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무대서 건재 과시한 푸틴 “러시아, 전에 없이 단결"
바그너 그룹의 무장봉기로 리더십 위기를 겪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 국제회의에 참석해 건재를 과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23차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 국민은 전에 없던 방식으로 단결돼 있다”며 “조국의 운명에 대한 연대와 높은 책임감으로, 미수로 그친 무장봉기에 맞서 러시아 정치권과 사회 전체가 연합하는 모습을 분명하게 보여줬다”고 밝혔다.
이날 SCO 화상 회의는 푸틴 대통령이 바그너 그룹 반란 이후 처음으로 국제 외교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자리였다. 이날 회의는 2018년 중국 칭다오(靑島) 회의 때 SCO에 정식 가입했던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의장국으로 주재했다.
크렘린궁이 공개한 연설문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우리를 상대로 하이브리드 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불법적인 반러시아 제재가 전례 없는 규모로 가해지고 있다”고 규정한 뒤 “러시아는 외부 압력과 제재 및 도발에 계속해서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이 기회를 빌려 헌법 질서,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러시아 지도부의 행동에 지지를 표명한 상하이협력기구 국가의 동료들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SCO 회원국 간의 경제 교류의 증가도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SCO 회원국과 교역액이 37% 증가한 2630억 달러(약 342조원)에 이르렀다”며 “올해 1~4월에 다시 35% 증가했다”고 했다. 특히 중국과 교역의 80% 이상이 루블화와 위안화로 결제가 이뤄졌다며 SCO 국가와 무역에서 러시아 통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초과했다고 강조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화상 연설에서 “인류 사회가 단결이냐 혼란이냐, 평화인가 충돌인가, 협력인가 대항인가라는 시대의 물음에 직면했다”며 “본인의 대답은 평화·발전·협력·호혜의 시대조류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관영 신화사에 따르면 시 주석은 “경제 세계화라는 정확한 방향을 견지해야 한다”며 “보호주의와 일방 제재, 국가안보 개념의 일반화, ‘벽을 쌓고 보루 만들기’, ‘디커플링과 공급망 단절’에 반대하며, 호혜 협력으로 ‘파이 키우기’에 노력해 발전의 성과가 더 많이 더욱 공평하게 각 나라의 국민이 혜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올 하반기 중국이 개최할 예정인 제3회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정상회담 홍보에 집중했다. 그는 “올해는 일대일로를 제안한 지 10주년이 된 해”라며 “함께 세계를 이롭게 하는 행복의 길을 더욱 넓고 더욱 멀리 확장하자”고 제안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국제 분쟁과 관련해 시 주석은 “지역의 장기 안정은 공동의 책임”이라며 “대화와 협상을 통해 국가 간의 갈등과 모순을 해결해야 하며, 정치적으로 국제 및 지역 핫이슈의 해결을 추동하고 지역 안보의 방호벽을 세우자”고 제안한 뒤 구체적인 해법 제시에는 말을 아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날 이란의 SCO 가입을 축하하며 벨라루스의 SCO 가입 절차도 신속하게 완료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 침략 과정에서 시종일관 러시아를 지지해 왔다.
SCO는 지난 1990년대 구소련 붕괴로 촉발된 국경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1996년 결성된 역내 다자 안보기구인 ‘상하이 5국(러시아·중국·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을 모체로 한다. 이후 회원국을 확대하며 경제·문화로 협력 분야를 넓혀왔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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