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103동이 튈르히? "프랑스인 실소할 듯" 난리난 작명 진실

압구정 2구역 재건축 설계안. 디에이건축 유튜브 캡처

101동 벨르빌르, 102동 몽소, 103동 튈르히, 104동 플로랄 드 파리, 105동 앙드레 시트로엥, 106동 프롬나드 플랑테….
서울 강남구 ‘압구정 2구역(신현대아파트)’의 재건축 설계안이 공개된 가운데, 아파트 동 프랑스어로 돼 있다는 글이 지난 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해당 게시글이 처음 올라온 뒤 댓글에는 ‘저런 이름을 가진 곳에 살면 파리지앵인 줄 아나, 천민자본주의’ ‘원어민이 보면 실소하겠다’는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4일 압구정 2구역 재건축 설계안에 따르면 해당 단지는 101동~106동으로 구성돼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에는 6개 동에 각각 ‘플로랄 드 파리’ ‘앙드레 시트로엥’ ‘프롬나드 플랑테’ 등 이름이 붙어 있었다. 각각의 단어는 모두 프랑스어로, ‘플로랄 드 파리’와 ‘몽소’는 각각 프랑스 파리에 있는 공원, ‘앙드레 시트로엥’은 시트로엥 자동차 설립자, ‘튈르히’는 루브르 박물관과 튈르리 궁전 사이에 있는 정원 이름이다. ‘프롬나드 플랑테’는 산책길, ‘벨르빌르’는 아름다운 도시라는 뜻이다. 12만㎡(약 3만6000평) 규모의 단지 내 정원의 이름도 ‘그랑 아페제’라는 프랑스어로 하고 있다.

그러나 압구정 2구역의 설계사로 당선된 디에이건축이 공개한 실제 설계안 영상을 보면, 이 이름은 실제 동명이 아닌 각 동 위에 조성되는 스카이라운지의 이름이다. 동 이름은 프랑스어가 아니라 여느 아파트와 같은 101~106동이다.

이 단지에 프랑스어가 많이 사용된 이유는 당초 설계 구상을 할 때부터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컨셉으로 했기 때문이다. 앞서 디에이건축은 “압구정 2구역 디자인 테마를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서 차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게다가 이번 설계는 프랑스 국적의 세계적인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와 함께 했다. 페로는 프랑스 국립도서관, 독일 베를린올림픽 벨로드롬을 설계한 건축가다.

압구정 2구역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434번지 일대 신현대아파트 9·11·12차의 기존 1924가구를 약 2700가구로 새로 짓는 사업이다. 지난달 24일 재건축 조합 정기총회를 통해 디에이건축을 설계용역 업체로 선정했다. 설계비는 144억원 수준이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