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원료 수출통제 조치, 옐런 訪中 앞두고 발표한 까닭은
오는 6∼9일 美 재무 방중 앞두고 협상력 제고 위한 포석일 수도
두 금속 용도는…美 외에 韓·日 등 전 세계에 상당한 충격 줄 듯
중국이 첨단기술과 방위산업 등에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 해외 수출을 통제하고 나섰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통제가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데 따른 '맞대응'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상무부는 수출통제법, 대외무역법, 세관법 등 관련 조항에 따라 오는 8월1일부터 갈륨 및 게르마늄 관련 품목 수출을 통제한다고 3일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공지했다. 수출업자는 수입자 및 최종 사용자, 용도에 대해 상무부에 설명해야 하며,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수출할 수 있다. 미국은 앞서 지난해 8월 고열·고전압 환경에 쓰이는 반도체 소재인 산화갈륨을 정부 허가 없이는 수출할 수 없는 통제품목 리스트에 올렸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산하 환구시보는 이날 상무부의 수출통제 조치 발표 직후 해설을 통해 "수출통제는 주요 금속의 최종 사용자와 용도를 명확히 해 국가안보와 이익 관련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조치"이자 "미국의 중국 첨단기술 접근 제한에 대한 상호 대응"이라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이어 "중국이 갈륨 금속과 1차 가공품을 미국에 수출하고, 다시 미국으로부터 심층적으로 가공된 제품(산화갈륨 등)을 수입하는 난처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상무부의 수출통제는 미국 등 특정 국가를 적시하지 않았으나, 관영매체가 조치의 대상이 미국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중국의 이 같은 조치는 미국이 반도체 생산장비 수출 통제로 대중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 대한 맞불을 놓은 모양새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천핑잉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이 다양한 희귀금속을 세계에 공급하는데, 서방은 그 금속으로 제조한 반도체로 중국의 목을 조이고 있다"며 "수출통제는 상호적 대응책"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중국 베이징 방문을 앞둔 시점에서 중국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시도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이라는 새 간판을 내세운 미국의 첨단기술 산업 공급망 재편 등 미국이 쥐락펴락하는 현안에서 중국이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얘기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 방문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던 지난 5월 하순 중국이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 마이크론을 제재한 것과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는 것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오는 6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다.
중국은 2020년 말 미국이 화웨이 등 자국 기업을 잇달아 '블랙리스트'에 올리자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수출통제법을 제정했다. 이후 중국이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희토류 등 희귀광물을 무역전쟁에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간단없이 제기됐다. 이번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는 이런 관측을 현실화한 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채굴·제련 과정에서 환경오염 우려가 큰 희귀광물 생산량을 늘리면서 전 세계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구축해 왔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2021년 기준 중국이 95%, 90%를 점유하고 있다.
중국의 두 금속 수출통제는 미국 외에도 우리나라와 일본, 유럽 주요국에도 상당한 충격파가 미칠 전망이다. .알라스테어 닐 미국 주요광물협회 이사는 "고성능 칩과 관련해 반도체 산업에 즉각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WSJ에 말했다.
폴 트리올로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도 "중국이 이런 자원을 무기화하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과 EU, 아시아의 계산이 크게 복잡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 5년 동안 두 재료의 각각 52%와 87%를 중국에 의존해온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9~2023년 갈륨의 수입량은 54.2t였다. 이중 중국산 수입량은 전체의 52%인 28.2t에 이른다. 게르마늄은 같은 기간 수입량이 13.6t였다. 중국산 수입량은 11.9t으로 87.5%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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