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추적 60분' 부활시키냐고요? 이유는..."
[이영광 기자]
1983년 우리나라 최초 탐사프로그램인 KBS의 <추적 60분>이 부활한다. KBS는 2019년 10월 <시사 직격>이라는 탐사 프로그램을 론칭하면서 <추적 60분>이 당시 시대와 맞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새롭게 시사와 다큐를 합친 프로그램을 선보이겠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다시 시작하는 <추적 60분>은 어떤 내용을 담게 될까.
▲ KBS 1TV <추적60분> 이미지 |
ⓒ KBS |
다음은 유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지난 6월 30일을 끝으로 <시사 직격>이 폐지되었어요.
"제가 3년 9개월 전에 <시사 직격> 론칭하면서 기획-섭외-실무- 초안 짜는 일을 했어요. 사실 <시사 직격>이라는 프로그램 제목도 제가 제안했고요. 근데 <시사 직격> 1회 방송 직전에 제가 베이징 특파원으로 나가는 바람에 실제 제작에 참여하지 못 했죠. 특파원 마치고 <시사 직격> 제작팀장으로 돌아온 거죠. <시사 직격>의 시작과 끝을 봤으니까 기분이 묘하긴 합니다. "
- 마지막 회는 3년 9개월의 <시사 직격>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잖아요.
"마지막 방송 준비하는 제작팀이 그렇게 제안했고요. 우리가 던졌던 질문들과 만났던 사람들을 돌아보면서 <시사 직격>이라는 이름이 우리 사회가 조금이라도 좋아지는 데 도움이 되었는지 점검해 보자는 취지였어요."
- <시사 직격> 3년 9개월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하세요?
"도전 자체가 굉장히 의미있었다고 생각해요. 시청자들의 인지도 역시 계속 회를 거듭하면서 상승한 것도 사실이고요. 사실 <시사 직격>의 초기 기획 의도는 시사와 다큐멘터리 합쳐보겠다는 거였고 제작하는 작법이나 사회적인 반향의 측면에 있어서 저희가 나쁘지 않은 성과를 냈다고 평가하고 싶고요. 하지만 방송이 3년 9개월간 거듭되다 보니 <다큐인사이트>와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측면이 있었어요. <다큐인사이트>와 <시사 직격> 아이템이 겹치는 현상도 생겼고요. 예를 들면 미·중 갈등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걸 <시사 직격>에서 소화할 것인지 <다큐인사이트>에서 소화할 것인지 계속 되풀이해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어요. 앞으로 <추적 60분>에서 풀어야 할 숙제겠죠. "
- <추적 60분>에서는 시사다큐 부분이 빠지나요?
"저는 시사 다큐라는 말을 어떻게 정의해야 되는지부터 다시 생각해야 할 것 같고요. 결국 <다큐인사이트>는 <다큐인사이트>의 작법과 그 스타일을 뚜렷이 내는 게 중요하고 또 <추적 60분>은 <추적 60분>의 색깔과 스타일을 뚜렷이 내는 게 해법인 것 같습니다. 각자 프로그램의 위치를 명확하게 잡고 각자에 맞는 제작 방법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 제가 <시사 직격> 론칭할 때 박용석 팀장과 인터뷰 했었어요. 박 팀장님이 당시 "<추적 60분>은 시대와 안 맞는 것 같다"라고 하셨었는데요.
"아마 박용석 선배가 시대와 안 맞는다고 얘기를 했던 건 <추적 60분> 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게 주로 고발 폭로와 사건 사고 등인데 그런 걸 52주 동안 쭉 방송하는게 예전같지 않았다는 걸거예요. 일단 매체 환경이 변했고요. 예전처럼 KBS, MBC만 있던 시절도 아니고 사람들이 접하는 매체도 굉장히 다변화됐고 또 매체의 영향력이라는 것도 굉장히 분산됐고요. 그렇게 시대가 변했으니, 프로그램도 뭔가 다르게 가봐야 한다는 취지로 말씀하셨던 것 같아요. 저는 오히려 거기에 답이 있다고 봅니다. 지금 매체가 굉장히 다변화되고 많은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오고 가짜 뉴스도 많고요. 이런 때 일수록 현장에 가서 확인하는 콘텐츠의 중요성이 커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추적 60분>의 현장 밀착형 취재가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 당시 <추적 60분>을 종료하면서 현장 등 일정 부분 포기한 게 아닌가요?
"사실 포기했다기 보다 그런 걸 유지하면서 다큐멘터리 스타일의 무게감을 더하자는 거였죠.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의 차이인 것 같아요. <추적 60분>으로 이름을 바꾼다는 건 <시사 직격>이 해 온 도전도 의미가 있지만, 시청자들에게 조금 더 다가가겠다는 의미에서 브랜드가치를 생각해보게 된 거고요. 저희가 브랜드 가치를 너무 가볍게 봤던 게 아닌가란 반성도 있었고요."
- 브랜드 가치를 말씀하셨는데, <시사 직격>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게 아닌가요?
"<시사 직격>이 3년 9개월 정도 했으니 시청자들한테 어느 정도 친숙해진 것도 맞고요. <시사 직격>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뭔가 더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긴 해요. 그래서 팀 내에서 타이틀 교체 문제로 많은 논쟁이 있었어요. 올해 3월에 공영방송 50주년을 맞아서 국민이 뽑은 최고 프로그램 조사를 했는데, 시사 교양 부문에서는 1위가 <인간극장>, 2위가 1983년에 방송했던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 3위가 <추적 60분>이거든요. 3년 9개월이 지났는데 여전히 시청자들이 <추적 60분>을 기억하고 있다는 데서 모티브를 얻었어요. <시사 직격>이라는 이름도 소중하고 아쉬움이 남긴 해요. 하지만 다시 <추적 60분>으로 돌아가서 우리가 하려고 했던 것에 지금 맞는 무언가를 덧붙여서 새롭게 만들어 가보자는 거죠."
"사실 제작진에 크게 변동은 없아요. 왜냐면 아직 인사철이 아니에요. 인사철이 되면 당연히 PD들은 들고 나죠. 그리고 일단 <시사 직격>에서 <추적 60분>으로 바뀌는 시점에 저희 팀 내부에서는 대체로 합의들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가급적이면 이동을 자제하고 힘 있게 출발해 보자는 합의들이 있어요."
▲ 유종훈 KBS 1TV <추적60분> 팀장. |
ⓒ 유종훈 |
- 지금 방송계가 혼란스럽잖아요. 혹시 그 영향도 있을까요?
"말씀하신 대로 지금 KBS가 수신료 분리 징수라는 커다란 논란 속에 있고 정권교체기의 홍역을 치르고 있어요. KBS의 숙명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프로그램 없애고 새로 만드는 게 한두 달 만에 뚝딱해서 되는 건 아니고요. 사실 <추적 60분> 부활에 대한 이야기는 올해 초 국장님이 새로 오시면서 물밑에서 논의되기 시작했어요. 또 올봄에 CP가 교체되면서 진행에 가속 페달이 붙은 거죠. 대외적인 상황 때문에 오해의 소지가 있긴 하지만 <시사 직격>을 종영시키고 <추적 60분>을 부활시킨다는 건 오래전부터 이야기된 거예요."
- <추격60분>이 지향하는 바가 있다면.
"결국 <시사 직격>이 쌓아온 성과에서 조금이라도 더 발전시켜야 하잖아요. <시사 직격>은 시사 프로그램의 현장성에다가 다큐멘터리를 더하자는 도전이었죠. 제작하는 PD들이 발제하고 제작하는 PD들의 구상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면 <추적 60분>은 다시 시청자 본위로 돌아가는 거죠.
한 가지 더 추가한다면 제가 베이징 특파원으로 있을 때 <추적 60분>을 오래 제작한 선배로부터 장문의 카톡을 받았어요. <추적 60분>을 다시 시작해 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카톡을 보내셨는데요. 그분이 기억하는 <추적 60분>은 갈 곳이 없고 호소할 곳이 없는 서민들이 마지막에 찾아오는 곳이 <추적 60분>이란 거예요. 제가 <추적 60분> 다시 준비하면서 그게 생각이 나더라고요. 하여튼 '현장으로 돌아가자, 서민들의 삶에 밀착하자,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자'는 취지와 지향을 갖고 있어요."
-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가 권력 비판에 무뎌지는 것 아니냐는 건데요.
"전혀 아닐 거라고 제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고요. 정치권력이든 자본 권력이든 거대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시사 프로그램의 숙명입니다. 그게 본질적인 존재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게 약화되는 건 전혀 아닙니다. 일례로 저희가 <시사 직격>에 다큐 스타일을 도입했다고 해서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을 소홀히 하지 않았거든요. 마찬가지로 <추적 60분>으로 돌아간다고 해서 시사 프로그램의 본질적인 것을 외면하진 않을 테고요. 오히려 저희는 그걸 강화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 <추적 60분> 시청자들에게 한말씀 해주세요.
"계속 말씀드리지만, 저희는 현장에 좀 더 밀착하겠다는 거예요. 저희가 1회 방송에서 후쿠시마를 다뤄요. 일본의 오염수 방류 때문에 전국이 들썩거리고 있고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데요. '후쿠시마 현장을 찾아가서 확인하는 언론이 몇이나 될까'라는 생각이고요. 결국 이건 KBS가 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박병길-하동현 PD가 후쿠시마를 다녀왔어요. 시청자 여러분도 궁금한 현장, 궁금한 이야기, 궁금한 사람이 있으면 저희 <추적 60분>에 적극적으로 제보해 주시면 좋겠어요. 결국 저희는 시청자들의 요청을 받아서 발로 뛰는 거니까요. 그런 측면으로 저희 프로그램을 활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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