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기획] 2023년 한국 게임사들의 특명 "다변화"
[게임동아가 창간 19주년을 기념해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을 벗어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게임업계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현재 게임시장부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콘솔 게임 시장부터 디지털 휴먼, 메타버스와 NFT, 인공지능 등 여러 방면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게임사들의 모습을 조명합니다.]
국내 게임시장이 또 한 번의 변화를 앞두고 있다. 90년대 PC 게임으로 태동기를 거친 한국 게임산업은 2000년대 온라인게임으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2010년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모바일 게임이 시장을 주도하는 등 트랜드가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이러한 구조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전체 게임 분야 중 모바일 게임이 57.9%를 차지하고 있으며, PC & 온라인게임이 26.8% 그리고 PC방, 콘솔 게임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분야별 지표만 잠깐 훑어보더라도 한국 게임의 트랜드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셈이다.
[확률형 아이템의 규제로 촉발된 변화의 움직임]
이 모바일 게임의 성장을 주도한 장르는 MMORPG(대규모 다중 접속 온라인 역할수행게임)이다. 실제로 구글플레이 및 앱스토어 등 주요 모바일 마켓의 매출 최상위는 MMORPG 장르로 채워져 있고, 2017년 '리니지M'의 대성공 이후 게임사들의 주력 장르는 이 MMORPG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모바일 MMORPG의 핵심 과금 요소 중 하나인 확률형 아이템이 퇴출까지 언급될 정도로, 각계각층에서 비난받는 등 논란이 커지자 상황이 급변했다.
돈을 써서 남들보다 더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확률형 아이템은 확률에 따라 다양한 아이템을 얻거나 강화에 성공하는 등의 긍정적인 면모도 있지만, 점차 재미보다는 과도한 과금을 유도하는 사례가 늘어나 이용자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해 있었다.
더욱이 고의적인 확률 조작 및 확률 변동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사건도 여럿 발생했으며, 문제가 생겨도 미온적인 보상만 주어지는 등 각종 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졌다. 이처럼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정치권에서도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본격적으로 나서 지난 2월에는 확률형 아이템'의 법적 규제를 담은 게임산업법 일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 장르의 성장을 이끌었던 핵심 요소가 더 이상 시장에서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되자 게임사들은 고민에 빠졌다. 이전까지 새로운 장르의 도전과 변화가 선택의 영역이었다면, 이제는 이 도전과 변화가 피할 수 없는 시장의 흐름으로 다가온 것이다.
[한국 게임사의 장점이 결합한 새로운 장르 ‘루트슈터’]
이렇듯 새로운 형태의 게임을 찾아 나선 게임사들이 선택한 변화의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루트슈터’다.
‘루트 슈터’의 장점은 FPS의 액션과 RPG의 육성이 결합하여 반복적인 전투로 인한 성장과 지속적인 아이템 파밍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루트슈터’ 장르의 게임인 '워프레임'과 '데스티니'는 스팀 사용량 부분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며,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콘텐츠를 제공하여 꾸준히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더욱이 이 ‘루트슈터’는 국내 게임사들의 미개척지라 불리는 북미, 유럽 등 서구권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장르인 만큼, 자연스럽게 글로벌 시장을 진출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장르로 손꼽히고 있기도 하다.
현재 국내에서 개발 중인 ‘루트슈터’ 게임 중 가장 주목을 받는 작품은 넥슨의 ‘퍼스트 디센던트’다. 지난 10월 스팀을 통해 글로벌 베타 테스트를 진행한 ‘퍼스트 디센던트’는 언리얼 엔진 5를 사용한 수려한 그래픽과 매력적인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스킬과 액션, 총기를 이용한 호쾌한 전투를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코옵(CO-OP) 플레이를 지원하여 다양한 보스들을 4인 플레이어가 협력하여 공략하는 레이드 콘텐츠가 마련되어 있으며, 거대한 보스의 다양한 기믹을 파쇄하며, 승리하는 재미를 선보여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는 중이다.
라인게임즈의 신작 '퀀텀 나이츠'도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중세 판타지 분위기의 세계관과 마법 그리고 총기를 활용한 슈팅이라는 독특한 조합을 내세운 이 게임은 지난해 유럽 최대의 게임쇼 ‘게임스컴’에서 공개되어 시장에 큰 주목을 받았다.
비록 언리얼엔진4로 개발되어 그래픽이 동급의 게임보다 다소 밋밋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다수의 게임쇼에서 게임이 지닌 독창적인 스타일의 액션과 게임성을 보여줘 국내보다 ‘루트 슈터’에 대해 익숙한 서구권 이용자들이 ‘퀀텀나이츠’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보여 새로운 기대작으로 떠오르고 있다.
엔씨소프트 역시 ‘루트슈터’ 신작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MMORPG를 주력으로 개발한 엔씨의 도전에 반신반의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엔씨는 'LLL'을 통해 이러한 의혹의 눈초리를 잠재우겠다는 각오다.
'LLL'은 '슈팅', 'MMORPG', '오픈월드'를 핵심 키워드로, 오픈월드의 자유로운 경험과 플레이어 간의 협력, 전략적 전투를 즐길 수 있으며, 여러 타깃을 대상으로 한 세밀한 조작감, 특수 병기의 전략적 활용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새로운 전략으로 아시아를 넘어 서구권 시장 공략에 나선 게임사들]
국내 게임사들이 이전과 다른 형태의 출시 전략을 가져가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전까지 국내 게임사들은 자사의 게임 사이트 혹은 모바일, PC 플랫폼에 한정되어 게임을 제공하는 형태의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2023년 이후 스팀과 콘솔 플랫폼으로 출시를 예고한 게임이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대형 게임사를 중심으로 개발 중인 게임을 먼저 선보여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받는 얼리엑세스(앞서 해보기) 서비스를 진행하는 등 이전과는 크게 달라진 출시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시도가 적중한 작품이 바로 넥슨의 신작 ‘데이브 더 다이버’(이하 데이브)다. 넥슨의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에서 개발한 ‘데이브’는 해양 생물을 사냥하는 어드벤처 요소와 초밥집을 운영하는 경영 시뮬레이션이 결합한 게임이다.
이 데이브는 지난해 10월 스팀 얼리엑세스(앞서 해보기) 서비스에 돌입한 이후 무려 9개월간 꾸준한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아 게임의 콘텐츠를 변화하고, 새로운 콘텐츠에 이를 반영하는 등 출시 전부터 적극적으로 게임을 가다듬어 나간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제대로 먹혀들어 ‘데이브’는 출시와 동시에 판매 수익으로 결정되는 인기 순위에서 쟁쟁한 인기작들을 뒤로하고 스팀 인기 게임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출시 전부터 이용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과정이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켜 스팀 평가에서 "압도적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어 해외 이용자들의 호평이 이어지는 중이다.
이와 함께 콘솔 플랫폼으로 출시되는 게임도 크게 늘었다. 이전까지 콘솔 플랫폼은 사실상 ‘미지의 영역’이나 다름없을 만큼 국내 게임의 성공 사례가 드물었고, 이를 개발할 수 있는 인력도 적었다. 하지만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등의 콘솔 기기를 보유한 기업들이 기술 이전과 유사한 방식으로, 각자의 콘솔 기기에 최적화된 기술을 제공하고 있고, 다수의 게임사에서 이 기술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콘솔 게임개발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앞서 소개한 ‘루트슈터’ 게임 중 상당수는 이미 ‘Xbox 시리즈 X’, ‘플레이스테이션5’ 등의 콘솔 기기로 출시가 확정되었고, 네오위즈게임즈의 ‘P의 거짓’은 해외에서도 엄청난 기대를 받는 기대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처럼 국내 게임사들이 스팀과 콘솔 등 이전과 다른 형태의 출시 전략을 추진하는 이유는 이전과는 다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함이 크다. 이전까지 한국 게임은 중국과 동남아 등 아시아권에서는 높은 인기를 누렸으나, 서구권 시장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에 서구권 시장에서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콘솔과 스팀으로 게임을 선보여 더 많은 이용자에게 게임을 노출하고, 스팀 데모 및 얼리엑세스 등의 서비스를 통해 서구권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요소와 부정적인 콘텐츠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여 향후 게임개발에 이를 반영하겠다는 것이 이들 게임사의 전략이다.
이전까지의 게임들이 한국 시장 그리고 동남아시아, 중국 등의 아시아 국가를 타겟으로 했다면, 이제는 개발단계부터 서구권 시장에 맞춘 게임을 통해 전세계 이용자들에게 통하는 게임을 만드는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 셈이다.
이제 게임사들은 도전과 변화를 단순히 목소리로 외치는 수준이 아닌 실제로 실행에 옮겨야 하는 단계로 진입했고, 이 흐름은 더 이상 피할 수 없을 정도로 거세게 다가오고 있다.
과연 PC 게임, 온라인게임을 거쳐 모바일게임 중심으로 트랜드가 변화한 국내 게임시장에서 새로운 트랜드로 떠오를 장르와 플랫폼은 무엇이 될지, 이 새로운 흐름에 적응하여 두각을 나타낼 게임사는 과연 어떤 곳일지 앞으로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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