이제 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나더라."


본선 참가가 확정됐다고 끝이 아니었다. 월드컵에 나서는 심판들은 대회 전까지 계속 준비 과정을 반복한다. 선발 단계에서 진행했던 훈련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대회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필요한 부분을 별도로 보완한다.


"후보 때부터 매달 훈련 일지를 FIFA에 제출한다. 그러면 담당 강사가 '경기 수가 많았으니 회복에 집중해라' '지구력 훈련을 더 진행해라' 같은 피드백을 해준다. 내가 관장한 경기를 분석하고 포지셔닝, 경기 관리 등에 대해 조언해 주는 담당 강사도 있다. 또 대회를 몇 달 앞두고는 지원금도 나온다. 월드컵에서 최상의 퍼포먼스를 선보이기 위해 필요한 관리를 하라는 것이다. 영어 공부를 더 하거나 체력, 몸 관리를 위해 사용한다."


오현정 심판(가운데 왼쪽). 대한축구협회 제공

7년이 넘는 준비 기간을 거친 오 심판은 곧 월드컵 개최지로 이동한다. 대회에 앞서 다른 심판들과 모여 최종 준비 과정을 거친 뒤 꿈에 그리던 월드컵 무대를 밟게 된다. "대회 전까지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현지에 가면 이번 대회 경기 운영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다른 심판들과 미리 호흡을 맞추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경기 배정이 나오면 각 팀의 정보를 파악하고 분석하면서 경기를 준비한다. 다치지 않고 그동안 준비한 대로 문제없이 잘 해내고 싶다."


월드컵이라는 목표를 이루고 나면 다음 목표를 향해 나아갈 예정이다. "올림픽에도 참가해 보고 싶다. 내년 파리 올림픽에 나서는 게 다음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축구 행정에 관심이 있다. 심판 강사나 평가관으로 후배들을 양성하는 것만큼 그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심판 출신 행정가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역할을 해보고 싶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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