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비는 계속 오르는데 라이더들이 먹고살기 힘든 이유
특수고용노동자가 월 20일 일하고 천만 원 넘게 번다는 보수언론의 보도는 진짜일까?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연구원은 지난 5월 8개 직종 특수고용노동자 970명을 대상으로 '특수고용노동자 임금 불안정 실태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업종에 상관없이 개수임금제, 공짜노동, 각종 부대비용 및 본인 부담금 발생, 초 장시간 노동 등의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특수고용노동자의 실태를 연속 보도한다. <기자말>
[김종민 기자]
▲ 지난 2월 2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음식점 거리에서 배달 노동자가 음식을 오토바이에 싣고 있다. |
ⓒ 연합뉴스 |
#. 배달노동자 A씨는 코로나19 이전 출장뷔페 사업을 했다가, 팬데믹으로 사업이 위축되면서 배달노동에 뛰어 들었다. 처음 배달을 시작했던 2020년에는 배달료가 꽤 괜찮았다. 코로나 시기 배달플랫폼사가 소비자와 자영업자에게 받은 배달비를 그대로 라이더에게 지급했기 때문이다.
하루 12시간이나 노동을 했지만, 사실 자영업을 할 때도 그 정도 일을 했기에 버텨졌다. 자영업을 할 때처럼 임대료 등 고정비를 내야한다는 부담을 덜어서 마음은 도리어 편했다. 가끔 주변에서 오토바이 사망사고 소식을 들을 때마다 A씨의 가족들이 '배달일 그만두면 안되냐'라고 말렸지만, 자영업 하다가 빚진 돈이 있는 상황에서 위험해도 벌이가 괜찮은 배달일을 그만둘 수 없었다.
코로나가 끝나고 2022년이 되면서 갑자기 배달료가 줄었다. 그래서 A씨는 자세히 배달료명세서를 들여다보았다. 기본료와 거리할증은 그대로인데, 비가 오거나 주말과 같이 배달 콜은 많은데 배달원사 수가 적을 때, 플랫폼업체가 배달원을 끌어모으기 위해 지급하는 일종의 인센티브인 '프로모션 비용'은 줄어들었다. 배달플랫폼사에 항의를 해봤지만, 배달플랫폼사는 프로모션은 원래 수요공급에 따라 회사가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다는 대답만 했다.
A씨는 아무리 장시간 일해도 생활비가 빠듯했다. 그래서 배달료에서 유상운송보험료, 오토바이 관리비, 기름값을 뺀 다음 노동한 시간으로 나누어봤다. 최저임금 9620원이 조금 넘었다. 결국 일하는 시간을 늘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며칠 후 A씨는 다시 4대보험, 퇴직금, 유급휴가 등을 대입해 봤다. 그런데 이젠 최저임금 시급도 안 되는 거 아닌가. A씨는 배달을 계속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A씨는 내가 플랫폼 배달 현장에서 보고 들은 여러 가지 사례를 종합하여 만든 가상의 인물이다. '가상'이라곤 하지만, 그의 이야기는 생계형 전업으로 배달 일을 하는 23만 플랫폼 배달노동자 전체 상황과 거의 유사하다.
고무줄 같은 배달료, 불안정한 플랫폼 배달 노동자
▲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는 지난 5월, 배달의민족 사측에 기본배달료 인상, 알뜰배달 개선, 지방차별 철폐, 노동조합 활동 보장을 요구하며 농성투쟁을 진행했다. |
ⓒ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배달플랫폼노조 |
지난 5~6월, 배달플랫폼노동자들은 '배달의민족' 본사 앞에서 9년째 동결 중인 기본배달료를 인상하라고 요구했다. 임금노동자 임금이 기본급, 수당, 식비 등으로 구성되듯 배달노동자 배달료는 기본배달료, 거리할증, 추가할증, 프로모션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9년째 동결인 기본배달료를 올리라는 요구였다.
배달노동자가 배달료를 올리라고 하면 소비자의 반응은 "내가 낸 배달비가 지금도 비싼데 더 내야하는 것인가?"라고 묻게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배달노동자가 요구하는 것은 '배달비'를 인상하라는 것이 아니라 '배달(수수)료'를 올리라는 것이다.
'배달비'는 배달플랫폼업체가 소비자와 자영업자에게 받는 요금이고, '배달(수수)료'는 배달플랫폼업체가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배달기사 임금이다. 배달플랫폼사가 스스로 밝힌 바에 따르면, 소비자와 자영업자에게 받은 배달비는 서버유지비 등 배달플랫폼사 운영비로도 쓰인다. 그래서 라이더에게 배달비의 일부를 배달료(수수료)로 지급하는 것이다. 기억해야 할 부분은, 배달플랫폼사는 배달비와 별개로 음식값의 6.8%~15% 사이의 중개수수료를 받는다는 점이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와 같은 배달플랫폼사는 소비자와 자영업자에게 받는 배달비는 고정비용으로 받으면서, 배달노동자에게 주는 배달료는 수요 공급에 따라 달라진다고 주장한다. 라이더에게는 '배달 수요가 많은 점심시간, 저녁시간, 날씨가 궂은 날엔 배달료가 올라가고, 배달 수요가 적은 그 외 시간에는 배달료가 낮아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모든 것은 플랫폼사 맘대로
2022년 12월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배달노동자는 한 달 25일을 일한다. 매출은 평균 381만 원, 유상운송보험료를 비롯한 비용은 95만 원이다. 한달 평균 약 286만 원의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배달플랫폼사는 지속적으로 배달료를 인하하려고 하고 있다. 자영업자와 소비자에게 받는 배달비는 고정으로 하면서, 라이더에게 지급하는 배달 수수료, 배달료만 줄이는 것이다. 2023년 배달의민족은 알뜰배달 도입을 통해 배달료 중, 기본배달료를 서울 2200원(수도권 2100원, 수도권 외 2000원)으로 변경했다. 서울 기준으로 기본배달료를 800원 인하한 것이다.
배달의민족이 기본배달료를 800원 삭감했다면, 요기요의 경우 2023년 4월 거리할증 구간을 변경하여 배달료를 삭감했다. 요기요는 기존 100m당 지급하던 거리당 할증요금을 1500m 이상부터 100m당 50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바꿨다. 결국 배달건당 배달료가 750원 삭감된 꼴이 되었다. 배달료 삭감하는 것도 라이더에게 일방 통지했고, 개정된 조건을 원하지 않으면 재계약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참고: 요기요 공지 링크 https://bit.ly/3ZJ3toA).
배달노동자가 플랫폼노동자로 돼 있으면서, 계약서를 직접 작성하지 않고, 약관에 동의하는 방식으로 사측이 언제든지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약관동의만으로 법적으로 계약서 효력이 발생하는데, 라이더는 약관을 동의하지 않으면 배달을 할 수가 없다. 배달료가 낮아져도 동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쿠팡이츠의 경우 쿠팡플러스를 도입하여, 라이더에게 안정적 소득을 지급한다고 하면서 최근 배달노동자를 모집할 때 비수기/성수기로 배달료를 구분해서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비수기/성수기 구분은 모호하게 느껴진다.
▲ 뉴욕시는 2023년 7월부터 플랫폼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했다.(출처: CBSnews 유튜브영상 갈무리 |
ⓒ CBSnews |
위와 같은 배달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배달노동자에게 최저임금 및 최저배달료를 지급해야 한다. 모든 노동자는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다. 2023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도 노동자위원들이 플랫폼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라고 요구했다. 실례로 미국 뉴욕에서는 플랫폼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건당 배달료를 받는 배달노동자에게 대기시간까지 근무 시간으로 간주하고,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이다.
2021년 제정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고객의 요청에 따라 소형 화물을 취급하는 '생활물류산업' 관련법)에 따르면 '정책협의회'를 구성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정책협의회 구성원은 배달료에 이해관계가 있는 배달사업자, 소비자, 자영업자, 라이더, 전문가 등이 될 것이다.
이들이 매년 회의를 통해 당해의 물가상승률, 최저임금 상승 등을 반영된 최저배달료를 정할 수 있다. 최저임금법 5조3항에 "임금이 통상적으로 도급제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형태로 정하여져 있는 경우로서 제1항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따로 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법적 근거에 따라 배달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적용을 요구한다.
둘째, 소비자를 기만하는 불명확한 배달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배달플랫폼사는 배달비 명목으로 자영업자와 소비자로부터 돈을 받고, 이를 라이더에게 배달료를 배분하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배달플랫폼사가 배달비와 별개로 6.8%~15%까지 중개수수료를 별도로 받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내가 낸 배달비의 용도를 알고 싶어한다. 소비자와 자영업자에게 배달비로 받은 비용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공개가 필요하다.
셋째, 배달노동자와 플랫폼의 계약시 단순한 배달 약관 동의가 아니라 표준계약서 작성의 과정이 필요하다. 배달노동자는 계약의 기간과 수수료가 있는 계약서 작성이 아니라, 배달플랫폼사가 일방적으로 수시 변경하는 약관동의로 배달료를 받는다. 내일 당장 배달료가 100원으로 바뀌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이다. 배달플랫폼사에게 일방적으로 배달료 책정 권한을 주는 지금의 약관 동의 형태의 계약을 기간과 금액이 정해진 표준계약서 작성으로 변경해야 할 것이다.
* 참고: [카드뉴스] 특수고용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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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배달플랫폼노동조합 김종민 기획정책실장(북서울 지부장)이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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