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돌려막기 논란 '감사관'…제도 취지 살리려면
‘개방(開放)’의 뜻풀이를 다시 찾아봤다. ‘금하거나 경계하던 것을 풀고 자유롭게 드나들거나 교류하게 함’. 하지만 개방형(민간 또는 공무원) 직위로 공모하는 정부 부처 감사관(감찰관)은 본래 뜻과 거리가 멀었다. 정부 중앙부처 18곳의 개방직 감사관 중 9명이 부처 내부 출신, 5명이 감사원 출신이고 외부 인사는 한 곳도 없었다. 〈중앙일보 7월 4일자 1·5면〉
감사관은 내부 비위를 감찰하고 조직 기강을 다잡는 자리다. 조선 시대로 치면 어사(御史)에 해당한다. 자리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부처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과 관련해 전문성을 쌓거나, 장·차관 승진 코스로 가는 ‘요직’은 아니다. 하지만 인사 적체 상황에서 남(다른 부처나 민간) 주기 아까운 자리로 여겨졌다. 감사관을 꾀찬 내부 출신이, 임기를 마치고 돌아갈 부처 동료를 상대로 매서운 감사를 할 수 있을까.
기왕 자리를 개방해놓고선 내부 출신을 임명해 조직의 인사적체 해소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감사원 출신을 받아들여 감사 건이 터졌을 때 ‘바람막이’ 내지는 감사원과 소통 창구 역할을 기대하는 게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제도 운용 방식은 아닐 것이다. 초대 인사혁신처장인 이근면 성균관대 특임교수조차 “개방형 감사관 제도는 부처 입맛 따라 내정한 인사를 선발하는 ‘무늬만 개방’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감사관 제도를 감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인사혁신처와 각 부처 인사담당관은 “감사관을 개방직으로 열어 둔 취지와 다르게 운영하는 건 인정한다”면서도 “외부에서 자격을 갖춘 인력을 채용하기 어려운 현실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민간 대비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우 때문에 외부에서 지원할 유인이 적고, 막상 지원하는 인력은 역량이 부족하다”고도 털어놨다. 출제자 의도와 달리 ‘문제(채용 방식)’가 틀린 만큼 ‘오답(내부 또는 감사원 채용)’을 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개방이 능사는 아니다. 그럼에도 개방할 경우 미꾸라지 사이 풀어놓은 ‘메기’형 인재가 들어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부처 감사관을 개방형 직위로 선발하도록 한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공공감사법)’을 제정한 취지에 맞다. 이참에 이런 취지가 제대로 구현되게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태준 상명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민간 채용에서 일반화한 블라인드 테스트를 의무화하고, 심사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민간 혹은 다른 부처의 능력 있는 인재가 지원할 수 있도록 성과에 따른 보상을 강화하고 임용 기간, 승진 제도를 유연하게 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방직 감사관’이란 이름이 어색하지 않도록 말이다.
김기환 경제부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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