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 사업장, 해고·괴롭힘 피해"…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요구

4일 오후 2시 '5인 미만 직장인 성토대회'
해고, 직장내 괴롭힘, 수당·휴가 피해입어
"5인 미만도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해야"

5인 미만 사업장에서 해고, 직장 내 괴롭힘, 수당·휴가 등 피해를 본 노동자들이 직접 피해 경험을 얘기하고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직장갑질119는 4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대한민국 5인 미만 직장인 성토대회'를 열고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핵심 문제인 해고, 직장 내 괴롭힘, 수당·휴가에 대한 근로기준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행법상 근로기준법은 상시 5명 이상 근로자가 있는 사업장에 적용되며,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대통령령에 따라 일부 규정만 적용받고 있다.

4일 오후 직장갑질119는'대한민국 5인 미만 직장인 성토대회'를 열고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해줄 것을 요구했다

증언에 나선 6인의 노동자들은 5인 미만 사업장 역시 근로기준법을 적용해 노동자들이 법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언자들은 해고, 직장 내 괴롭힘, 수당·휴가에 있어서 받은 피해들을 말했다. 직장갑질119는 이에 "5인 미만 사업장에도 해고 제한, 가산수당, 연차, 직장 내 괴롭힘 등에 대한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한 30대 학원 강사 A씨는 갑작스러운 해고를 당한 경험에 대해 말했다. A씨는 프리랜서 강사로 일하다가 4대 보험을 적용해주겠다는 원장의 말을 듣고 입사를 했다. 4대 보험료를 뗀 월급을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보험료가 납부되고 있는 줄 알았지만 근무한지 5개월이 되던 즈음 건강보험공단에서 보험료 미납 독촉장이 왔다. 학원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그다음 달 A씨는 월급날을 앞두고 서면으로 해고 예고통지서를 받았다.

A씨는 "명백한 부당해고였지만 노동자 입장에서 어떤 방어도 할 수 없었다"며 "강사의 경우 학생 방학에 맞춰 이직 시기가 있는데 해고가 갑자기 이뤄져 이직도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달 9~15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월 이후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실직을 경험한 적 있는지'를 설문조사한 결과 민간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있다'를 응답한 비중은 18.3%였다. 반면 민간 300인 이상은 9.9%였다.

4일 오후 직장갑질119가 진행한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대한민국 5인 미만 직장인 성토대회'에서 피해자가 증언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지만 이에 대한 대응이 쉽지 않은 현실에 대해서도 증언이 이어졌다. 직장갑질119의 설문조사 결과 지난달 '직장 내 괴롭힘이 심각하다'라고 응답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비중은 56.5%였다. 이는 직장인 평균(48.0%), 300인 이상 사업장(41.9%)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사회복지시설에 근무하던 B씨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이후 노동부에 괴롭힘을 호소했으나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취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만 하고 어떤 조치나 보호가 없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 국가인권위 등 다른 기관에도 피해를 호소한 결과 이곳에서는 문제 해결 권고를 했지만, 사용자는 5인 미만이라는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괴롭힘을 멈추지 않았다.

B씨는 "5인 미만 사업장이 아니었다면 계속해서 이런 고통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며 "피해자를 구제하라는 권고는 무용지물이었고 스스로 구제받기 위해 법원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유급 연차휴가도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유급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냐'에 대한 질문에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의 18.9%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8.2%만이 해당 답변을 선택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올해 초 업무계획을 통해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단계적 적용 확대' 추진을 발표한 바 있다.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