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 부호의 딸 페굴라, 편견 딛고 윔블던 우승 도전
'윔블던 참가 선수 중 최고 부자.'
영국 데일리 스타는 올해 윔블던 여자 단식 2회전에 진출한 제시카 페굴라(29·세계랭킹 4위·미국)를 이렇게 소개했다. 페굴라는 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1회전에서 로런 데이비스(세계 46위·미국)를 2-1(6-2 6-7〈8-10〉 6-3)로 물리쳤다. 페굴라는 5일 벌어지는 2회전에서 크리스티나 벅사(세계 78위·스페인)와 맞붙는다. 페굴라는 이번에 생애 첫 메이저 우승 트로피에 도전한다.
아직 메이저 우승 상금도 타본 적 없는 페굴라가 부자로 꼽히는 건 부모가 세계적인 거부이기 때문이다. 그의 아버지 테리(72)와 어머니 킴(54)은 미국에서 천연가스, 부동산 등의 사업을 하는 억만장자 기업가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페굴라 부부의 순자산이 67억 달러(약 8조7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테리는 포브스가 집계한 세계 부호 128위를 차지했다.
페굴라의 부모는 스포츠에 큰 관심을 보인다. 둘은 2011년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버펄로 세이버스를 1억8900만 달러(약 2460억원)에 사들인 데 이어 2014년 9월엔 미국프로풋볼(NFL) 버펄로 빌스를 14억 달러(약 1조8200억원)에 인수했다. 부부는 공동 구단주다. 빌스 인수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경쟁해 이긴 것은 페굴라 부부의 '머니 파워'를 잘 보여주는 일화다.
반면 페굴라는 든든한 배경 탓에 코트에서 편견과 싸워야 했다. 성적이 좋지 않을 때마다 "테니스는 취미로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시달렸고, 부상을 당하면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 는 비판을 받았다. 그래도 그는 이를 악물고 훈련했다. 신체 조건(170㎝, 68㎏)이나 힘으로는 상대를 압도하진 못하지만, 정교한 플레이와 끈질긴 경기 운영으로 승수를 챙기며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결과 최근에 출전한 6차례 메이저 대회에서 4차례나 준결승에 진출할 만큼 상승세다. 2009년 프로에 데뷔해 지난 14년간 상금으로 벌어들인 돈은 922만 달러(약 120억원)에 달한다. 미국 여자 선수 중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페굴라는 지난해 은퇴한 세리나 윌리엄스(42·미국)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까지 받는다. 윌리엄스는 메이저 23승을 거둔 레전드다. 윌리엄스의 누적 상금은 약 1230억원이다.
페굴라에겐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 어머니 킴이 한국계 입양아라서다. 킴은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5세 때 1974년 미국으로 입양돼 뉴욕에서 성장했다. 테리와는 1993년 결혼하며 사업가로 성공했다. 페굴라는 2019년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 오픈에도 참가했다. 당시 자신을 "하프 코리언(Half-Korea)"이라고 소개했다.
페굴라는 "한국을 직접 다녀온 뒤 '뿌리'에 대한 중요성을 알게 됐다. 어머니처럼 아시아, 한국인들에게 영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페굴라의 후원자인 어머니는 지난해 6월 심정지로 쓰러졌다. 심폐소생술 덕분에 목숨을 건졌지만, 지금도 회복 중이다. 페굴라의 목표는 어머니에게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선물하는 것이다. 미국 CNN은 "페굴라는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실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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