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요소수·희토류 사태 될라’ 中광물 수출통제에 韓정부 촉각
중국 정부가 꺼낸 갈륨ㆍ게르마늄 수출 통제 ‘카드’에 국내 산업계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한국 정부는 희귀 광물도 아니고 대체선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며 사태 악화 가능성에 일단 선을 그었다. 다만 중국이 수출 통제 품목을 늘리는 추가 조치에 나서면 국내 제조 산업도 악영향을 피할 수 없는 만큼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4일 오후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 주재로 ‘산업 공급망 점검 회의’가 열렸다. 지난 3일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한국 관세청 격)가 발표한 갈륨ㆍ게르마늄 수출 통제 조치가 국내 제조 산업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는 자리였다. 회의에 국내 반도체ㆍ디스플레이 기업, 소재ㆍ부품ㆍ장비산업 공급망센터, 한국광해광업공단 등 관계자가 참석했다. 주 실장은 “이번 조치로 인한 단기 수급 영향은 제한적으로 보인다”면서도 “중국의 수출 통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투명하고 다른 품목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신속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반도체 전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중국 정부가 오는 8월 1일부터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불과 3일 앞두고 단행한 조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발표는 옐런 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하기 불과 며칠 전 이뤄졌는데 백악관이 (반도체 관련 대중국) 수출 통제를 풀도록 압박하려는 목적”이라고 풀이했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반도체ㆍ자동차ㆍ디스플레이ㆍ통신장비 등 제조 산업에 광범위하게 쓰이는 핵심 광물이다. 희토류(특정 지역에서만 주로 나오는 희귀 광물)로 분류되진 않지만, 중국이 막대한 매장량과 낮은 채굴 비용을 무기로 세계 공급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유럽연합(EU) 핵심원자재협회(CRMA)에 따르면 전 세계 갈륨 생산량의 약 80%, 게르마늄 생산량의 약 60%를 중국이 점유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수출 통제 대상으로 지목한 갈륨의 일종인 질화갈륨ㆍ갈륨비소 등은 3세대 첨단 반도체 제조 과정에 주로 쓰인다. 이번 조치는 첨단 반도체 회사인 ASLM 등을 겨냥한 것으로,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은 현재 크지 않다.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핵심 품목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소재로도 갈륨이 쓰이긴 하지만, 중국은 물론 미국으로부터도 이미 들여오고 있어 수입선 대체가 어렵지 않다. 게르마늄 역시 반도체 공정용 가스 등을 생산하는 데 필요하지만, 이미 업계에서 대체 가스를 사용하고 있어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광해광업공단은 언제든 시장에 풀 수 있는 40일치 갈륨을 비축해놓고 있다.
이윤식 유니스트(UN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는 “반도체 소재로 주로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은 중국이 생산량이 많고 가격이 싸니까 각국에서 많이 써 왔다”며 “대체 국가나 다른 소재를 찾는데 시간은 걸리겠지만 여타 배터리 소재와 달리 그리 희귀한 품목은 아니다. (수출 통제) 초기엔 힘들 수 있겠지만 대체 수입국을 찾는 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이유로 산업부는 중국 수출 통제 조치의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중국이 수출 통제 품목을 확대하거나 조치 강도를 높이면 제2의 희토류, 요소수 사태로 언제든 번질 가능성이 있다.
이날 회의에서 주 실장은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의 생산 차질이 없도록 대체처 발굴, 비축 등과 함께 특정국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대체물질 기술 개발, 재자원화 등 대응 역량도 확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반도체ㆍ디스플레이는 물론 광섬유 등 갈륨ㆍ게르마늄을 활용하는 다른 업종 영향도 추가로 점검할 예정이다.
세종=조현숙ㆍ이우림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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