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0조 시장 잡아라…소형모듈원전 경쟁력 확보에 민·관 맞손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소형모듈원전(SMR)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민·관이 손잡았다. 각국이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생태계 구축과 제도적 지원으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와 재계는 4일 민·관 합동 협의체인 ‘SMR 얼라이언스’를 출범했다고 밝혔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보다 발전 용량과 크기를 줄인 300메가와트(㎿) 이하 원전을 말한다. 대형 원전보다 더 작은 규모의 부지에 가압기, 냉각재 펌프, 증기 발생기 등 주요 설비를 한데 넣은 모듈을 설치하는 방식이라 경제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정부·산업계 ‘SMR 얼라이언스’ 출범
핵분열로 발생하는 열의 밀도가 낮고, 자연적 공기 순환으로 냉각이 가능해 안전성 또한 높다고 평가받는다. 무엇보다 탄소 배출이 없어 넷제로(실질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 달성을 위한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SMR 시장이 2019년 45억7000만 달러(약 6조원)에서 2040년 3000억 달러(약 390조8000억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는 2030년 전후 상용화를 예상한다. 미국·유럽·러시아·일본·중국 등이 치열하게 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7년 동안 SMR 산업에 대한 32억 달러(약 4조2000억원) 지원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도 팔을 걷어붙였다. SK㈜와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8월 미국 SMR 기업 테라파워에 2억5000만 달러(약 3000억원)를 투자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한국수력원자력·테라파워와 함께 기술 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상호 협력을 맺었다.
삼성물산은 미국 뉴스케일파워에 7000만 달러(약 900억원)를 투자했으며 루마니아 SMR 건설 프로젝트에 공동 참여하기로 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부터 뉴스케일파워와 협력 관계를 맺어 SMR 제작성 검토, 시제품 제작 등을 해왔다.
이날 출범한 ‘SMR 얼라이언스’에는 산업통상자원부·한국수력원자력·에너지경제연구원 등 정부와 공공기관 11곳, 초대 회장사인 SK㈜를 비롯한 GS에너지·삼성물산·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등 31개 민간기업이 참여한다. 사업 전략 수립과 제도적 기반 조성을 위해 사업 개발, 제도 정비를 위한 실무단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SMR이 가져올 변화에 민·관이 함께 총력 대응해야 한다”며 “기업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사업 방안을 마련하고, 정부는 SMR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장동현 SK㈜ 부회장은 “SMR 얼라이언스는 SMR이 청정 에너지원으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국민 수용성과 제도 개선, 산업 육성책 마련 등 다방면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공급망 구성과 사업 참여 등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힘을 합치겠다”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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