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최저임금 동결" - 민주노총 "함께 살기 위해 인상"
[윤성효 기자]
2024년 최저임금을 아직 결정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소상공인들은 '업종별 구분 적용'과 함께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했다. 이에 민주노총은 "재벌과 윤석열정권의 노림수는 소상공인-노동자의 갈등과 분열"이라며 "함께 살기 위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 경남소상공인연합회는 4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했다. |
ⓒ 윤성효 |
경남소상공인연합회(회장 신영철)는 4일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업종별 구분 적용 부결 규탄하고,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 자리에는 최준우 경남이벤트산업협회 회장, 하서진 메이커업 경남지회장, 오동한 경남옥외광고협회 창원지부장 등이 참석했다.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부터 요구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6월 22일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에 대해 찬성 11표, 반대 15표로 부결시켰다. 이날 표결에서는 노동자위원 8명과 공익위원 7명이 반대, 사용자위원 9명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신영철 회장은 "업종별 경영 상황은 물론 근무의 강도와 노동 생산성의 차이는 곧바로 임금 지불 능력의 현격한 차이로 나타남은 상식인데도 모든 업종에 최저임금을 단일하게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 현재 수준으로 동결하거나 인하해야 한다는 것. 소상공인들은 "대한민국 사업체의 93.8%를 차지하는 소상공인은 이제 결국 지불 능력의 한계에 놓여 있다"며 "최저임금의 상승이 가져오는 부작용을 인식하여 오히려 고용원을 줄여 대규모 실직 사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최저임금을 최소한 현재의 수준으로 동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제도 개선과 관련해선 "공익위원 9명을 여당측에서 3명, 야당측에서 3명, 공정성이 담보된 시민단체에서 3명을 추천한 사람을 임명하는 등으로 구성하는 것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며 "실제 지난 몇 년간 노-사 위원의 줄다리기 속에 공익위원들의 절충안으로 결정돼 왔다. 따라서 공익위원의 규모를 줄이거나 임명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영철 회장은 "노-사 위원 사이 줄다리기가 계속된다는 이유로 서로가 눈치를 보면서 퇴장하는 등 직무유기에 가까운 행동을 하는 경우 의결권을 박탈하도록 최저임금법을 개정해야 한다", "현행 법에 규정된 재심의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신영철 회장은 "고용이 있어야 노동이 있다. 급격한 물가 상승과 경제상황의 악화라는 현재의 복합위기 상황에 봉착해 있는 소상공인에게 열억한 경영 악화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이 확정, 고시되는 최저임금의 인상, 업종과 무관하게 단일 적용되는 최저임금은 소상공인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과도 같다"고 호소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함께 살기 위한 최저임금 대폭 인상"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이날 오후에 낸 자료를 통해 "최저임금 '동결' 주장을 비판한다"며 "월급 빼고 다 올랐다 올려라 최저임금"이라고 했다.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자체를 지불할 능력의 한계에 다다르게 됐다"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민주노총은 "객관적 근거가 없는 일반적인 주장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은 객관적 사실이다. 그런데 경영상 어려움의 원인을 최저임금탓으로 돌리는 것은 객관적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소상공인 전체와 숙박·음식업 경영애로의 주된 요인은 최저임금이 아니라 상권쇠퇴, 경쟁심화, 원재료비 상승 등이 주된 요인이며 최저임금은 임차료보다 낮은 순위로 응답했다"고 설명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올해 3월 조사한 "소상공인 금융실태조사"를 보면, 사업체 운영에서 난방비를 제외하고 가장 부담을 느끼는 비용으로 꼽은 요인 또한 인건비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은 전 세계적으로도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주제다"라며 "현재까지의 결론은 최저임금의 소득효과는 분명하지만 고용효과는 뚜렷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3월 낸 '소상공인 최저임금 지불능력 및 최저임금 정책 관련 실태조사' 자료와 학자들의 설명을 언급한 민주노총은 "결론적으로 영세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이 겪는 어려움은 '대기업·프랜차이즈 갑질'과 '건물주 갑질', 그리고 '정부와 국회의 외면'에 문제의 본질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통계청의 2021년 소상공인 실태조사에서도 경영 애로 사항으로 경쟁 심화(42.6%), 원재료비(39.6%), 상권쇠퇴(32%), 방역 조치(15.7%), 임차료(13.5%) 순으로 조사됐다"며 "무분별한 가맹점 난립을 비롯한 대기업·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갑질, 온라인플랫폼 기업의 갑질, 높은 임대료 등 고질적인'갑'의 횡포가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임에도 정부와 국회는 이를 외면해 문제의 본질을 은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저임금 1만 2000원(시급) 인상과 함께 중소영세소상공인 지원방안도 함께 요구한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온라인플랫폼의 공정화', '일자리안정자금 등 직접 지원사업의 예산 확보 및 제 시행', '불공정한 가맹·대리점 거래 방지',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인하와 정부의 신용 보증 강화', '지역 경제 활성화'를 제시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재벌과 윤석열정권의 노림수는 소상공인-노동자, 즉 '민중들 간의 갈등과 분열'이다"라며 "저들의 쳐놓은 그물에 놀아나지 말고, 우리 함께 살기 위한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다함께 나서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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