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기업 투자 막는 '킬러규제' 팍팍 걷어내야"(종합)
"킬러규제 신속히 제거해 민간투자 촉진해야"
정치·불법 파업 단호 대응… 기대 깨끗이 접어야
윤석열 대통령은 4일 "기업인들의 투자 결정을 막는 결정적 규제, 킬러 규제를 팍팍 걷어내라"고 지시했다. 민간·기업 투자 위축을 야기하는 요인을 제거해 하반기에는 '경제활력 제고'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제18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 "올해 하반기는 위기를 극복하며 한 단계 더 성장해온 한국경제의 저력을 보여줄 중요한 변곡점"이라며 이같은 지시를 건넸다.
특히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킬러 규제'를 언급하며 "단 몇 개라도 킬러 규제를 찾아서 시행령이나 법률 개정을 통해 신속히 제거해 미래를 대비하고 성장동력이 되는 민간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규제가 전혀 없을 순 없고 기업들도 규제 때문에 불편해도 꼭 필요한 투자는 할 수 있다"면서 "투자를 아예 못하게 만드는 아주 결정적인 킬러 레굴레이션은 없애줘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민생안정을 위한 법안들이 국회에 발목 잡혀 국민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며 필수 경제 민생 법안들에 대한 신속한 국회 통과를 당부하기도 했다. '국가재정법'을 직접 지목하며 정부·여당에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모두 여야 입장차가 분명한 사안들로 재정준칙 법제화를 골자로 하는 '국가재정법 일부 개정안'만 하더라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서 다뤄졌지만 국회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나라살림이 일정 수준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국가채무 등의 수량을 법으로 묶겠다는 게 정부·여당의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저성장 국면이 장기화되는 시점에 정부 지출을 법으로 막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 대통령은 "한때 6%를 넘던 물가를 2%대로 끌어내리며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던 무역수지도 지난달에는 흑자로 전환됐다"며 정부의 상반기 경제 운용 방안을 높이 평가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7월 6.3%로 고점을 찍은 뒤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지난해 3월부터 15개월 연속 이어져 온 무역수지 적자 행진도 지난달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정부는 이같은 정책운영 기조에 맞춰 '수출 확대'를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세일즈 외교를 통한 수출, 수주, 투자 유치 성과의 후속 조치를 수시로 점검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제도나 규제를 적극 시정한다는 게 핵심이다.
윤 대통령이 수차례 강조한 카르텔 타파 역시 재차 꺼내 들었다. 정부는 공정하고 정당한 보상체계를 통해 이익과 권리를 얻기보다는 카르텔 구조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는 금융·통신 산업의 과점체계, 과학기술 혁신을 가로막는 정부 연구개발비 나눠먹기 등 기득권 세력의 부당 이득을 제로 베이스에서 검토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정부 관계자는 "성장의 과실이 우리 국민의 삶 곳곳에 퍼지고 온기가 채워지도록 더욱 힘쓰겠다"며 "지역 인프라를 조기에 확충하는 한편 역전세, 전세사기, 불법사금융 등 민생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위법행위에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각종 파업에 대한 정부의 일관된 입장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과 국민 경제를 인질로 삼고 정치 파업과 불법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의 협박에 절대 굴복하지 않고 단호히 대응하겠다"며 "불법 시위와 파업으로 무엇인가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깨끗이 접는 게 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민주노총이 '윤석열 정권 퇴진'을 내세워 3일부터 오는 15일까지 2주간 총파업을 벌이기로 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회의는 지난 연말 정부가 수립한 '2023년도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중간 점검 및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조정하기 위해 마련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기, 금융·부동산 시장, 물가, 고용 등 최근 경제 여건과 향후 전망을 설명하고 ▲경제활력 제고 ▲민생경제 안정 ▲경제체질 개선 등 3대 중점 과제를 보고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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