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도 접근제한 검토"
'美 경제 사령탑' 옐런 장관, 6~9일 중국 방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의 빈틈이라는 지적이 나왔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중국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중국 고객사에 최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를 활용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워진다. 조치가 도입돼도 중국이라는 특정 국가가 명시되진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 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해 사실상 중국의 접근이 막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치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반도체 통제 조치의 일환으로 도입된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내놓으면서 반도체 제조 장비 등이 중국으로 수출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도입했다. 또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가 최첨단 AI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는 A100, H100 등 최첨단 반도체 대신 사양이 낮은 A800, H800을 중국에 납품하고 있다.
그동안 국가안보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AI 업체들이 미국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해 현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우회하고 있다고 경고해왔다. 중국 업체가 직접 엔비디아 A100을 구하지 않아도 이를 활용해 마련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쓰면 고객사가 강력한 컴퓨팅 능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과정에서 발생한 빈틈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의미다.
미 조지타운대 정책연구기관 보안 및 신흥기술센터(CSET)의 에밀리 와인슈타인 연구원은 "어떤 중국 회사이건 간에 엔비디아 A100 접근을 원한다면 어떤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업체를 통해서든 다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활용되는 특정 반도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대신 바이든 행정부가 미 클라우드 업체에 중국 또는 우려되는 국가를 대상으로 군사, 보안, 정보 서비스와 관련한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제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미 상무부가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확대하면서 그 일환으로 이러한 내용을 넣어 수주 내로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앞서 WSJ는 지난달 말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AI 반도체 수출 규제 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저사양 AI 반도체인 A800 등을 정부 허가 없이 중국에 수출할 수 없게끔 한다는 내용이었다.
미국의 수출 통제 조치가 강화되자 중국도 반격에 나선 상태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의 방중(6~9일)을 앞두고 중국은 전날 반도체용 희귀 금속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을 다음 달 1일부터 통제, 중국 정부의 허가 없이 수출하지 못하게 조치한다고 발표했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집적회로, 발광다이오드(LED), 광섬유 등에 필수적인 금속으로 중국이 사실상 독점 생산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5월 말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을 상대로 제품 사용 금지라는 제재를 내놓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향한 수출 통제 조치를 쏟아내며 갈등이 한층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경제 사령탑'이라 할 수 있는 옐런 장관의 방중이 어떤 결실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중국이 옐런 장관의 방중 사흘 전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 조치를 내놓은 것을 두고 협상을 위한 카드 확보 의미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의 요구에 대중 반도체 통제 조치에 합류하게 된 네덜란드는 지난달 말 일부 반도체 생산 설비를 선적할 때 정부의 수출 허가를 받도록 의무화하는 조치를 9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일본도 오는 23일부터 노광장치, 세정·검사에 사용하는 장치 등 첨단 반도체 관련 23개 물품 수출에 대해 정부 허가를 의무화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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