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5조원 디자인 안에 깜짝…노들섬 '단계적 개발'
서울시가 최근 국내·외 유명 건축가로부터 용산구 노들섬 개발 방안을 접수한 가운데 건축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제안작만 한건에 1조(兆)원이 넘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는 프로젝트별로 쪼개 여러 디자인 안을 선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4일 “(제안된) 7개 디자인 안 중 하나만 고르는 대신, 6개 프로젝트별로 작품을 선정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1조5000억 디자인 안에 ‘깜짝’
노들섬 재개발 방안은 ▶아트 브릿지(도심과 노들섬을 잇는 보행교) ▶바운드리스 쇼어(한강 수위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수변 공간) ▶팝업 월(노들섬을 남쪽 콘크리트 옹벽을 대체할 벽) ▶무대(한강 배경 수상 공연장) ▶스카이 트레일(한강 노을 전망이 가능한 공중 보행로) ▶기타(자유제안) 등으로 구분한다.
서울시는 여기서 6개 프로젝트별로 다른 디자인 안을 선정한 뒤 전체적으로 하나로 묶을 수도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아트 브릿지는 ‘김찬중 건축가의 작품 ‘노들링(Nodel (r)ing)’에 따라 고리 형태 보행교를 선택하고, 스카이 트레일은 영국 건축가·디자이너 토머스 헤더윅이 제안한 ‘Soundscape(소리의 풍경)’ 디자인을 선택하는 식이다.
공식적으로 서울시는 비용을 떠나 노들섬 재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들섬을 ‘글로벌 예술섬’으로 바꾸기 위해 비용 상한선 없이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하면 아무래도 비용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 공감대를 바탕으로 예산을 신중하게 투입하자는 것이 오세훈 시장 생각”이라고 했다.
서울시가 ‘단계적 개발’이라는 아이디어를 내놓은 배경도 결국 돈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토머스 헤더윅 건축가는 예상 건축 비용으로 1조5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산(山)을 형상화한 기둥·공간 위에 오르락내리락하는 공중 보행로를 설치하는 개념이다. ‘노들링’ 예상 건축 비용(2450억원)의 6배가 넘는다.
서울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사업성 있는 제안은 민자를 유치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민자 유치 대상은 노들링이다. 노들링이 제안한 보행교는 캡슐 모양 관람차를 타고 한강 풍경을 360도 회전하면서 감상할 수 있다. 또 전망대와 야외 테라스, 카페까지 있다.
서울시는 또 일부 사업을 민간 기부 형태로 추진할 생각이다. 서울을 상징하는 세계적인 작품이 들어선다면 기업 차원 기부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위르겐 마이어 건축가가 제안한 ‘노들 아트 아일랜드’가 후보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마이어는 스페인 세비야 목조 전망대인 ‘메트로폴 파라솔’을 설계했다.
민자 유치, 민간 기부, 자연 활용까지
일부 아이디어는 큰돈을 들이지 않고 구축하는 방법도 찾고 있다. 나은중·유소래 건축가가 제안한 ‘산들노들’이나 덴마크 건축 그룹 BIG가 제안한 ‘The Ripple(물결)’은 공통으로 모래사장을 조성하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돈 주고 모래를 퍼오는 대신 꾸준히 노들섬에 축적하는 모래를 10년가량 모으면 비용 부담 없이 설치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밖에 팝업 월 프로젝트에 필요한 일부 건축비는 옹벽 관리 예산 등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전체 비용 절감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16일까지 진행한 노들섬 시민 아이디어 공모전 심사 결과를 다음 달 13일 발표한 뒤, 이르면 7월 말이나 늦어도 8월 초까지 마스터플랜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들섬에 어떤 콘텐트를 넣을지 내부 정리는 된 상황이라 늦어도 8월엔 마스터플랜이 나올 것”이라며 “‘토크 콘서트’ 형태로 시민 의견을 추가 수렴한 뒤 설계 공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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